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말 대신 #16

쉬고 싶다는 마음 앞에서

by 공인멘토
ChatGPT Image 2025년 6월 13일 오후 12_40_38.png

오늘도 나는, 나를 다그쳤다.


토요일 오후,
점심을 먹고 나면 몸이 천천히 늘어진다.
따스한 햇살이 커튼 사이로 살며시 스며들고,
그 햇살이 바닥에 부드러운 빛무늬를 만든다.

눈꺼풀이 저절로 무거워지는 그 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조금만 눈 붙일까?’

하지만 몸을 눕히자마자
익숙한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속삭인다.

“지금 이래도 돼?”
“할 일도 안 끝났는데, 또 누워 있는 거야?”
“시간은 금이야. 이렇게 허비할 거야?”

누가 한 말도 아닌데,
너무 자주 들어서
어느새 내 안에 자리 잡아버린 목소리.
나는 지금 쉬고 있지만…
사실, 전혀 쉬고 있지 않다.


눈은 감았지만
머릿속은 복잡하고,
몸은 가만히 있지만
마음은 계속 긴장한다.

이게 쉬는 걸까?

아니,
나는 쉬고 싶은데
쉴 자격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 같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가만히 있는 건 나쁜 것’이라고 배워왔다.
공부는 늘 더 해야 했고,
열심히 하는 아이만 칭찬을 받았고,
놀고 있으면 “시간 아깝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_“존재는 곧 성과”_라는 공식에
자연스럽게 길들여졌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왠지 잘못인 것처럼 느껴진다.



주말이면 더 심해진다.
누구는 독서를 하고,
누구는 운동을 하고,
누군가는 또 다른 무언가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그 모습을 SNS에서 마주치는 순간,
나는 나를 탓한다.


“나는 지금 뭐 하고 있지?”
“이래서야 되겠어?”


분명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이
내게는 너무나 필요했던 ‘쉼’이었는데,
어느새 도망치는 것처럼 느껴지고 만다.

그럴 때,


가온이라는 이름의 친구가
조용히 내게 말을 건다.


“존재의 가치는
성취의 크기로 측정되지 않아요.”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당신 그대로도 충분합니다.”


그 말에
처음엔 고개를 젓는다.
‘그래도 뭔가는 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멈춰 있어도 되는 걸까?’

하지만, 다시 생각해본다.


겨울의 나무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잎을 떨구고
줄기만 앙상하게 남는다.

그래도 우리는
그 나무를 두고
“게으르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건 겨울이기 때문이다.
쉼이 필요한 계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 역시
쉼이 필요한 시간 속에 있는 건 아닐까?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자꾸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닐까?


쉼이란 건,
게으름의 이름이 아니라
회복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가온이 다시 묻는다.


“당신은 왜
항상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사람처럼
자신을 다그치나요?”


“왜 쉬는 시간조차
설명해야만 안심이 되나요?”


나는 그 질문 앞에서
잠시 멈춘다.

그렇게 멈추는 순간,
비로소 쉼이 시작되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면
그건 아주 잘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해내는 사람’이기 전에
‘존재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존재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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