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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버PlayLaboR Aug 25. 2022

생태로운 문화예술교육을 위하여

고무신 기획 실행을 구지원작가가 쓰다

1. 둘레의 발견


  한국문화연수원 큰 선방에 방석이 놓여있습니다. 그 위에 한지로 포장된 물건과 동그란 스티커가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큰 선방으로 들어와, 앉고 싶은 곳에 자리를 잡습니다. 전국에서 모여든 선생님들은 아직 서먹서먹합니다. 하지만 2박 3일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 하는 얼굴들입니다. 

  “앞에 놓인 한지포장지를 뜯겠습니다. 벌써 뜯어보신 분의 호기심이 훌륭합니다. 아직 뜯지 않으신 분의 기다림이 좋습니다.” 안에는 노트와 여러 가지 색깔이 나오는 색연필 한 자루와 칼이 들어있습니다. 한지 포장지를 바닥에 놓고 색연필을 깎을 게요. 칼로 연필을 깎아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나나요?” 

  저마다 연필 깎는 속도가 다릅니다. 저마다 깎여나가는 양이, 연필심의 길이가 다 다릅니다. “연필을 다 깎으신 분은 한지를 뭉쳐서 저에게 던져주세요.” 선생님들이 던진 한지 뭉치는 한 번에 고무신에게 날아갑니다. “한 번에 못 날아오면, 두 번 나누어 날아오면 됩니다. 이렇게 쓰레기가 다 모였습니다.”  

  “동그란 스티커에 받침을 빼고 이름을 적어주세요.” 모두 일어나 걷습니다. 걷다가 눈이 마주친 사람 앞에 섭니다. ‘받침 없는 이름표’를 보고 서로 이름 맞추기를 합니다. 기회는 5번입니다. 한 번에 맞추는 사람이 있고 다섯 번 동안 못 맞추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름을 맞추는 동안, 오늘 처음 만난 사람과 눈 맞추고 인사를 나눕니다. “이번에는, 한 장의 스티커에 성과 이름 끝 자 만 적어주세요. 가운데 글자는 옆 사람이 만들어 주세요. 어떤 글자를 넣으면 좋을까요?” “어떤 이름이 만들어졌나요? 새로 만들어진 이름이 마음에 드나요?” “아니요. 이영주가 이행주가 됐어요.”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이름(희진)이 됐어요.” “최순옥이 최고옥으로 바뀌었어요. 넘 맘에 들어요. 진짜로 이름을 바꾸고 싶을 정도예요.” “저도 넘 맘에 들어요. 김선경이 김풍경이 되었어요.” “이 장소와 꼭 어울리는 이름이네요.” 서로의 이름을 알아가고, 이름을 새로 지어주는 동안 분위기가 말랑말랑해졌습니다.


내 몸에 깊어지기


  “몸의 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선생님들은 인혜샘의 목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모두 자리에 눕습니다. 편안하게 호흡합니다. 양손을 갈비뼈에 올리고 자기의 숨을 느낍니다. 한손은 배 밑에 다른 한 손은 가슴에 놓고 호흡합니다.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느끼며 숨을 들이쉬고 내 쉽니다. 배 밑에 있는 손을 등 뒤에 놓고 가슴에 있던 손을 배 밑으로 가져갑니다. 숨을 깊이 들이 마십니다. 숨을 깊이 내쉽니다. 내가 숨을 쉴 때 내 몸 구석구석이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 느껴봅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두 사람이 짝을 이룹니다. 한 사람은 눈을 감고, 한 사람은 ‘눈을 감고 있는 사람’ 등에 손을 살며시 댑니다. 눈을 감은 사람이 앞으로 걸어가면, 등에 손을 대고 있는 사람이 눈을 감고 있는 사람 앞에 놓인 장애물을 없애줍니다. 다른 사람과 부딪치려고 하면 등에 댄 손으로 살짝 방향을 바꿔줍니다. 두 눈을 감은 사람은 난생처음 만난 사람의 손을 의지합니다. 상대방의 손 움직임을 느끼며 걷습니다. 큰 선방에 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지만, 눈을 감은 사람은 등을 살포시 감싸고 있는 손만 느낍니다. 큰 선방 어디 즈음 서 있는지를 가늠해봅니다. 역할을 바꿔 해 봅니다. 눈을 감고 걷는 것이 편한 사람이 있고, 리더를 하는 것이 편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서로의 몸을 안마해 줍니다. 짧은 순간이었는데 아주 긴밀한 관계를 맺습니다.   


