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하고 활기 넘칠 것 같았던 건강이 안 좋아짐을 느껴 운동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잘 챙겨 먹으려 하고 있다.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복에 피하지방에 자극을 주고자 근력 운동을 살짝쿵 혹은 깔짝 대다 냉장고를 연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지만 입맛이 없다. 위大한 내가 말이다. 살다 살다 이런 경우도 생긴다. 몸보신하려 염소탕부터 여러 뜨끈한 국물을 찾아 먹으러 다니지만 몸에 스며드는 느낌이 없다. 입맛이 있어서 잘 먹는 게 아니다. 앞에 놓인 음식은 뭐든 감사히 잘 먹는다. 최애씨의 밥 체크를 피하려 다시 한번 냉장고를 살핀다. 한방병원에서 데려온 그대로,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열흘 치의 한약 아래 가려져 있는 베이글의 둥그런 쉐입이 보인다.
오늘의 요리는,
베이글
햄버거나 식빵은 먹지만 다른 빵은 별로 찾지 않는다. 그래서 5개 한 봉지가 마트 매대에 전시된 듯 그대로 있다. 대체 내가 왜 샀을까. 지난날의 나의 머릿속이 궁금해진다.
첫 번째,
두 번째,
벌써, 마지막이다.
크림치즈와 함께 먹으니 더 꿀맛이었다. 덕분에 한 끼 든든히 채우고 약으로부터 위장을 보호할 수 있었다. 느린 나의 손도 뚝딱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요리였다. 커피를 못 마셔 아쉬울 뿐이다. 맥주가 당기듯 커피가 당긴다. 못 마시게 하니 더 마시고 싶다. 금연의 괴로움도 이와 같을까, 담배를 1년 '쉰' 최애씨가 떠오른다.
어느새, 3월의 마지막주가 성큼 다가왔다.
뭐라도 챙겨 먹을 나이가 되었다. 모든 가정의 요리사님들도 건강하셔야 한다.
과연, 최애씨의 생일주간, 어떤 요리를 하게 될까, 해야 할까. - 시키자 -
오늘의 스승 _ 먹빼채널 (대파크림치즈), 허니베어(베이글)
대문 사진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