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신혼부부 이야기
최근 한 남성 내담자는 오랜 고민 끝에 새 차를 구입했고, 그 선택에 대해 “정말 잘 샀다”는 만족감을 이야기했다.
나는 그 과정이 단순히 자동차 구매를 넘어, 그가 결혼을 준비하며 겪었던 깊은 갈등과 숙고의 시간을 무의식적으로 옮겨온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상담자로서 마치 여러 번의 흔들림 끝에 결국 “참 좋은 사람을 아내로 맞이했다”는 확신을, 차를 고르는 과정에 투사해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고 우회적 해석을 시도했다.
내담자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금세 얼굴이 환해지며 손바닥을 탁 치며 말했다.
“맞아요. 딱 그 말이네요.”
차를 고르는 과정은 남자에게 단순한 소비 행위가 아니다. 융(Jung) 심리학의 관점에서 볼 때, 차는 남성의 무의식 속에 있는 여성적인 영혼, 즉 '아니마(Anima)'가 투사되는 가장 강력한 대상 중 하나이다. 차의 색깔, 곡선, 기능, 그리고 그 차를 대하는 태도는 고스란히 남성이 자신의 내면 여성성이나 외부의 중요한 여성(특히 배우자)을 대하는 태도를 반영한다.
최근 한 남성 내담자와의 슈퍼비전에서, 저는 그가 새 중고차를 구매하는 복잡하고 감정적인 과정이 결혼 후 '현실적인 아내'를 맞이하고 '성숙한 부부 관계'를 확립하는 과정과 놀랍도록 닮아 있음을 발견했다.
내담자는 기존 차를 처분하는 날짜에 맞춰 새 차를 급히 구하는 과정에서 첫 번째 심리적 동요를 경험했다.
"되게 급하게 일 처리를 했나 이런 생각이 1차로 드는 거예요.... 시야가 좀 좁아진 거죠."
이 '급함'과 '시야가 좁아진' 상태는 현실적인 숙고 없이, 무의식 속의 이상화된 아니마에 사로잡혀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남성의 모습을 대변한다. 처음엔 비합리적인 감정에 이끌려 차를 예약했지만, 곧 현실적인 점검(비용 상승, 보지 못한 차)과 아내와의 트러블을 겪으며 그 환상이 깨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중요한 전환점은 결정의 방향이었습니다. 한때 외제차로 '으스대고' 싶은 과대적 욕망을 투사했던 과거와 달리, 최종 선택은 완전히 달랐다.
"이번에는 그냥 중고차고 사이즈도 줄이고 훨씬 싼 거 이렇게 확 이제 가버린 거거든요. 그러니깐 제일 실용적인 걸로 바꾼 거잖아요."
상담자는 이 변화를 현실적인 결혼 생활과 연결하여 해석했다.
"결혼이라는 게 서로에게서 더 이상 멋을 부릴 필요는 없잖아요... 현실 그대로를 받아들이면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들을 합리적인 선택들을 하면서 지내는 게 부부 관계인데 지금 차에 대한 선택도 지금 그렇게 한 거란 말이죠."
차를 통해 이상화된 아니마를 통합하려던 시도가 실패하고, 이제 가장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아니마(즉, 현실적인 아내이자 현실적인 삶)를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차와 결혼이라는 외부적 사건뿐만 아니라, 상담 과정 자체에서도 아니마의 긍정적인 통합이 나타났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언어적 변화를 포착했습니다. 내담자의 고민은 말을 더듬는 것이었다
"오늘 상담에 대해서 제가 좀 특별하게 느낀 거는 뭐냐면은 말이 굉장히 느려졌다는 거예요."
이 느려진 말 속도는 충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생각을 훨씬 많이 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성숙의 증거였습니다. 내담자가 과거에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말을 더듬었던 이유는 바로 '말하는 속도와 생각하는 속도의 불일치' 때문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즉, 아니마가 성숙해지면서 내면이 정돈되고, 외부에 무언가를 투사하거나 급하게 처리하려던 충동적인 태도(급한 차 처리, 억울함을 삼키는 것)가 사라진 것이다. '생각의 속도'에 맞춰 '말의 속도'를 늦추는 행위는, 차를 고를 때 3일 동안 꼼꼼히 살폈던 '숙고'의 태도와, 싸움을 통해 감정을 '표현'했던 용기가 내면화된 결과이다.
차를 고르는 과정은 단순한 중고차 구매가 아니었다.
그것은 '환상적인 아니마(외제차 로망)'를 현실적인 아내의 영역으로 데려와, '자신의 현실(실용적인 차)'에 맞추게 된 것은 성숙한 남성성의 여정이었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마주하는 모든 선택, 특히 감정적 에너지가 많이 투입되는 중요한 결정은, 우리 무의식 속의 아니마 혹은 그림자를 현실로 통합하라는 내면의 요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