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 사회의 대륙 (거짓의 재판소) #7

1장-3. 시민들의 외면, 낙인 찍힌 존재

by 공인멘토

광장은 다시 고요했다.
노인은 터널 속으로 사라졌고, 시스템은 그 사실을 기록하고 종결 처리했다.
도시는 ‘완료됨’이라는 태그를 붙인 듯,
재차 평온한 상태로 돌아갔다.

그러나 가온에게는—무언가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단지 가만히 서 있었을 뿐인데,
도시는 그를 지워내기 위해 작동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이상을 느낀 건
가온의 손목 장치에서 미세하게 점멸하기 시작한 붉은 테두리였다.
‘경고 없음’ 상태였던 디스플레이가
“주의 감시 대상: 등급 C”라는 문구를 띄운 순간,
그는 자신의 존재가 이 도시에 ‘이물질’처럼 인식되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를 중심으로 생겨난 침묵의 원.

사람들은 그에게 등을 돌리고 서 있지 않았지만,
그가 걸어가면, 걸어가는 쪽을 피해 흐른다.
반사 신경처럼, 훈련된 회피 동작이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그는 어깨를 움켜쥐었다.
공기가 차갑게 느껴졌다.
아니, 어쩌면 공기조차 그를 피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가온은 광장을 천천히 빠져나와 큰길로 접어들었다.
지나는 길목마다 그를 인식하는 무수한 센서들이
눈에 보이지 않게 움직였다.

가로등이 밝기를 낮췄다.
보안 드론이 머리 위를 맴돌았다.
광고 패널의 문장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시민 여러분, 불안한 상황이 감지되면
시스템에 즉시 신고해 주십시오.”

그 문장 아래,
자세한 신고 방법과 혜택이 안내됐다.
‘공익 행동 점수 +0.5’
‘주간 평점 가산 대상 자동 등록’

가온은 자신이
그 점수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음을,
그가 이 도시에 뿌려진 ‘신고 유인’이라는 것을,
스스로 느꼈다.

그는 커피숍 앞에 멈춰 섰다.
내부는 조용했고, 손님들은 평온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종소리 하나 없이
분위기가 멈췄다.

그 누구도 고개를 들지 않았지만,
그 누구도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

그의 존재는 **‘묵인된 위험’**이었고,
묵인이란 가장 강력한 사회적 단절의 언어였다.

가온은 조심스레 자리에 앉았다.
그가 자리에 닿기도 전에
가장 가까이 있던 두 사람이 조용히 자리를 바꾸었다.
그의 반경 1.5미터 이내엔
아무도 앉지 않았다.

서빙 로봇이 그의 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화면은 로딩 중 상태로 멈췄고,
주문은 접수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현재 고객님의 등급은
대기 승인 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 문장은 공손했지만,
내용은 단호했다.
그는 더는 시민이 아닌,
감시 대기 대상이었다.

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어린 소년 하나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년은 손목을 들고 가온의 정보를 확인하려다,
무언가 떠오른 듯 고개를 내리깔았다.

어린 눈동자에 깃든,
짧은 망설임과 배운 공포.

소년은 곧장 고개를 돌려
어머니 쪽으로 달려갔다.
그 장면은 말보다 잔인했다.

가온은 어느새 입을 굳게 다물었다.
‘존재함’이 곧 ‘부정됨’으로 바뀌는 경험.
무언가를 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느꼈다는 것 자체가 위협으로 간주되는 사회.

그는 깨달았다.

“이곳은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는다.
대신, 존재하지 않게 만든다.”

광장의 끝에서,
그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본다.
노인이 사라졌던 터널.
그 빈 공간이 여전히 살아 있는 듯 느껴졌다.

자신도 곧 그렇게 사라질 것인가?
질문한 죄로.
단지 누군가의 눈을 마주한 죄로.

그는 더는 침묵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말하지 않으면
자기 자신도 잊게 된다.

그의 손목엔 여전히 붉은 경고 표시가 깜빡였다.
그러나 이제 그것은
그가 ‘질문할 자격’을 가진 자라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침묵의 도시에서,
그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히 존재를 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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