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OMU Feb 13. 2024

오늘, 순대꼬치

   짧지만 기나긴 명절이 끝났다.

한 달 전 시어머니 제사를 지냈고, 금세 다시 모여 차례상을 차린다. 야무진 최애씨는 5시간 운전의 피곤함도 잊은 채 가장 먼저 장을 봐왔고, 아빠, 최애씨, 오복이 3대가 둘러앉아 함께 전을 부치기 시작한다. 최애씨가 예상한 4시간 컷으로 모든 차례상 준비는 끝이 났다. Only 삼색나물 담당인 나는 머릿속의 지우개가 제기능을 완벽히 하는 바람에 이번에도 네이버 검색을 참고하며 임무를 수행하고야 말았다. 반면에, 동갑인 도련님은 나와 다른 느릿함으로 요리에 진행시켰다. - 요리의 정석을 보는 듯한 그의 칼질과 다양한 요리를 보면 박수가 절로 나온다. - 설거지라도 사수하려 노력하지만 깔끔하고 빠른 아빠가 계셔 그마저도 어렵다. 어쨌든, 이번 명절도 무탈히 아름답게 지나갔다. - 집을 나서면 화장실을 못 가는 예민한 나의 배가 잘 버텨주었다.- 설 연휴는, 누워있는 딸내미 입에 맛난 음식 가득히 넣어주는 따뜻하고 포기를 모르는 엄마의 손길을 마지막으로 마무리하고, 오랜만에 우리 집과 재회한다. 집에게 아이들도, 나도, 최애씨도 같은 말을 들려준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집아, 보고 싶었어. 역시 우리 집이 최고야'. 이렇게 집의 고마움과 소중함을 느끼기 위해 우리는 또 바깥세상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운전자 최애씨의 서울-광주 왕복 10시간, 여수, 순천으로 이동, 5시간으로 피로가 쌓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이들과 나의 수면 시간과 멀미를 걱정했다. 네비 두 개를 비교해 가며 1분이라도 줄이려는 그의 모습은 변함없었다. 캄캄한 도로를 뚫고 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옛날 추억을 꺼내어 웃고, 상대방에 대해 처음 알게 되는 것도 생긴다. - 그를 알고 지낸 지 15년이 지났는대도 말이다.- 물론, 반복되는 우리의 주제도 재밌다.

   결혼 후에도 어린 시절의 그 동네에 지금도 살고 있다. 예전의 가게들의 위치까지 기억한다. 옛사람이 타임머신 타고 현재에 나타나 아이에게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 성인이 되고, 엄마의 모습으로 변한 내 모습처럼 가게들의 젊은 시절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높은 건물들로 변해있다. 분식의 맛에 아직 눈뜨지 못한 오복이에게 어미의 초, 학생 시절의 분식의 맛을 나름 실감 나게 표현하며 어린 시절 한 편을 떠올리고 그리워한다.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떡볶이 국물을 싹싹 설거지하듯 묻혀 먹던 삶은 달걀, 삶은 감자튀김, 야끼만두, 순대꼬치는 당시 나의 소울푸드였다.

   최애씨는 순대꼬치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눈에 보이면 사 왔다. 기억 속의 그 맛을 만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맛보았던 중대 앞의 순대꼬치는 튀김옷도 입고 있지 않아 양념이 오래 머무르지 못했다.




오늘의 요리는,


순 대 꼬 치




1. 분식집 순대가 아닌, 마트에서 순대를 구입했다. 먹을 욕심에 두 팩을 준비했다.

2. 작은 크기로 자를까도 생각해 봤지만, 예전 기억의 크기에 맞춰 썰었다.




3. 라이스페이퍼로 감싸준다.

예상보다 많이 곡선인 순대의 몸매에 당황했지만, 꼬치로 예쁘게 펴서 고정시켜 줄 예정이다.




4. 기름에 노릇하게 튀긴다. 서로 붙으니 공간 넉넉히!

꼬치를 끼워 구부정한 순대를 예쁜 자세로 만들었다. 

잠시 키친타올 위에서 쉬는 사이, 소스를 준비한다. 약불에 5분간 끓이기!

(고추장 1, 간장 1, 케첩 1, 올리고당 4, 다진 마늘 1/2, 참기름 1/2, 후추 약간)

순대의 양만큼 소스도 두 배로 넉넉히 만들었다. 간을 보며 옛 맛의 기억을 더듬어본다.

물엿과 설탕의 추가로 그 맛을 흐릿하게 찾아내며, 분식집 사장님의 달콤한 비법에 고개를 끄덕인다.



5. 양념칠을 하며 순대꼬치에게 빨간 옷을 입혀준다.

콧노래야 그만 멈춰


순대꼬치 산이 완성됐다.

요리조리봐도 예쁘다



최애씨에게 사진을 보내, 오늘 저녁 메뉴를 소개한다. 먹고 싶지 않으면 먹고 오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그는 이해했을까. 돼지 잡으셨냐고 놀라던 그는 편의점에 들러 시원한 캔과 플라스틱 병을 데려왔다.



밥은 전혀 먹지 않은 그의 위가 어제보다 조금은 줄었길 바라며, 다음은 언제, 어떤 요리하게 될까?






오늘의 스승님 _ 인별 집도미 _ Korean Sausage / Sundae

이전 01화 오늘, 냉수육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