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2. 가온의 개입, 곧바로 떨어진 평점
그는 군중 사이에서 한 걸음, 또 한 걸음을 떼었다.
익명의 공간 속에서 유일하게 감정을 품고 서 있는 존재.
이 도시에 들어온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은 외부인.
그러나 그 짧은 시간에도, 가온은 확신했다.
이건 ‘질서’가 아니라 ‘선별된 망각’이었다.
그는 터널 입구 앞, 보안 유닛의 경로를 가로막았다.
사람들이 모두 시선을 피하고 있을 때,
그는 노인의 눈을, 그 끝을, 마주 본 유일한 자였다.
“기다려 주세요.”
그 말은 낮았고, 부드러웠으나—
도시의 공기에서는 이질적인 음색이었다.
두 명의 보안 유닛은 즉시 멈춰 섰다.
하나의 유닛이 말했다.
기계적이고 분절된 목소리였다.
“접근 시도 감지.
신원 재인식 중.
외부 방문자 신분 확인됨.”
가온은 고개를 들고 천천히 물었다.
“그분의 어떤 행동이 ‘질서의 위협’이었습니까?”
그 순간, 시스템이 반응했다.
가온의 손목에서 미세한 진동이 시작됐다.
그의 정의 평점 수치가 떠오르고, 숫자가 변화한다.
현재 평점: 7.42
시스템 응답: '규범 의문 제기' 탐지됨
점수 조정: -0.53
변경 후 평점: 6.89
가온은 손목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는 시선을 보안 유닛에게 고정한 채,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그는... 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누군가를 바라보는 법을 잊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 눈엔 질문이 있었고, 생명이 있었습니다.”
시민들 중 몇몇이 그의 쪽으로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이내 다시 시선을 회피한다.
그의 말은 너무 생생했다.
너무 ‘살아 있었다.’
스피커에서 시스템이 재차 안내를 내보냈다.
“시민 B1379-G: 발언 중 감정 개입률 42.3% 확인.
질서 교란 가능성 경고.
자진 후퇴 요청. 미이행 시 2차 점수 하락 예상.”
가온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뒷걸음질쳤다.
보안 유닛은 다시 노인을 끌고 터널로 향했다.
그러나 그 순간—
노인이 고개를 돌렸다.
그는 다시 한 번 가온을 바라보았고,
이번엔 눈으로가 아니라, 마음으로 말했다.
“고맙소.”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의 존재 전체가 그 한마디를 품고 있었다.
가온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무언가가 심장 아래에서 느리게 타올랐다.
그건 분노도 아니고, 슬픔도 아니었다.
기억이었다.
어디선가 잊고 지냈던—
‘살아 있는 사람으로서의 감각.’
무언가 잘못됐음을 아는 감각.
누군가를 외면하지 못하는 감각.
그리고 그 감각은,
곧바로 '낙인'이 되었다.
그의 손목 장치에 붉은 빛이 점멸하기 시작했다.
‘주의 인물’이라는 태그가 시스템 상에 추가되었고,
그가 움직일 때마다 보이지 않는 시선들이 그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광장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시민들은 흩어졌고, 대화가 재개되었고, 미소가 복원되었다.
그러나 그 복원된 일상 속에서,
가온만은 더 이상 이전의 위치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는 깨달았다.
자신은 질문했다는 이유로 벌을 받았고,
말을 걸었다는 이유로 ‘위험 요소’가 되었다는 것을.
그의 평점은 떨어졌다.
하지만 그의 의지는 오히려 맑아졌다.
“정의가 숨을 멈춘 곳에서,
나는 다시 숨을 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