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 사회의 대륙 (거짓의 재판소) #4

프롤로그: 정의의 대지에 첫 발을 디디다 -4

by 공인멘토



4. 첫 발, 질문의 시작

가온은 광장으로 향한다.
도심의 중심, 루세온 시티의 얼굴.
정사각형 구조의 개방 공간.
건물들은 광장을 정면으로 둘러싸고 있고,
바닥은 빛을 반사하는 백색 세라믹 타일로 포장되어 있다.

광장 중앙에는 하늘을 대신한 구조물,
30미터 높이의 투명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은 단순한 안내 공간이 아니다.
시민들에게 ‘정의’를 시각적으로 각인시키는 도시의 제단이다.

아침 8시 정각.
정확히 0.000초의 오차 없이,
전광판이 점등된다.

디스플레이는 빛으로 만든 글자를 도시 위에 투사한다.

“정의란 모두가 동일한 잣대를 따를 때 완성된다.
감정은 질서를 흐린다.”

가온은 고개를 들어 그 문장을 바라본다.
그는 그것이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라
이 도시의 숨을 억누르는 명령문이라는 것을 즉각 감지한다.

광장 주변에 있는 시민들은,
정해진 위치에 자동으로 배치된 안내선 위에 선다.
일정한 거리.
정해진 시선.
동일한 자세.
그들은 10초 동안 문장을 바라본다.
그다음 3초간 고개를 숙이고,
1초간 다시 시선을 마주한 뒤,
표준 동작 ‘감사 제스처’를 수행한다.

가온은 그들의 움직임을 가만히 지켜본다.
예외가 없다.
이의도 없다.
침묵만 있다.

그의 손은 잠시 주먹을 쥔다가 풀린다.
그는 그것이 감정이 아니라,
몸이 반응한 ‘불편함’이라는 걸 스스로 인식한다.

주변 시민들은 가온에게 시선을 두지 않는다.
그의 존재는 시스템에 의해 ‘통과 허가자’로 분류되었기에,
점수와 무관한 객체로 인식된다.

그러나 가온은 알고 있다.
이 침묵이 불편함을 감추는 방식이라는 것을.

그는 광장을 걷는다.
누군가가 실수로 그의 어깨를 스친다.
그 사람은 본능적으로 손목 장치를 확인하고,
무표정하게 가온에게 고개를 숙인다.
사과는 없다.
다만 점수 하락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적 반응’일 뿐이다.

가온은 문득 멈춰 서서,
광장의 가장자리에서 전광판을 다시 올려다본다.
그 문장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
도시는 그것을 전혀 어색해하지 않는다.

그 순간,
가온의 입에서 아주 작은, 그러나 도시의 공기와 이질적인 한마디가 흘러나온다.

“정의가… 숨을 막고 있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숨을 들이쉰다.
입으로가 아니라,
마음으로.
자신의 질문을, 처음으로 이 도시 한가운데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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