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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나 Oct 30. 2022

놓칠 수 없는 수업, 합창

노래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IPC(International People’s College)에는 매우 훌륭한 합창 수업이 있는데 교장선생님이신 쇠렌 라운비에르 (Søren Launbjerg)가 그 수업의 숨은 조력자다. 그는 젊었을 적 유명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성우로 활약했을 만큼 한때 뮤지션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였다. 그는 지금도 뮤지컬이나 연극, 노래로 무대에 오르는 ‘현역’ 뮤지션이다. 음악을 너무나 즐기고 사랑하는 분으로, 밤늦게 공용 거실(common room)에 모인 우리들을 위해 몇 시간이고 지친 기색 없이 무슨 노래든 유려한 반주를 레드카펫 깔 듯 깔아 주시곤 했다. 내 눈에는 그 모습이 볼수록 너무나 신기해 보였다. 


호이스콜레에서의 합창 수업은 가창실기 수업하던 때를 떠올리면 안 된다. 음정이 어긋나거나 음치인 자신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전체가 내는 소리의 하모니를 느끼며 내 몸에서 흘러나오는 울림을 보태면 그만이 다. 그런데 어쩐지, 시간이 흐를수록 소리는 좋아졌다. 가창력이 있는 친구 가 자진해 손을 들어 솔로 부분을 소화할 때가 있긴 하지만, 특출한 한 명이 주목받거나 특별히 칭찬받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소리가 목을 어떻게 통과하는지, 어떻게 하면 더 나답게, 제대로 낼 수 있는지 몸 전체를 아우르는 팁을 주는 선생님의 모습이 아주 신선하게 다가왔다. 과거 한국에서의 중, 고교 시절 음악수업에서 다루곤 했던 음악 이론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수업이 시작되면 바로 목을 풀고 새롭게 몇몇 곡을 배운 후, 그 노래를 반복해 성부(알토, 메조, 소프라노, 테너, 베이스) 별로 연습했다. 성량이 크지 않거나 정 자신이 없으면 립싱크도 OK다. 


아침 일찍 개설되어 있었던 합창 수업을 나는 정말 좋아했다. 봄학기 합창 수업을 맡으셨던 선생님은 계단을 올라 교실에 들어서는 학생들을 계단 위에서 기다리고 계시다가 한 사람 한 사람 가벼운 포옹으로 맞아 주시곤 하던 스위트 한 분이셨다. 방문을 나서기 싫게 만드는 썰렁한 이른 아침 공기도, 길고 긴 북유럽의 겨울이 주는 울적함도 따스한 포옹으로 시작되는 합창 수업 뒤엔 이내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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