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는 괜찮아요
담배를 태우지 않는 내가 담배를 피우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는 늘 마음이 심란했다. 나로서는 한숨이 그렇게 쉽게 보이는 것이 겨울이나 뜨거운 음식을 먹었을 때가 아니면 힘들기 때문이다. 그 길게 늘어지는 연기가 어쩐지 나에게는 위로 같았고 그래서 부러웠다. 너희는 답답한 것들이 숨쉴 때마다 빠져나가서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나를 늘 옆에서 지켜봐 왔던 너는 힘들면 그냥 피워도 좋다고 했다. 작은 부추김에 용기가 생겼다가도, 그럴 때마다 나는 큰 죄를 짓는 것 같아 무르고는 했다. 딱히 비흡연자의 고충에 귀 기울인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너무 힘든 어느 날에, 힘들어서 괜찮냐는 말에도 가시를 뱉던 날에 친구는 전자담배를 권했다. '전자'라는 이유로 괜찮다고 생각했던 나는 술김에 한 모금 들이켰다. 과거 처음 피웠던 연초의 씁쓸했던 기억과는 다르게 전자담배의 멘솔이라는 종류는 꽤나 속이 시원했다. 가슴팍에 있던 나쁜 감정과 답답함이 숨을 내쉬자 한가득 나왔다. 연기에 숨어 한가득 나왔다. 백해무익, 그러니까 아무런 이익이 없다고 믿었던 담배는 적어도 쓸모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