내 마음에 깊어지기 


  종이를 가로로 두 번, 세로로 두 번 접습니다. 열여섯 칸이 만들어졌습니다. 선생님들은 자연에서 만나고 싶은 것을 적습니다. “느리다. 비추다. 흐르다, 사랑, 기쁨, 행복, 눈물, 밑으로 밑으로” 등 종이는 추상적인 단어들로 채워집니다. 종이를 접어 가운데 모읍니다. 한 사람씩 나와 하나씩 선택합니다. 누구의 종이를 선택했는지를 말하고, 자기소개도 합니다.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예술분야로 참여자들을 만나는지, 연수에서 무엇을 얻고 싶은지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 합니다. 


  종이와 연필을 들고 밖으로 나갑니다. 걷습니다. 어슬렁어슬렁 걷습니다. 흐르는 물을 따라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뜨거운 태양과 마주서는 사람이 있고, 그늘에 앉아 토끼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있습니다. 낮은 자세로 풀을 관찰하는 사람이 있고, 소나무 정원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연 밭에서 새까만 연 씨와 연잎의 보송보송한 솜털을 보고, 바람 한 점 없는 곳에서 바람을 불러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가 보고 있는 자연은 누군가가 보고 싶어 하는 바로 그것일 수도 있고. 전혀 다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 우연성이 재밌습니다. 큰 선방에 다시 모였습니다. 


  선생님들은 나를 닮은 자연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많고 많은 자연물 중 나의 성격을 닮은 자연, 나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자연을 하나 선택합니다. 형용사나 동사를 붙여 자유롭게 제목을 정합니다. 노트에 제목을 적습니다. “이제부터, 15분 글쓰기를 시작하겠습니다. 15분 글쓰기의 조건은 딱 하나입니다. 15분 동안 손이 멈추면 안 됩니다. 내가 쓰는 것이 아니라 연필이 생각을 받아 적는 것이라 여기면 좋겠습니다. 만약 연필이 멈추면 제목을 다시 한 번 써 주세요. 그러면 글이 저절로 연결될 거예요.” 


  15분이 지났습니다. ‘15분이 이렇게 긴 시간이었나?’라고 생각하는 분이 분명 있을 텐데, 손은 여전히 글을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1분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돌아가면서 읽어 볼까요?” 여기저기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마음에 드는 구절 정도 읽겠지’하고 생각했는데, 다 읽으라니? “글을 소리 내어 읽으면 그 소리를 나의 심장이 듣습니다. 쓰기와 읽기를 함께 했을 때,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하나의 과정이니 용기를 내 주세요.” 설주샘을 시작으로 모두 소리 내어 글을 읽습니다. 자기의 마음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갑니다. 


  “밖으로 나가 자연에서 놀궁리를 하겠습니다. 아이디어를 내는 시간입니다. 돌아가며 무슨 궁리를 할 건지를 말해 주세요.” “왼손으로 흙 위에 초상화 그리기를 하면 좋겠어요.(신지애)”, “각각의 돌멩이 소리의 크기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고, 그 소리로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노영숙)”, “바람으로 놀고 싶어요.(김선경)”, “물을 모으고, 물을 터주기하며 놀 거예요.(심정화)”, “돌멩이 던지며 놀고 싶어요.(이치원)”, “물에 발 담그고 놀고 싶어요(최순옥)”, “나를 닮은 돌멩이와 나뭇가지를 찾아볼래요(조혜림)”, “나뭇잎으로 경주하기를 해 보고 싶어요.(김나영)”, “화관으로 수건돌리기를 하고 싶어요.(이영주)” “나를 닮은 나무 찾기나, 닮고 싶은 나무 찾기를 하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김영승)”, “바람의 종류에 따라 비행기가 어떻게 다르게 나는지 보고 싶어요.(오주연)”, “모두가 나무가 되고, 술래만 나무가 아닌 놀이를 해 보고 싶어요(민경찬)”, “돌멩이 친구 꾸미기를 한 후, 패턴 음악에 맞춰 돌멩이를 나열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김정아)”, “바람의 흔적으로 춤추기를 할래요.(박영미)”, “개미놀이터, 흙두꺼비집 쌓기하며 놀래요.(이지현)”, “나뭇잎 불기를 하고 싶습니다.(김관규)”, “뒤에 있는 사람이 앞 사람 등에 그림을  그리면, 앞 사람이 물로 흙에 그림그리기를 하면 어떨까요?(이민경)”, “물의 흐름을 감상하고 미술로 연결하기를 하고 싶어요.(김설주)” 각자 하고 싶음이 생겨났습니다. 


