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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 훈 Jul 25. 2022

지나가는 바람에 나뭇잎은 흔들리지만

#행복하고 싶은 당신에게 닿기를

바람이 유난히 심하게 부는 어느 날, 창 밖의 나무를 보았다.


바람의 입김이 센 탓일까.

나무의 잎사귀들은 바람에 태극기가 펄럭이듯 움직였고,

위태롭게 붙어있는 나무줄기의 입사귀가

인사라도 하듯 흔들거리며 떨어졌다.

잠시 바라보던 도중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무의 기둥은 단단한 뿌리를 깊숙이 내리고 있기에

어떠한 센 바람의 입김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입사귀는 조금만 센 바람이 불어도 떨어지곤 한다.

사람도 나무기둥 같은 사람과 잎사귀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

나의 시선들 사이로 스쳐 지나가는 나무들을 보며 떠올랐다.


누군가는 다른 사람의 입김에 쉽게 상처받는다.

친구의 말에, 직장 상사의 말에, 다른 어떤 이의 말에

쉽게 나뭇잎처럼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다.

또 누군가는 다른 사람의 가장 센 입김에도 상처받지 않는다.

'그저 이 사람의 말 그릇은 깊지 않고 이 정도로 얕은 사람이구나,

굳이 내가 이 사람의 말로 인해 나뭇잎처럼 흔들릴 이유가 없구나'

스스로 느끼며 마음의 거리를 두는 것이다.

그저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나를 보호하기 위해 거리를 두는 것은

행복한 나를 위한 과정 중 하나이지 않을까.


입김도 가까이서 불면 세게 느껴지지만,

멀리서 불면 너무나 약하게 느껴진다.

말 그릇이 작은 사람에게 거리를 둔다는 것은

자신이 흔들리지 않을 최소한의 방어선을 설치하는 것이다.

그 방어선을 지키며 깊은 뿌리를 마음속에 내린다면

언젠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기둥을 찾을 날이 올 것이라

굳게 나 자신을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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