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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따라 우울해지는 사람들의 투사적 동일시

추위를 공포로 느끼는 사람들

가을의 찬바람을 싫어하는 여성


어떤 여성은 가을이 찾아와 첫 차가운 바람을 느끼는 순간, 깊은 우울에 빠진다고 했다.

나는 그녀의 무의식 세계에 접근해 보았다.

알고 보니, 그녀의 그런 우울감은 유아기 어머니 양육과 관련이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평소 따뜻한 마음이 없어 아기를 키울 때도 그렇게 공감적이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기가 울어도 왜 우는지 알지 못했고, 오히려 아기가 운다는 사실에 대해 짜증부터 났다.

따뜻한 아랫목에 편안한 마음으로 누워있을 때 아기가 울면, 건강한 어머니라면 아기가 우는 즉시 나도 모르게 몸을 벌떡 일으켜 아기의 욕구를 해결해 줄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어머니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어머니는 따뜻한 아랫목을 즐기는 내 몸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 

아기가 울든 말든 내 몸의 안락과 쾌감을 누리는 것이 먼저였을 것이다. 

아기는 기저귀가 차가워져도 견뎌야만 했을 것이다.


그녀는 유아기에 이런 일은 자주 겪었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지금도 미혼인 그녀는 나이 40이 되기까지 많은 남자들을 만났지만, 가을이 되면 그동안 잘 진행되어 오던 그 연애는 어김없이 깨졌다.

찬 바람이 불면 그녀는 여지없이 우울증에 빠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자기를 사랑한다고 좇아 다니던 남자가 언젠가를 자기를 버릴 것 같아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그를 미리 차 버리는 것이었다.

차이기 전에 미리 차는 일이 반복되는 연애를 십수년을 지속적으로 해 온 것이었다.

바로 투사적 동일시가 일어난 것이다. 

가을 찬 바람이 불면 우울증에 빠지게 되면서, 한동안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 줬던 남자에게 기저귀가 차가워지기까지 내 버려두고 자기 몸 챙기기에 바쁜 어머니의 냉정하던 모습을 투사하는 것이다. 

그녀는 어머니에게 거절당했던 경험을 연애 대상인 남자에게 그대로 투사하고 어머이와 동일시하는 일을 반복해서 일으키는 것이다.

 

그녀의 생일을 물어봤다. 

그녀의 생일은 8월 말이었다.


겨울의 을씨년스러운 날씨가 두려운 어느 중년 남자


그는 겨울을 무척 싫어한다.
겨울이 되면 심해지는 미세먼지가 싫고, 무엇보다 추위가 싫다. 

특히 미세먼지는 심할 정도로 민감하다.


그는 겨울이 되면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다고 한다.

언젠가 그는 겨울을 피해 하와이 가서 한 달 살다 온 적도 있다.

비용문제로 요즘은 겨울이 되면 서울보다 조금이라도 따뜻한 제주도로 간다.


추운 겨울이 되면 저녁 8시가 너무 힘들다.

겨울 저녁 8시가 되면 그렇게 우울해진다.


그에게 우울해지는 조건이 있다. 

겨울 저녁 8시, 날씨가 영하 기온으로 피부에 차가움이 찾아오고,  밖은 고요하여 정적이 흐르는 순간, 그는 그 순간이 너무 싫다.

거기다가 바람 부는 소리가 왱왱하고 울리는 을씨년스러운 날씨 정도가 되면, 그것은 공황장애를 자아낼 만큼의 공포를 불러온다.

그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싫어했던 상황이다.


몇 년 전에 경험했던 위의 사례가 생각나서 혹시나 해서 가을의 첫 찬 바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그는 가을 찬 바람은 괜찮은데, 겨울이 오기 시작한다는 느낌이 들면, 너무 무섭다고 말한다. 

그것은 위의 사례처럼 차가운 채 차고 있는 기저귀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도 생일을 물어봤다.

그의 생일은 11월 말이었다.

그러니 가을 찬바람 와 차가운 기저귀와의 관계는 분명 아니었다. 


그에게 유아기 상황을 물어봤다.

여장부 같은 어머니는 그를 낳고 한 달 만에 출근을 했다고 한다.

오전과 낮에는 이웃 아주머니들이 와서 번갈아 가면서 아기를 돌보았고, 오후에는 이모가 와서 그를 돌봤다고 한다. 

이모는 자신의 가정을 돌봐야 하는 관계로 저녁 7시가 되면 그를 홀로 두고 떠나야만 했다.

어머니가 돌아오는 시간은 대략 8시에서 8시 30분이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는 겨울이 되면, 유독 아내와 많이 싸웠다고 한다. 

아내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추운 겨울 날씨에 그런 공포와 두려움이 오면, 그 두려움을 잊기 위해 뭔가를 해야만 했는데, 그것이 바로 잦은 부부싸움이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도 투사적 동일시가 일어난 것이다. 

자신을 잘 돌보지 않은 어머니에 대한 보복을 아내에게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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