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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장애의 후유증

수유 중 리비도와 공격성

수유장애의 후유증 : 우울증, 중독, 건강 염려증, 자살     


탐구자 :  아기의 존재는 아무래도 젖 빨기부터 시작된다고 봐야 되겠죠? 


분석가 : 그렇습니다. 아기는 아무런 의식 없이 젖을 빨지만, 알고 보면 그 아기는 집단무의식의 힘으로 생존을 위해 젖을 빠는 것으로 자신의 생존을 위해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 겁니다.


탐구자:  젖 빨기는 공격성과 연결되면서 그 공격성이 존재를 계속 상승시켜 줘야 되겠죠? 


분석가 : 젖 빨기는 공격성뿐 아니라, 리비도의 작용이죠. 아기는 공격성과 리비도가 함께 작업하는 합동력으로 생존 작업을 하는 겁니다. 유아기에는 지성이 작동하지 않는 기간이기 때문에 유아는 거의 몸 안에 모든 기억들을 담아 놓습니다. 젖 빨기를 하는 동안 지성을 사용하지 않는 아기는 감각을 통합해 가고 감정을 살려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탐구자 : 감각통합과 감정 살리기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첫 1년 동안에 중요하게 발달해 가야 하는 영역이겠군요. 젖을 빠는 동안 아기의 감정과 공격성의 연관성에 대해 설명해 주실까요?


분석가 : 아기의 감정은 곧 공격성과 직결되어 있어요. 프로이트가 공격성을 죽음본능에 속한 것으로 본 반면, 위니캇은 아기의 공격성을 생명본능의 영역에 놓고 있어요. 유아가 어머니가 제공하는 수유관계에서 공격성을 얼마나 강한 강도로 발현하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아기가 어머니의 젖꼭지를 무는 순간, 아기는 아무런 생각 없이, 마구 빨아대는데 정신이 없을 겁니다. 배가 고픈 정도에 따라서 엄청난 힘으로, 자기 존재를 실어서 모든 힘을 다해 어머니의 사정을 보지 않고 빨아댈 수 있어야 하겠죠. 그렇게 되면 아이는 공격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면서 안전한 젖 빨기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그 순간에 어머니가 비명을 지른다거나,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고, 심지어 아기를 때리기까지 한다면, 그리고 이런 상황이 수십 번, 수백 번 반복이 된다면, 아기는 젖을 빨아내는 힘의 크기와 속도를 조절을 하게 되겠죠. 

그런 식으로 어머니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아기는 공격성을 억압하기 시작하게  되고, 그 결과는 수유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겁니다. 공격성이 억압되면, 당연히 감정이 억압될 수밖에 없겠죠. 위니캇은 수유장애가 유아의 향후의 삶에 대한 영향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합니다.


  “한쪽 끝에는 유아의 수유장애가 있고, 다른 쪽 끝에는 우울증(melancholia), 마약중독, 건강염려증, 그리고 자살 등이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먹는 것은 건강과 마찬가지로 모든 종류의 질병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소아의학을 거쳐 정신분석학으로}, 124)     


수유장애로 인한 내장환상    

 

탐구자 : 아동기가 되어서 자주 설사하고, 복통을 일으키고, 구토하고 변비 때문에 관장을 해야 하는 등의 문제도 수유장애와 관련이 있나요?


분석가 : 그렇습니다. 이 상황에서 아이들은 이미지로 말을 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보통 아이가 복통이 나서 소아과에 가면 아이들의 언어를 이해할 줄 아는 의사들이 없거든요. 그래서 혼자 끙끙 앓게 된다는 겁니다. 위니캇이 예로 드는 한 아이는 내부의 불편함에 대해 질문을 받을 때, 자신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면서, 자신의 내부에서 스페인 사람과 영국 사람이 서로 칼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네 살 된 어린 소년은 음식을 다 먹고 났을 때, 뱃속에 작은 사람이 접시를 두드리고 있다고 말하죠. 이런 이미지들이 위니캇이 말하는 ‘구강기 환상’이라는 겁니다. 

이런 것들이 모두 아이의 유아기 때 수유상황에서 장애가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상(像)들이죠. 아동기뿐 아니라, 청소년기 청년기에도 이런 상들이 자주 나타나는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어요. 

몸이 힘들어 과로하게 될 때, 어떤 아이가 나타나서 높은 산을 오르다가 갑자기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끔찍한 상을 그려 내기도 해요. 이 사람은 밤에 잘 때 꿈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훤한 대낮에 맨 정신에 그런 상을 떠올려요. 그 상들은 모두 내장이 만들어 내는 환상입니다. 

이 환상을 매우 리얼하게 경험하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이 몸에 이상이 있을 때에는 환상이 나타나서 현실보다 더 리얼하게 어필하기도 한다고 그래요. 그게 다 내장이 보내는 환상이에요.      


내장에서 피부로 확산되는 리비도     


탐구자 : 왜 내장이 그런 환상을 만들어 내는 건가요? 


분석가 : 위니캇의 이론에 의하면, 유아기 때 수유장애로 인한 것이죠. 아기가 어머니 태중에 있을 때는 모든 리비도가 내장에 몰려 있다가 수유과정에서, 그리고 통합되지 않은 상태를 충분히 누리면서 리비도를 서서히 내장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는데, 궁극적으로 피부까지 퍼져 나가게 됩니다. 

이때 유아는 수유를 만족스럽게 경험하면서 리비도를 온몸으로 분산시켜야 하는데, 만일 수유에 장애가 발생하게 되면, 리비도가 내장에서 피부로 확산되어 나오지 못하고 내장에 머무르게 됩니다. 

그러면 피부의 감각의 민감성이 떨어지고 아울러 개인의 인격적 경계를 세우는 데에도 문제가 됩니다. 그런 아이가 학교 들어가게 되면 다른 아이들로부터 침범을 잘 당할 가능성이 높아지죠. 

탐구자 : 소위 <왕따>당할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분석가 : 그렇습니다. 리비도가 피부까지 나와야 피부를 경계로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별하게 되면서 자아 개념을 확실하게 정립해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거든요. 리비도가 내장에 머물러있는 사람들이 현실적응을 못하게 되고, 어디를 가나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학교에서는 자주 찾는 곳이 바로 양호실이죠.


탐구자 : 아이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모나 의사나 학교 교사나 무의식적 언어를 잘 이해할 수 있어야 되겠군요.


분석가 : 무의식에 대한 관심은 아이를 이해하는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삶의 모든 일상과 직업과 문화와 예술 그리고 신앙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무의식적 언어를 이해하고 무의식적 의사소통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그것을 건강의 지표로 삼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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