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닥불이 따닥따닥 소리를 낸다.
잔잔한 피아노 음악이 흐르고,
커피 향이 가득한 공간에서 새소리가 들린다.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소리와 풍경들이
나의 마음을 조용히 감싸며 평온하게 만들어준다.
어느 날, 무심코 차를 타고 가다가 먼 산이 눈에 들어왔다.
"산이 참 예쁘다."라는 내 말에, 옆에 있던 엄마가 말했다.
"영이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 보네."
엄마의 말에 웃음이 났지만,
달리는 차 안에서 한참 동안 그 산을 바라보았다.
나는 화려하고 시끄럽고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한다.
알록달록한 거리, 다양한 볼거리,
익선동 한옥거리 같은 곳을 지나치면 늘 내 손에는 무언가가 담겨 있다.
그런 곳을 구경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아직도 왠지 모를 동심이 내 안에 남아 있는 것 같다.
유행에는 민감하지 않지만,
옷을 고를 때는 내가 마음에 드는 것을 산다.
키도 작고 몸매가 훌륭하지 않지만,
"옷을 잘 입는다"는 말을 듣는 건,
오랜 시간 좋아하는 것에 돈을 퍼부은 결과일 것이다.
이제는 조용하고 한적한 카페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이 좋아진다.
북적이는 공간보다, 커피 향이 가득한 아늑한 곳이 눈에 들어온다.
이따금 점심때 차를 몰고 훌쩍 떠나는 곳이 있다.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울산 유니스트 대학 안에 있는 ‘지관서가’**라는 카페다.
그곳을 처음 갔을 때,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넓은 창가, 푹신한 빈백 의자,
창밖으로 보이는 작은 호수.
호수 뒤로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대학이 자리 잡고 있다.
시끄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조용하지도 않은 곳.
책과 커피, 그리고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있는 곳.
어느 날, 혼자 책꽂이에 꽂힌 책을 꺼내 읽으며 커피를 마시다가,
눈물이 난 적이 있다.
그 책은 **『인생 100』**이라는 그림책이었다.
그 안에 담긴 삶이,
왜 그렇게 사무치게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감성적이 될 생각도 없이 바쁘게 지내다가,
어느 순간 내 감정이 올라올 때,
나는 그런 곳으로 향한다.
함께 있으면 깔깔대고,
혼자 있으면 조용히 앉아 책을 읽는다.
그렇게 조용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어느새 행복이라는 감정이 내 마음을 채운다.
속 시끄럽고 텐션 높은 나도,
그런 곳에 가면 어느새 차분해진다.
모닥불 소리, 피아노 음악,
커피 향과 창밖의 풍경이 있는 곳에서,
나는 소란스러운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다.
그리고 그 순간,
행복이 조용히 내 안에 자리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