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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 Feb 01. 2022

21. 특이, 특별

말못회 [말 못 하는 작가의 회고록] : 특별



21. 특이, 특별     


위와 같이 몇십 페이지를 저술한 작가의 글을 읽고서, 눈치 빠른 독자들은 지레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주위 사람들에게 로봇 정도로 불려진다. 자주 듣는 말은 ‘영혼 없다’를 꼽을 수 있다. 


제까짓게 작가라고 불리우고 싶던 나는 ‘문학 편식’이 심한 편이었다. 

갑자기 뜬금없이 주인공이 하늘을 난다거나, 중세시대로 돌아갔는데 난데없이 귀족에게 빙의되었다거나 하는, 서론이 부족한 문학에는 취약한 편이었다. 


하지만 제 나름의 이유를 갖다 붙여주기만 한다면 나는 기꺼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대작으로 꼽히는 ‘대장금’ 또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살을 갖다 붙인 소설에 불과하지만, 나는 이 소설을 꽤나 재밌게 감상하였다. 

실제 ‘조선왕조실록’ 기록 속에서 ‘장금이라는 궁녀는 요리, 의술에 뛰어나며 중종의 총애를 받았다.’라는 단 한 줄 일지언정, 그것은 왜 그러한 이야기가 풀어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합당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내가 세워둔 이상한 기준 정도가 있었다.


이 대목에서, 이 책을 저술할 수 있게 해 준 나의 뮤즈 두 명이 등장하는데, 이를 ‘김 씨’, 와 ‘오 씨’로 칭하겠다. 내게 있어 김 씨와 오 씨는 나의 견해와는 다른 조금 ‘특이’한 사람들이었다. 

좋게 말하면 상상력이 풍부하며 모든 것을 포용할 줄 아는 그들이, 나쁘게 말하면 지나치게 낙관적인 그들이 나는 이해되지 않았던 적이 많았다. 


김 씨를 일례로 들어보자. 김 씨는 세상이 뭐 그리도 꽃밭으로 아름답게 보이던지. 공상과학을 좋아하는 나와는 다르게, 동화라는 카테고리를 좋아했다. 이에 나는 동화 공모전 참여를 위한 아이디어를 김 씨에게 주는데, 그것의 스토리는 이러하였다. 


요약하자면, 인형들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이야기인데 토이스토리를 상상하면 쉽다. 빨강, 노랑, 흰색의 인형들은 자신과는 다른 생김새의 인형을 부러워하곤 했다. 주인은 이 셋을 함께 세탁기에 돌리고 마는데, 색이 흉측하게 섞이고야 마는. 그 이후에는 표백제를 넣어 돌리니까 흰색의 북극곰 인형만이 온전히 제색으로 돌아오더라-. 하는 이야기였다. 


김 씨는 이러한 시놉시스를 듣더니 세탁기 대신에, 각색하여 마법의 강가에서 인형들에 뛰어놀다가 색이 바뀌는 스토리가 좋을 거 같다 하였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강에 빠졌는데 왜 색이 사라지는 것이냐고 물었다. 

김 씨는 이에, 동화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용서된다 하였고, 나는 말도 안 된다 비웃었는데, 갑론을박하다가 김 씨는 나에게 이러한 합의점을 찾아주었다.     


“그 강은 사실 락스가 담긴 물이었어.”     


나는 김 씨의 말에 이제야 타당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 동화는 나에게 더 이상 ‘특이’ 한 것이 아닌 ‘특별’ 한 것이 되었다. 


다음으로 오 씨를 살펴보도록 하자. 

오 씨는 문득 달을 봤더니 내 생각이 난다고 한다. 달을 보는데 왜 내 생각이 나는 것일까. 내 얼굴이 달덩이와 닮은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함께 ‘오버 더 문(over the moon)’이라는 영화를 감상했었던 적이 있나. 

나는 의아했다. 상호 간 연결고리가 없는 대목에서 왜 뜬금없이 특정한 사물을 연상시키는 것인가.

하지만, 이후 친절한 오 씨의 설명으로 인해서 나는 오 씨를 ‘특이’ 한 사람에서 ‘특별’한 사람으로 한 단계 레벨업 시켜 주기로 했다.    

   

“달을 보면 니 생각이 나는 게 아니고, 온통 니 생각 뿐이었는데 그때 마침 고개를 드니 달이 있었던 것뿐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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