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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U Feb 20. 2024

오늘, 삼겹살 가지볶음

   우리의 결혼 생활은 계획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28살, 30살 어렸던 최애씨와 나는, 2년의 신혼기간 후 오복이를 가졌고, 삼 년 후 오팔이를 가졌다. 여느 가정과 같이, 부모가 된 우리는 생활 습관도 변화됐다. 저녁에 일찍 잠들던 최애씨는 올빼미인 나를 만나고 늦게까지 눈을 떠가며 와이프 옆에 있었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참을성이 바닥을 치는 그의 민감함은 우리를 각자 방에서 잠들게 만들었다. - 뭐든 한결같은 그는 지금까지도 아이들과 같이 잠들지 않는다. 곤히 잠든 아이들을 안고 뽀뽀하다 깨우며 사랑하는 와이프의 등짝 스매싱을 갈구한다. - 맵찔이인 그는 빨간 맛이 들어가면 두피의 모든 모공이 물을 뿜어내고, 막 샤워하고 타월드라이 살짝 한 상태가 된다. 그럼에도 매운맛을 찾는 그이지만, 억지로 자제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예로, 한 때 오복이는 삼계탕을 한 달 넘게 먹은 적이 있는데, 고기가 아닌 국물만을 주로 먹는 탓에 최애씨의 반찬 중 새하얀 닭의 살만이 매일 밥상에 등장하게 된다. 닭 한 마리를 끓이던 솥은 닭다리 열다섯 개 이상을 푹 고아 제 집인 듯 나날이 식탁에 오른다. - 국물만을 좋아하는 오복이를 보며 나중에 술 좋아하겠다는 미래지향적 아빠는 아들과 건배할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 - 오죽하면 친정 엄마는 불 앞에 있던 딸이 안되었는지 - 요리 안 하는 것을 알면서도 - 주방에 커다란 압력솥을 선물하셨다.


백숙, 수육만을 요리하는 몸집 큰 주방장


   커다란 솥이 경력을 쌓기도 전에, 놀랍게도 오복이는 장장 한 달 반의 닭 국물에 질렸는지 다른 음식으로 갈아탄다. 누룽지와 명란젓으로 말이다. - 친정엄마는 종일 서서 누룽지를 만드시고 딸의 냉동실에 가득 채우시기 시작했다. -



   최애씨는 무슨 음식이든 양념에 간장의 참여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 넣어도 모를 것 같지만 - 그래서 주로 대파제육볶음을 만들었다. - 올리브유, 물엿, 고춧가루, 고추장 그리고 대파 수북 넣는데, 조리 마지막에 넣는 카레가루가 요리의 킥인 레시피다. 식탁에 올려놓으면 그에게 잘 팔리는 메뉴 중 하나다. - 그렇지만 우리 집 고기류의 99%는 소금 간으로 완성된다. 맵지 않으면서 아이들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색다른 제육볶음이 있을까.




오늘의 요리는,



삼겹살 가지볶음



말이 필요 없이, 삼겹살은 언제나 옳다.

게다가 건강한 가지까지 함께하다니 맛이 기대된다.

혹시라도 입에 넣지도 않을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위해 소금 간 한 고기만을 따로 구워 만일을 대비한다.


재료는 간단하다.

삼겹살, 가지, 토마토, 케첩, 된장, (쪽) 파, 파마산 치즈가루



1.  삼겹살을 썰어준다.

     대파 좋아하는 1人으로 대파도 준비한다. (선택) 한 근을 썰고 싶지만 꾹 참고, 두 줄만 썰었다.

 - 고기를 썰며, 기름기가 많은 부분을 잘라낸다. 칼질하는 와중에 친정아빠가 떠오른다. 아빠가 정육점에 다녀오실 때면 어김없이 엄마와 같은 대화가 오고 갔었다. "기름을 돈 주고 왜 사 오는지 모르겠네." 둘의 오래된 대화는 토시하나 달라짐 없이 지금도 계속된다.-




2. 팬에 삼겹살을 올린다.

오일, 소금, 후추 등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 파도 넣어준다.(선택)




3. 가지는 1cm 정도로 썰어 삼겹살과 만남을 주선한다.

- 그저 칼의 마음 가는 대로 썰린 가지다 - 가지가 삼겹살의 기름을 맛있게 먹는다.  




4. 소스는 Only 케첩 4, 된장 1 

너무나 간단해 마음에 쏙 든다. 된장은 미소된장이 아닌 색 비슷한 순창을 사용했다.

불을 약하게 하고 소스를 넣어 볶는다.




5. 짠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토마토를 넣어, 그들이 다른 형태로 변할 때까지 볶는다.

냉장고 안의 커다란 토마토 5개는 오래되....어 기회를 놓치고, 어제 들어온 대추방울토마토 조금 넣었다.



5. 접시로 옮겨 (쪽) 파로 장식하고, 파마산 치즈가루로 덮어준다. 완성이다.

 - 가지가 있음에도 남은 삼겹살 기름의 양은 많았다. 옮길 때 기름이랑 헤어짐에 신경 썼다.




맛있다.

케첩을 잘 먹지 않음에도 말이다. 집에서 아이들과 만드는 피자맛이 난다. 된장의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파스타면을 넣어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파마산 치즈가루는 꼭 넣어야 맛이 완성될 듯하다. 아이들과 즐길 있는 메뉴가 하나 추가되어 기쁘다. 토마토는 신맛이 나, 고기와 가지 조합으로 주로 먹으며, 오늘의 맛깔난 한 끼를 장식한다.


20대, 퇴근 후면 숟가락은 던져졌다. (최애씨가 좋아하는 영상 캡처)


숟가락을 던지며 개운하게 하루를 마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육퇴의 시간은 멀고 멀었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뽀뽀 공격으로 잠시, 목마름은 저 멀리 사라진다.


간헐적 요리사는 또 언제, 어떤 요리 하게 될까?






오늘의 스승 _ 성시경 가수님의 Stir-fried Pork belly and Eggpl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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