"평일에는 아무것도 하지 마. 알아서 먹을게. 주말에만 해줘." 최애씨가 하는 말이다. 물론, 너무나 따뜻한 그의 마음은 알겠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냉장고 문을 열고 뭐 먹을지 고민하는 그 뒷모습이 (뒤통수 아님) 동시에 떠오른다. 더 부담이다.
최애씨는 먹을 것에 진심이다. 본인은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아이들보다 더 유난인 경우가 있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주시는 대로 먹어'라고 할 때면 내 코에서는 절로 방귀가 나온다.
"요리 학원을 다니면 어때?"라고 말할 때도 있다. SNS에 떠다니는 레시피인 가득인 것을. 떠다녀도 안 하는 나에게 돌려 말하는 것인가. - 안타깝게도 그는 돌려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 밖에서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오라고 진심으로 추천하고 있다. 신혼 초 '육 첩 반상'을 한 번 언급했던 사위에게 친정엄마는 친절히 식당을 추천해 주셨다. 친정 아빠는 본인의 신혼시절을 떠올리며 당시 초기의 밥상 위 메뉴는 하나였고, 점점 많아질 거라며 GOMU에게 칭찬 계속해주라는 말과 조금 더 기다려보라는 말로 지금까지도 사위를 다독이신다.
정확한 것을 좋아하는 최애씨임에도 불구하고 와이프가 지금껏 정성스레 만든 음식들은 기억 못 하고 "맨날 요리 안 하잖아"라고 말할 때가 있다. '맨날'이란 단어는 작은 마음 간헐적 요리사에게 굉장히 날카롭게 귀에 박히며 - '맨날' 주방 입장 안 해볼까 - 욱이 빠르게 솟아오른다. 나의 트리거(trigger)라는 것을 그는 인지하고 이용하는 듯하다. 다행스럽게도 부정적이던 그 트리거는 결혼 생활 경력이 쌓이며 요리의 욕구를 부르는 긍정의 의미로 변화하였고 - 그는 내가 잘하리라는 것을 믿고 있었다. - 지금은 장난 스러이 가벼운 남편 멱살잡이로 마무리한다.
간헐적 요리사의 요리는 주로 SNS에서 가져오는데, 모든 것을 다 요리하지는 않는다(못한다). 내 능력치를 알기에간단해야 하고, 재료가 집에 있어야 한다. 요리를 하고자 하는 욕구가최상일 때 메뉴를 정하고, 새벽녘 앱으로 장을 양껏 본다. 가득 채운 냉장고는 기가 막히게도 평일에 재료를 다 소진하고,막상 주말이 되면 군데군데 비어있는 냉장고를 마주하게 된다. 이럴 때면 요리사의 열정은 바닥을 보이고 '오늘 뭐 먹지'의 고민과 당황스러움이 또다시 찾아온다.
최애씨는 쉬라며 아이들을 데리고 키즈카페에 갔다. 주부의 쉼이란 무엇인가 생각 중인 내가 서있는 곳은 주방.그들의위해 사랑 한 스푼 품고, 레시피를 복기하며 팔을 걷어붙인다.
오늘의 요리는,
냉수육
수육, 우리네 밥상에 자주 등장하는 메뉴다.
압력솥에서 꺼낸 뜨끈뜨끈한 고기만을 해왔다. 과연 차가운 맛은 어떨지 궁금하다.
먼저, 앞다리를 준비한다. 첫 메뉴라 한 덩이만 구입했다.
기존의 수육은 파, 통후추, 된장, 커피 등을 넣었지만 이번 냉수육 레시피는 소금만이 전부다.
1. 끓는 물에 소금을 넣은 후 고기를 통으로 넣는다.
센 불에 10분 간 삶는다.( 불순물 걷어내기 )
2. 10분 후 불을 끄고, 뚜껑을 덮어 1시간 기다린다.
(1시간 후, 핏물이 보여 10분 더 끓여주고 꺼냈다.)
3. 키친 타올로 물기를 닦아준 후, 랩으로 타이트하게 감싸 모양을 잡는다.
반으로 잘라 단면을 확인해 봤다. 저온으로 익힌 고기라 핑크빛이 돌지만 익은 것이다.
나는 더 끓여서 그런지 핑크빛이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4.냉장고에 4시간 이상 보관한다.
대파의 흰 부분으로 고기에 얹어 먹을 양념장도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놓았다.
_국간장 3T, 고춧가루 1T, 간 마늘 T, 설탕 1T, 식초 1T, 참기름 1T, 청양고추, 깨 조금
5. 4시간 후, 칼을 집어 든다. 복어회 뜨듯 얇게 썰으려 나름노력했다.
캠핑이나 여행 갈 때 미리 준비하면 더할 나위 없는 좋은 메뉴다.
'요새 유행하는 하이볼'이 있으면 만들어 주는 최애씨 덕분에 오늘도 살을 찌워본다.
짧은 시간에 쫄깃하고 연한 냉수육 / 냉제육 완성!
아이들과 최애씨의 만족도가 높았다. 친정에 갈 때 가져가라는 최애씨. 소고기도 바짝 구워 드시는 엄마가 분홍빛을 드실지는 의문이다. 예쁜 입들이 맛있다고 오물오물 움직이니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