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 : [도시의 장령들]
"빨간 지갑의 그림자"는 주인공 해인(Haein)의 심리적 혼란과 내면의 갈등을 도시의 배경과 '빨간 지갑'이라는 상징적인 오브제를 통해 밀도 있게 그려낸 이야기이다 . 이 작품은 해인과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딸 사이에 얽힌 복잡한 관계와 대물림되는 고통의 양상을 탐색한다.
이야기는 해인이 딸아이의 얼굴에서 자신의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하며 시작된다. 해인은 자신이 겪고 있는 구토와 어지럼증 그리고 위암 초기 진단 등으로 인해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이는 현실과 혼란스러운 기억이 뒤섞이는 상태로 나타난.
해인의 기억 속 어머니는 늘 아프고, 담배를 피웠으며, 아편을 맞아가며 담배를 갈구하던 모습으로 남아있다.어머니의 죽음 이후에도 해인에게는 알 수 없는 후련함과 죄책감이 동시에 뿌리내렸고, 25년 동안 어머니를 '그 여자'라는 단어로 대체하며 스스로를 지켜왔다. 어머니의 주검이 가느다란 새끼로 촘촘히 감긴 관에 담겨진 모습은 해인에게 공포스러우면서도 묘한 안도감과 우월감, 악의적인 쾌감을 주었으나, 이는 시간이 갈수록 죄책감으로 변질된다.
해인의 현재 심리 상태는 불확실성과 혼란으로 가득하. 그녀는 죽음 앞에서 몸부림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어머니의 죽음을 용서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에 있다. 이런 혼돈 속에서 그녀는 딸과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딸은 해인이 자신에게 정서적으로 부재했으며, '텅 빈 느낌'을 주었다고 직접적으로 비난합니다. 딸의 이러한 말은 해인이 자신의 어머니에게 느꼈던 감정들과 놀랍도록 일치하며, 고통스러운 기억을 다시금 불러일으킨다.
이야기의 핵심 상징인 빨간 지갑은 해인의 심리적 여정을 드러내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해인은 암 진단을 받은 후 본능적으로 어머니의 낡은 빨간 지갑을 닮은 손가방을 구매한다. 이 지갑은 해인이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 이후 발견하여 보관하고 있었지만, 열 수 없었고 결국 돌멩이로 부숴버렸던 기억 속의 지갑과 연결된다. 그 안에는 어린 사내아이와 남자가 함께 있는 어머니의 사진이 있었고, 그 사진은 해인에게 큰 혼란과 구토감을 유발했던 기억이다. 새로 산 빨간 지갑은 여는 방식이 복잡하고, 딸에게 '짜가 명품'이자 '텅 비어있다'는 비난을 받으며, 해인의 무가치함과 공허함을 반영한다. 슈퍼마켓에서 이 지갑 속 카드가 결제되지 않는 상황은 해인이 현실에서 겪는 무능력감과 혼란을 심화시킨다.
결국 해인이 빨간 지갑을 컴퓨터 자판기의 엔터키 위에 던지자, 화면에는 해인이 썼던 것으로 추정되는 글자들이 나타나며, 카타콤으로 도피하려는 욕망을 보여준다. 이는 죽음으로 쌓인 카타콤의 벽에서 빛을 갈망하는 해인의 심리를 나타내며, 어머니의 그림자를 찾으려는 그녀의 무의식적인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야기의 클라이맥스에서 해인은 베란다 난간에 기대어 뛰어내릴 듯한 충동을 느끼지만, 딸아이의 절규에 현실로 돌아온다. 딸의 품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딸에게서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고통이 대물림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마침내 해인은 딸 앞에서 수십 년간 봉인해왔던 '엄마'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는다. 그리고 어머니를 닮은 딸 앞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며, 과거의 고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시사한다. 이는 해인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혼돈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이자, 내면의 치유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으로 해석될 수 있다.
- to be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