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배를 뽐내고 다니는 최애씨의 눈에 우리가 약해 보였는지 체력을 키워야 한다며 제안했다. 확고한 눈빛에 나는 피식 웃었고, 아이들은 평일 저녁 나간다는 말이 끝나기도 전, 온 집안을 날아다닌다. 저녁 약속 없는 날이 손에 꼽는 최애씨가 정말 웃기다. 눈 뜨면 '아빠 오늘 일찍 오세요?' 자주 묻던 아이들의 질문은 '아빠 오늘 약속 취소됐어요?'로 변형되었다.
5월 초
"나가자."
그날이 찾아왔다. 오직 달리기를 목적으로 자전거나 킥보드 없이 네 명은 손에 손을 잡고 공원으로 출발한다. 파트너를 바꿔가며, 뒤쳐지면 손을 잡고 끌어주며 달리고 또 달렸다. 최애씨와 나는 서로 더 뛰라고 진심으로 양보를 하기도 했다.
평일의 우리의 첫 달리기는 이대로 끝나는 것인가. 벌써 5월 말, 최애씨는 매일 약속이 있다. 다행히 주말에 틈틈이 나가지만 자전거를 끌고 갔던 초보 두 발 자전거 오복이는 수많은 아이들, 어른들 속 한가운데서 아빠에게 욕을 얻어먹는다. 유난히 자전거를 무서워하는 오복이가 답답한지, 다 본인처럼 배우면 바로 하는 줄 아는 공감 제로인 아빠다. 오복이는 눈물이 가득 찬 슬픈 눈으로 울먹이며 말한다.
"꼭 사람은 두 발을 탈 수 있어야 해요?"
때마침, 시아빠가 연락하셨다. 영상통화를 하며 최애씨를 실컷 씹고, 자전거는 할아버지께 배우기로 약속한다. 집에 돌아와 미안하다 전하는 최애씨는 언제 성질머리를 가둘까.
"오빠, 나도 4학년이었나, 우리 아빠가 땀 뻘뻘 흘려가며 뒤에서 자전거 붙잡고 뛰던 그날이, 홀로서기에 성공한 그때의 시원한 바람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 못 참겠으면 그냥 시작을 하지 말자."
돌아오는 웃음 가득한 그의 답변은 "너 닮아서 운동신경이 없었구나."
아직도 나의 민첩함과 순발력을 외면하는 최애씨에게 등짝 스매싱을 선물했다.
오늘, 오이
뚝딱 만들 수 있는 샐러드다.
지중해식 오이 토마토 샐러드
1. 방울토마토 8개 (좋아해서 더 넣는다.), 오이 1개를 먹기 좋게 썬다.
2. 올리브유 3T, 레몬즙 2T, 알룰로스 1T, 소금 0.5T, 후추는 갈갈갈
지난 글의 샐러드와 조금 다르다.
메밀유부초밥 (밥 대신 메밀면)
메밀면, 롤유부초밥, 오이
1. 끓는 물에 메밀면을 5분 삶아준다. 찬물에 잘 씻어준다.
더 맛있을까 싶어 생메밀면을 구입했다. 배고팠던 나는 2인분을 꺼내 가루를 좀 털어내려다 열 가닥 정도 떨어뜨렸다. 5분, 정말 짧은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물이 넘쳐 타는 냄새를 만들었다. 엄마가 뒤에 계셨으면 이마를 짚고 눈을 질끈 감았을 것이다.
오이를 이용한 다이어트 음식을 최애씨를 위해 준비했다. 옆 부서에서 추천받은 다이어트 한약을 60봉 구입했다고 한다. 매일 쉬지 못하는 그의 간을 위해 인진쑥도 추천받아 냉장고에 가득 채웠다. 시너지 효과로 배가 손톱만큼 사라 지졌으면 해서 만들었지만, 역시나 약속 있는 최애씨에게 사진만을 전송한다. 그는 꼭 돌아가 먹겠다며 저녁 11시에 귀가하자마자 찾는다. 식단이라고 만들었는데, 배불리 먹고 와 자기 전 먹는 다이어터, 그는 정말이지 완벽하다.
"나이가 사십이 넘었는데 젓가락질을 못하시네. 아들한테 열 살이나 돼서 자전거 못 탄다고 그러더니. 그저 감사히 드세요."
그러고는 숙련된 젓가락질을 뽐내며 단숨에 입에 넣어줬다. 오늘도 행복한 그의 내장 지방은 쑥쑥 자란다.
장바구니에 식재료를 담을 때는 열정 넘치는 요리사의 마음이지만 냉장고에 채워진 싱싱한 재료가 날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때, 그들을 냉장고에 데려와 키우는 것도 아니고 썩히고 있어 미안할 따름이다. 그리고 여전히 부엌에 들어가 시작하기가, 오래 버티기가 힘들지만 오복이가 책상 앞에 앉아 시작하고 버티고 앉아있듯 나 또한 버텨보리라. '그냥' 한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10화로 연재를 마치며, 다짐한다.
간헐적 요리사의 열정은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것이다.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줌에 그저 고맙고 감사해하며 어설프지만 그들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뒷모습을 보여주겠다. 최애씨가 그렇듯, 오복이와 오팔이가 그렇듯. 우리 엄마가 그랬듯. 각자의 자리에서 아름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