  “이 단초를 어떻게 눈덩이처럼 늘어나게 할 수 있을까요? 하다보면 되고 한 만큼이 결과입니다. 결과를 위해 달려가면 거기까지가 끝인데, 한 만큼이 결과면 끝이 없습니다. 한 만큼에서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2. 물로·돌로·불로 놀고 예술하기 


  고무신이 대나무로 말뚝을 박습니다. 선생님들이 나무로 만든 망치와 대나무말뚝을 하나씩 들고, 함께 말뚝을 박습니다. 망치소리가 먼 산까지 울립니다. 여기서 탕탕! 저기서 탕탕탕! 금새 3줄의 말뚝이 만들어졌습니다. 접밴드로 줄을 칩니다. 원하는 대로 높낮이를 바꿔가며 지그재그로 거미줄을 칩니다. 빈공간이 놀이터로 변신했습니다.     


  한 명씩 거미줄을 지나갑니다. 위로 넘어가도 좋고, 아래로 기어가도 좋습니다. 줄만 건드리지 않으면 됩니다. 줄을 건드린 사람은 그 자리에서 거미가 됩니다. 시간이 갈수록 거미가 늘어납니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사람은 거미들 때문에 줄을 통과하기가 더 어렵지만, 방법을 찾아내어 무사히 통과합니다. 


  “여기에서 또 어떻게 놀까요? 놀이를 한 번 만들어 보세요.” 경찬샘이 ‘사다리타기처럼 줄을 잡고 가기’를 제안합니다. 몇 사람이 나와 줄을 잡고 거미줄을 통과합니다. 한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경찬샘은 새로운 미션을 줍니다. 경찬샘은 땡볕에 앉아 있어도 신이 납니다.   


  금방 만들어졌던 거미줄 놀이터는 언제 이곳에 있었냐는 듯 사라졌습니다. 다시 빈터입니다. 거미줄이었던 접밴드를 하나씩 들고 옆 사람 허리를 묶습니다. 선생님들은 줄로 연결됩니다. 모두 하나가 됩니다. 그 모양으로 걷습니다. 마곡사로 갑니다. 


  인혜샘은 나무 계단을 올라갑니다. 한발씩 디딜 수 있는 나무계단은 높이가 지그재그로 되어 있어 올라가는 모양이 재미있습니다. 수진샘은 돌탑을 쌓고, (김)정아샘은 혼자서 구석구석 거닐고, 지현샘과 영숙샘은 나무 그늘에 앉아 예불소리와 목탁소리를 듣습니다. 영미샘과 윤진샘은 자연물에서 가져온 문양을 관찰하고 정화샘은 뜰에 핀 꽃을 봅니다. 관규샘, 영주샘, 설주샘은 계곡물에 들어가 수영을 합니다. 고무신은 생수병으로 물총을 만들어줍니다. 나영샘. 주연샘, 혜림샘은 물총을 쏩니다. 물줄기가 하늘 높이 쏟아 오릅니다.    


  모두 계곡으로 내려갔습니다. 나무에는 풍경종과 오르벨이 걸려있습니다. 손정아샘이 먼저 와 달아놓은 것입니다. 편안하게 앉아 바람을 기다립니다. 정아샘이 부르는 ‘Mattinata아침의 노래’를 듣습니다.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매미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기다렸던 바람이 부니, 종소리가 들리고, 풀이 흔들립니다. 자연에 흠뻑 취해 아르보 패르트의 ‘Spiegel im Spiegel거울 속의 거울’을 듣습니다. 정아샘 따라 ‘참 재미있었지’를 다 함께 부릅니다. 정아샘이 나누어준 종을 자기가 원하는 신체부위에 겁니다. 손가락에 거는 사람이 있고, 귀에 거는 사람이 있고, 발가락에 거는 사람이 있습니다. ‘참 재미있었지’노래에 맞춰 종소리를 냅니다. 종을 발가락에 건 사람은 발을 흔들고, 귀에 건 사람은 고개를 흔듭니다. 웃옷 단추에 건 사람은 온 몸을 올챙이처럼 흔들며 춤을 춥니다.    


