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못회 [말 못 하는 작가의 회고록] : 통화
22. 통(通)하다.
좋아하며, 애정 하며, 통(通)하는 복합적인 감정이 합쳐져 ‘사랑’이라는 위대한 단어로 승급하게 되는데, 이것을 헷갈려하는 이들이 많더라. 우리는 더러 자신의 감정을 타인, 혹은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정말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게 맞는 걸까?”
“우리는 대화가 잘 안 통하는 것 같아.”
하면서, 육체의 주체자인 본인조차도 그 감정을 자각하지 못한 적이 많았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핫바디(hot body)를 가진 섹슈얼한 이성을 칭할 수도 있을 것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초등시절 짝사랑하는 수줍은 마음이라거나, 처음 손잡으며 처음 첫 키스하던 때 요동치는 심박수가 있어야지만 사랑이라 칭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사랑의 형태는 다양한데, 당신의 사랑 형태가 굳이 틀린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내가 지향하는 통(通)하는 형태는 다음과 같다. 나는 그것을 편안함이라 생각한다.
나를 잘 모르는 이들은 나를 무뚝뚝하다거나 차갑다고 표현하고들 하던데, 나는 특정한 이들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수다쟁이가 되었다. 마치 노래방에 가서 한 시간 동안 마이크를 쥐고 놓지 않는 진상처럼 말이다.
당신 또한 누군가에게는 칼처럼 서늘할 수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뭐든지 말하고 싶은 수다쟁이가 된 적이 있을 것이다.
가족에게 서라든, 친구에게 서라든, 애인에게 서라든, 혹은 인터넷 게임에서라도 말이다. 조금 더 관용을 베풀자면, 일기를 쓰는 나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상대방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거나, 내가 상대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제 마음조차 모르겠다면, 통화(通話)를 30분 이상 해 본 적이 있느냐 질문해 본다.
‘통할 통(通)’, ‘말씀 화(話)’ / 통하는 말
아무런 주제가 없이, 그리고 아무런 이득이 없이 상대방과 30분 이상 전화통화로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다면, 그것이 막힘이 없다면 나는 그들이 제법 잘 어울린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