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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분석 : 방바닥에서 용암이

꿈 내용


방이 보였다. 내 느낌에 아래 바닥에서 뭔가 불꽃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어~ 꺼야 되겠다. 수건 같은 것으로 진화했다. 그런데 불이 안 꺼진다. 큰일 나겠다 싶어, 요를 걷어내니, 바닥이 용암처럼 달궈져 있었다. 갑자기 불안해지니까, 어떤 여성이 119 부르라고 한다. 바로 전화해서 소방관을 불렀는데, 어떤 남성이 와서 진화를 잘했다. 그 남성과 대화를 했는데, 대화 내용은 기억 안 난다. 그 남성의 얼굴이 생생했다. 다부지게 생겼다.




불 위에서,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하다


방 안이었다. 평온해 보였지만, 그 아래 바닥에서 뭔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불꽃. 처음에는 작았다. 수건 같은 것으로 덮어보았지만, 불은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활활 타올랐다. 요를 걷어내자 바닥은 달아올라 있었다. 용암처럼, 타오르는 내면의 어떤 것. 불안이 밀려왔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119를 불러요.”


꿈속이었지만, 너무 현실 같았다. 나는 전화를 걸었고, 소방관 한 남자가 도착했다. 다부진 얼굴, 생생히 기억나는 인상. 그는 능숙하게 불을 진압했다. 이후 무슨 말을 나눴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의 얼굴만큼은 뇌리에 남아 나를 붙잡았다.


이 꿈은 그저 꿈이 아니었다. 내담자의 꿈이었고, 동시에 내담자의 영혼이 보내온 상징의 언어였다. 상담자로서 나는 이 꿈을 앞에 두고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이 꿈은, 그녀가 살아온 고요한 화산이었다.


불은 어디에서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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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처럼 달궈진 바닥은 내담자 안에 억압되었던 강렬한 분노, 열정, 에너지, 욕망, 그리고 변화에 대한 갈망 등 다양한 감정들이 존재함을 상징한다. 이는 오랫동안 감춰져 있던 감정들이다.

'요'를 걷어내는 행위는 내담자가 지금까지 사용하던 방어 기제를 해체하고 현실을 직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겠다는 의미이며, 이는 특히 남편에게 더 이상 참지 않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행동과 연결된다


수건이나 물로 불을 끄려다 실패하는 것은 내담자가 기존에 사용하던 문제 해결 방식으로는 더 이상 현재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음을 인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119를 불러라'는 내면의 음성으로서 내담자 안에 있는 보호적인 자기 기능 또는 성숙한 어머니 상을 의미할 수 있다.

다부지고 생동감 있는 소방관 남성의 등장은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성숙한 남성상'을 내면화했음을 상징한다. 이 남성은 결단력 있고, 주체적이며,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모습으로 묘사된다. 내담자는 다부지고 생동감 있는 소방관의 이미지를 상담자의 느낌이라는 말하였다. 상담자는 이 말을 받아 내담자 안에 상담자를 내면화한 것이라고 되돌려 주었다. 그러한 내면화는 이제 내담자 자신이 최근에 겪은 엄청난 삶의 위기를 스스로 해결해 갈 수 있는 능력과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꿈은 현재 상황이 힘들지만, 내담자가 궁극적으로는 뜨거운 용암 같은 난관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또한 내담자가 자신의 삶과 미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다부진 소방관의 등장은 내담자가 이상화한 상담사를 내면화한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남편에게 투사하여 남편과의 관계도 보다 성숙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불은 종종 파괴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정화와 생명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녀의 꿈에 나타난 불은 단순한 화재가 아니다. 그것은 오래전부터 켜켜이 쌓여온 감정의 집적물이다.

그녀는 살아온 내내,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야 했다. 시아버지의 고지식한 통제, 남편의 둔감함, 삶의 수많은 불평등한 장면들에서 그녀는 조용히 숨을 죽였다.

그러나 그녀의 감정은 죽지 않는다. 외면된 감정은 지하로 스며들고, 다시 온몸의 체온을 높이며, 마침내 ‘용암’이 되어 꿈속 바닥을 달군다. 꿈은 말한다. 이제 이 감정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고. 더는 ‘수건 같은 것으로 덮어둘 수 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이불을 걷어내고 나서야 그걸 봤어요. 제가 덮고 있던 것. 너무 뜨겁고 무서웠어요.”