  정아샘이 슈베르트의 송어이야기를 하며 음악을 들려줍니다. 인혜샘이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슈베르트의 송어에 물이 장단을 맞추고, 인혜샘의 춤사위가 물 위로 흐릅니다. 수진샘이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두 사람이 함께 손을 잡고 춤을 춥니다. 햇빛이 뜨겁게 내리쬐지만, 물이 다 안아줍니다. 춤추는 사람은 물속의 돌이끼가 미끄럽지만 밖에서 보는 사람들은 눈치 채지 못합니다. 수면 위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습니다. 영주샘과 민경샘이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자연에 흠뻑 빠져듭니다. 그대로 자연이 되어 자유를 만끽합니다. 고무신은 종이를 뜯어 종이배를 만듭니다. 선생님들도 함께 종이배를 만듭니다. 계곡 위쪽으로 걸어가 배를 띄웁니다. 아래쪽에서 춤을 추던 선생님들이 종이배를 다 받아줍니다.  


  고무신은 크레욜라분필을 꺼내 돌에 그림을 그립니다. 선생님들도 분필을 듭니다. 선경샘은 “앞으로 나는 놀궁리만 할 거예요.”라고 말하며 놀궁리라는 글자를 돌 위에 씁니다. 예쁜 꽃도 그려 넣습니다. 경찬샘은 “낙서에 빠지면 안 되는 게 있어요.”라고 말하며 <고무신 바보>라고 적습니다. 그리고 '바보'에 X표를 하고 옆에 '천재'라로 고쳐 씁니다. 순옥샘은 큰 돌에 그림을 그리고, 설주샘, 지애샘, 민경샘은 동그랗게 앉아 작은 돌에 여러 가지 색을 칠합니다.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랑곳없습니다. 돌멩이를 손으로 만지고 문지르고 비비면서 칠하는 일에 몰입합니다. 정화샘은 돌로 물을 가두고 네 송이의 꽃을 띄웁니다. 강물에서 춤추던 네 사람을 표현한 것이라 합니다. 영주샘은 물장구치고, 김정아샘은 풍경종과 오르벨 줄을 흔들며 종소리를 냅니다. 저마다 자기의 세계에 빠져, 자기의 흥을 깨우고, 자기에게 깊어집니다. “책상에 앉아 머리로 프로그램을 짜는 것과 자연에 푹 젖어 놀면서 놀궁리를 하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요?”  

  낮의 물놀이는 밤의 불놀이로 이어집니다. ‘더운데 무슨 불놀이야?’라고 생각했습니다. 불 앞에 서니 생각이 달라집니다. 열을 열로 다스린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실감이 납니다. “불이 주위의 습기를 날려버려 시원해져요. 그래서 여름에 불놀이를 하는 거예요.” 불 옆에 꽂아놓은 마시멜로가 말랑말랑해지기를 기다립니다. 크래커에 초콜릿과 마시멜로를 넣어 한 입 뭅니다. 감자와 고구마가 익어가고, 이야기가 익어갑니다. 삼삼오오 이야기는 모두의 이야기가 되었다가, 밤하늘의 별이 되었다가, 기억이 되었다가, 아쉬운 시간이 되었다가, 불이 되었다가, 물이 됩니다. 밤이 깊어갑니다. 나무가 모자라니, 선생님들이 주위에서 주워옵니다. 큰 나무토막은 톱질하고, 가늘고 긴 나무는 손으로 부수어 불에 던져 넣습니다. 잦아들던 불씨가 다시 활활 타오릅니다. 타다타닥 타 들어가는 나무에 오로라 가루를 넣습니다. 파란 불꽃이 넘실거리니, 모두 “와‘하고 감탄합니다. 경찬샘이 말합니다. “가스레인지 불꽃도 파란색인데?” 그 말에 모두 빵 터졌습니다. 크게 웃습니다.  

3. 천개千個로 만개滿開하기


  “종이접시 천 개로 놀이가, 예술이 만개하는 시간입니다. 젓가락 천 개도 좋고, 고무줄 천 개도 좋습니다. 돌이나 나뭇잎 천 개도 좋습니다. 그것이 무엇이 되어도 좋습니다. 여기에 있는 모든 물건을 다 이용할 수 있습니다. 종이접시를 변신시켜주세요.”


