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꿈을 꿨다. 아주 낯설고도 익숙한 풍경 속에서, 오랜만에 두 명의 사촌이 등장했다. 하나는 나와 동갑인 여자아이, 다른 하나는 나보다 어린 남자아이였다. 그들은 어릴 때의 모습으로 나타났고, 현실보다 훨씬 더 가난하고 외로워 보였다. 그들의 부모님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두 아이는 마치 쓰레기장이 연상되는 곳에 위탁되어 자라고 있었다. 누군가의 주선으로 사촌들과 함께 수련회에 참석하게 되었고, 사촌들은 여러 개의 이불을 챙겨 왔다. 그런데 그 이불은 은행에 맡겨져서 내가 원할 때는 언제든지 가져올 수 있었다.
위의 꿈의 풍경은 꿈 주인에게 무척 낯익었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자라던 감정의 집’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사랑받고 보호받기보다는, 버텨내고 살아남는 법을 먼저 배워야 했던 시간. 꿈속의 사촌들은 어쩌면 내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는 ‘정서적으로 결핍된 나의 유년기’였는지도 모르겠어요."
최근 꿈주인은 정서적으로 에너지를 탈탈 털리는 사건이 있었다. 이 꿈은 그 사건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진 것으로 보인다.
꿈에서 상담자의 사촌들이 아주 가난해지는 모습은 꿈주인이 과거에 정서적으로 매우 힘들고 빈곤했으며, 부모님으로부터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했던 상황과 연결되어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과거의 어려웠던 정서적 상태의 투사이다.
자신에 대한 신뢰와 잠재력: 상담자가 스스로 초라하다고 생각하는 모습이 사촌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꿈의 뒷부분을 보면, 이런 초라한 모습이 전부가 아니며, 자신 안에 잠재된 능력이 얼마나 큰지(셀프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에고는 빈약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면의 '속사람'인 셀프는 무한히 에너지를 공급해 줄 수 있는 저장소로, 은행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꿈은 상담자의 내면 상태가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나타내며, 현재의 모습이 전부가 아님을 강조한다. 이를 '이불'과 '은행'이 빈약한 '자아'를 확장시켜 주는 self의 역할을 한다.
이불은 단지 추위를 막아주는 물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감싸주는 ‘좋은 감정’이었고, 누군가에게 받아본 적 없는 ‘따뜻한 돌봄’이었다. 오래도록 내 마음은 낡은 이불속에 숨어 있었던 것 같다. 사랑받고 싶었지만 그럴 자격이 없다고 느꼈고, 따뜻함을 원했지만 스스로 그런 것을 받을 수 있는 존재인지조차 몰랐다.
가난한 사촌들과 나는 새로운 이불을 얻었다. 더 이상 찢어진 천조각이 아닌, 부드럽고 깨끗한 이불이었다. 그 이불은 내 것이었지만 동시에 내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것들을 은행에 맡겨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쓸 수 있다.
왜 하필 ‘은행’일까? 왜 이불을 집이 아닌 은행에 맡겨야 할까?
상담자의 말에 따르면, 이 꿈의 은행은 ‘든든한 뒷배’이자 ‘내가 언제든 의지할 수 있는 내면의 자원’을 상징한다. 지금껏 나는 나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고 믿었다. 정서적 결핍을 채워줄 누군가가 곁에 없었기에, 세상을 견디는 법을 배워야 했고, 외로움과 부족함은 늘 나의 몫이었다.
그런데 은행이라는 곳은 돈이 많은 곳이다. 그 말은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동안 내담자는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해 결핍과 상처 때문에 고통스러워했다. 이제 꿈속에서 나오는 이 '이불;은 부족함을 덮어주고 포근함을 주는 것으로, '좋은 정서'를 상징한다.
꿈속의 '이불'은 부족함을 덮어주고 포근함을 주는 것으로, '좋은 정서'를 상징한다. 쓰레기 같은 이불 사이에서 살다가 좋은 이불이 생긴 것은, 내담자가 과거의 힘들었던 정서적 상황에서 벗어나 이제 좋은 정서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는 자신의 부족함과 결함 때문에 힘들어했지만, 이제는 은행이라는 뒷배, 돈이 많은 곳,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 내 뒤에 있는 것이다.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은행의 의미이다.
self는 나만의 것이 아니라, '너와 나'의 것이고, '우리 모두'의 것이며, 주변 사람들과 사물들, 자연과 우주와 신에게까지 연결되어 있다. 이 꿈에서 은행은 그렇게 자신을 외부적으로 연결하고, 외부의 에너지를 언제든지 끌어 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은행은 또한 '이상적인 엄마'를 상징한다. 꿈주인이 원하는 대로 활용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맞춰줄 수 있는 '이상적인 엄마'인 것이다. 현실의 엄마는 그렇지 못하지만, 꿈속의 은행은 원하는 대로 활용 가능한 엄마의 이미지와도 같다.
이불처럼 나를 감싸주고 안아 주는 엄마의 따뜻한 품이 그리웠고, 내가 예금해 두었던 사랑과 위로를 조금씩 인출하며, 예금이 고갈되었을 때는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은행이 꿈 주인의 마음속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