맞다. 치유는 항상 진실을 마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너무 오래, 너무 잘 덮고 살아왔다. 이제 요를 걷어내야 한다.


요를 걷어낸다는 것


꿈에서 ‘요’를 걷어낸 장면은 상징적으로 중요한 장면이다.

‘요’는 무엇인가를 덮어 감추는 역할을 한다. 보호막이자 은폐다. 그녀에게 이 요는 일상의 습관, 무감각, 억지웃음, 침묵, 그리고 더 이상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는 체념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상담에서 늘 자신을 “괜찮아요”로 표현했다.

“남편이 좀 답답하긴 해도, 그래도 아이 아빠니까요.”

“아버지(시아버지)는 원래 그런 분이에요.”


그러나 ‘괜찮다’는 말속에 감춰진 그녀의 감정은 뜨거운 용암이 되어 있었다. 꿈은 이제 그 요를 걷어내자고, 감정의 바닥을 들여다보자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는 결국, 그 요를 걷어냈다. 꿈속에서. 내면에서. 그것은 외면했던 자기 진실에 대한 작고 큰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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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를 불러라” ― 내면의 목소리


불안에 휩싸인 그녀는 꿈속에서 어떤 여성의 목소리를 듣는다. “119를 불러라.”

이 장면은 감정적으로 매우 인상 깊다. 이것은 단순한 위기의 반응이 아니다. 상담자 입장에서 이 목소리는 내담자의 ‘내면의 보호자’, 혹은 ‘성숙한 자기’의 출현을 뜻한다.


상담을 1년, 2년 넘게 해도 스스로의 감정을 구조해내지 못하던 많은 내담자들이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마치 자기 안의 지혜가 등장하듯이 “내가 나를 도와야겠다”라고 말하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은 마치 꿈속 119 전화처럼 스스로에게 구조요청을 하는 장면이다.


그녀 안에 이미 그런 자기 회복의 씨앗이 있었던 것이다. 비로소, 자신을 도우려는 내면의 지혜와 연결된 순간.

“소방관을 불러라”는 말은, 단순히 외부의 도움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제 내가 나를 살릴 때’라는 무언의 선언이다.


다부진 소방관 ― 회복의 남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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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꿈에 등장한 소방관은 다부지고 생동감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당황하지 않았고, 불을 능숙하게 진화했다.


이 인물은 상징적으로 매우 깊은 의미를 갖는다.

그녀의 삶 속의 ‘남성’은 대부분 통제하거나, 무책임하거나, 무능하거나, 그녀를 보호하지 못하는 존재였다.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새아버지들 역시 그녀에게 폭력적이고 불안정했다.

남편은 무기력했고, 시아버지는 그녀의 존재 자체를 제한했다.


하지만 이 소방관은 달랐다. 그는 그녀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무너진 공간에 들어와 질서를 회복했다.

꿈에서 이 남성은 그녀가 내면화하고자 하는 ‘성숙한 남성성’ 일 수 있다.


그것은 보호하고, 책임지며, 결단력 있는 에너지다.

이제 그녀는 삶의 재난 앞에서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구조자를 불러낼 수 있게 되었다.


대화는 기억나지 않지만, 얼굴은 생생했다


그녀는 말한다.


“그 남성과 대화를 했는데, 내용은 기억 안 나요. 그런데 얼굴은 생생해요.”


상담자는 여기에 집중한다.

왜 기억은 흐려지고, 얼굴은 남았을까?

이 꿈은 감정의 언어로 쓰였기에, 말은 잊히고, 감각만이 남는다.


얼굴은 인격이다. 그는 그녀의 고통 속에 나타난 새로운 인격의 가능성이다.

그녀는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그가 준 위로와 신뢰를 느꼈고, 그것이 삶의 감각을 다시 깨어나게 했다.


그 얼굴은 그녀가 다시 떠올릴 수 있는 회복의 상징이다. 그녀는 이제 불길 속에서도, 구조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안다.


다시, 숨을 쉬기 위하여


이 꿈은 뜨겁고 무거운 이야기지만, 동시에 치유의 희망이 담겨 있다.

숨이 막히는 현실, 가족 안에서의 억눌림, 반복되는 상처.


그러나 꿈은 그녀에게 말해주고 있다.


“너는 너의 불꽃을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불꽃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그 속에서 너는 다시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자신의 꿈속 소방관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우리 안에 이미 그가 살고 있었던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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