  관규샘은 마이크대와 노란풍선을 이용해 드럼을 만듭니다. 민경샘은 종이접시를 신발로 만들어 신고 다닙니다. 신발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스스륵 미끄러지니까 ‘스스륵 발’이라고 할래요.” “누가 신으면 좋을까요?”, “걷기를 귀찮아하는 사람에게 좋을 것 같아요.” 


  주연샘은 마곡사에 앉아 들었던 풍경소리가 너무 좋았다며 풍경을 만듭니다. 지현샘은 박 터트리기 할 때 쓸 박을 만들고, 영숙샘과 윤진샘은 실로 줄을 만들어 악기를 만듭니다. 희영샘은 가면을 만들고, 경찬샘은 축구공을 만듭니다. 영미샘도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이게 뭐예요?”, “글쎄요. 알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이 말이 참 재미있습니다. 만드는 과정에서 생각이 자꾸 바뀌고 그 생각을 따라가고 있다는 말로 들렸습니다. “시간과 창의력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마음씨앗을 잃어버리면 예술성이 뛰어나오지 않습니다.” 


  “뒤에서 포켓몬 카드를 4장씩 가져와 주세요. 포켓몬 카드 2장을 한 세트로 만들어요. 단단했던 하나와 하나가 합쳐져서 길쭉한 하나가 됩니다. 네 모서리를 펀치로 뚫어주세요. 가로로 구멍이 있는 곳까지 가위질을 합니다. 위쪽 구멍 두 개에 고무줄을 끼웁니다. 고무줄을 X모양으로 꼬아 아래쪽 구멍 두 개에 끼웁니다.” 고무신의 말을 들으며 선생님들은 팔딱팔딱 튀어오르는 개구리딱지를 완성합니다. 모둠을 나누고, 개구리딱지로 노는 방법 세 가지씩 만듭니다. ‘많이 받기’, ‘멀리뛰기’, ‘한 바퀴 돌고 받기’, ‘종치고 받기’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합니다. 각 모둠이 제시하는 방법으로 다 함께 놉니다.


  고무신이 말합니다. “야구처럼 멀리치기 합시다.” 종이접시가 야구방망이가 됩니다. 개구리딱지가 튀어 오르면 멀리멀리 날아가도록 칩니다. 모둠 대표가 앞으로 나와 동시에 개구리딱지를 날립니다. “이번에는 개구리딱지를 뒤집어서 손가락으로 눌러주세요. <나는 이런데 이렇게 바뀔 거야.>라고 말하고 손가락을 떼 주세요. 돌아가면서 하겠습니다.” 

  “나는 생각이 많은데 생각을 덜할 거야.(신지애)”, “나는 눈치를 안보고 내 길을 갈 거야.(최인혜)”, “나는 짜증을 안 낼 거야.(박영미)”, “나는 나를 사랑할 거야.(김선경)”, “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을 거야.(심정화)” 개구리딱지가 뒤집어지지 않습니다. 다 함께 “뒤집어져라!”고 외칩니다. 개구리 딱지가 느림보 딱지가 되었지만, 다행히 뒤집어졌습니다. 


  “나는 에너지가 약한데,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 될 거야.(노영숙)”, “나는 자신감이 부족한데 자신감 있게 행동하는 사람이 될 거야.(김희영)”, “나는 틀을 깰 거야.(최순옥)”, “나는 지금처럼 할 거야.(이영주)”, “나는 용감하고 싶어요.(이지현)”, “나는 어린이가 될래.(이치원)”, “리듬이 깨졌어요. ‘나는 이러한데 이렇게 바뀔 거야.’입니다.”


  “나는 벽을 만났는데, 그 벽을 뛰어넘을 거야.(김영승)” 아이쿠, 개구리 딱지가 넘어가지 않아요. “뒤집어져라!”고 모두 함께 외치지만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옆에서 바람을 일으켜도 넘어가지 않습니다. 고무신이 말합니다. “인혜샘 딱지 좀 빌려주세요. 혼자 넘기 힘들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판을 바꾸면 됩니다.” 영승샘은 인혜샘 딱지로 다시 주문을 외웁니다. “나는 벽을 만났는데 그 벽을 뛰어넘을 거야.” 팔딱, 개구리 딱지가 높이 뛰어올라 뒤집어졌습니다. 모두 환호성을 지릅니다. 영승샘은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 거예요. 


  “나는 올빼미인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종달새가 될 거야.(오주연)” 개구리 딱지가 또 넘어가지 않습니다. 고무신이 일어나 주연샘에게 갑니다. 주연샘이 만든 개구리 딱지의 양 모서리를 잘라줍니다. 개구리 딱지가 팔짝 잘 뜁니다. “저 신 맞지요? 고무·신이요.” 그때그때마다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주는 고무신이 신기합니다.  


  “나는 걱정이 많은데 걱정을 내려놓을 거야.(김나영)”, “나는 철이 들고 있는데 철이 안 들 거야.(민경찬)”, “나는 너무 잘하려고 스트레스를 받는데 너무 잘하려고 하지 않을 거야.(김정아)”, “나는 삐죽이인데 둥글이가 될 거야.(이윤진)”, “로또 1등(권수진)”, “나는 졸보인데 대담해 질 거야.(이민경)”


  종이접시로 드럼을 만든 관규샘의 작품을 보고 (손)정아샘이 고무신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피아노와 함께 연주를 하면 좋겠어요.” 선생님들이 개구리 딱지로 모둠별 놀이를 만드는 사이 고무신과 (손)정아샘은 한 켠에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혜림샘과 (손)정아샘이 피아노를 칩니다. 관규샘이 나와 종이접시 드럼을 칩니다. 민경샘이 긴 막대를 두드립니다. 고무신이 설주샘과 지애샘에게 보드 마카를 줍니다. 두 사람은 음악에 맞춰 보드판에 낙서를 합니다. “무용하시는 선생님들 나와 주세요.” 인혜샘과 수진샘과 (김)정아샘이 나왔습니다. 부끄럼이 많아 이틀 동안 나서지 않던 희영샘도 나왔습니다. 역시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고무신은 영미샘에게 물티슈를 줍니다. 영미샘은 물티슈로 보드판을 닦습니다. 설주샘과 지애샘의 낙서 리듬과 어울러 집니다. “연극선생님들 앞으로 나와 주세요.” 음악에 맞춰 예술이, 놀이가 하나가 됩니다. 모두의 끼가 저절로 열리는 마법 같은 순간입니다. 자연 속에서 그대로 자연이 되었던 순간들이 지나갑니다. 서먹했던 순간들, 서로를 알아가는 순간들, 몸과 마음을 깨우고 스스로에게 깊어졌던 순간들이 음악에 맞춰 휙휙 지나갑니다. 무용 선생님들의 리더로 움직임이 큰 덩어리가 되었다가 흩어집니다. 생태로운 문화예술교육_자연에서 놀궁리, 그 진한 만남이 끝을 향해 갑니다.



  마지막 활동입니다. “두 팀으로 나누어 작품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한 팀은 나무블록으로, 한 팀은 대나무 조각으로, ‘무엇이든 만들기’입니다.” 선생님들의 손이 꼼지락꼼지락합니다. 나무블록은 대한민국 지도로 변신했습니다. 대나무는 길이 되고 활짝 핀 꽃이 되었습니다. 구슬이 대나무길을 지나갑니다. 아름다운 길을 지나가기도 하고, 험난한 길을 지나가기도 합니다. 구슬은 결국 활짝 핀 꽃에 도달한다는 퍼포먼스가 만들어졌습니다. 


  “연수 전과 연수 후 나의 활동의 지향점은 어떻게 변했나요? 생태로운 나의 활동방식, 나의 수업방식에서 ‘나는 OOO 하고 싶다’를 다섯 가지 써주세요.” 네 모둠으로 나뉜 선생님들은 돌아가며 서로의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하고 싶음을 나눕니다. 자유롭게 모둠을 바꾸어 모두 한 번씩 만납니다. 모둠이 바뀔 때마다 ‘나는 OOO 하고 싶다’에 생각이 보태어지거나 빼지고, 더 유연해지거나 더 단단해집니다. “질문이 많은 수업을 만들고 싶어요.”, “카피한 것이 아니라 내 것을 만들어 의미 있는 수업을 하고 싶어요.” “누워서도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어요. 교육목표에 얽매이지 않고 더 자유로운 활동을 하고 싶어요.”, “잘함을 강요하지 않고 아이들의 표정을 더 잘 보고 싶어요.”, “속도에 집착하지 않고, 한 주제를 여러 차시로 이어가는 활동을 해 보고 싶어요.”, “느낀 그대로 모든 감각을 열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공간을 익숙하게 느끼는 활동을 할 거예요.”,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고 싶어요.”, “이번 연수처럼 자유를 주고 싶어요.”, “네 바퀴 도는 동안 관계에 대한 고민을 안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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