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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로미의 김정훈 Mar 27. 2024

돈키호테를 좋아하세요

<돈키호테>, 세르반테스

에스파냐의 국왕 필리프 3세는 어떤 사람이 길에서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줄줄 흘리고 배꼽이 빠져라 웃어대는 꼴을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저건 미친놈 아니면 [돈 키호테]를 읽는 놈이로군."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여러분은 "눈물을 줄줄 흘리고 배꼽이 빠져라 웃어대며" 읽은 책이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돈키호테>. 돈키호테를 여러분에게 소개해드린다는 것은 참으로 부담스럽고 어려운 일입니다. 이 책은 노벨 연구소 선정 최고의 책 1위에 올랐으며, 세계적인 문학 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최초의 소설이자 가장 뛰어난 소설이지만 소설 이상의 작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돈키호테를 읽게 만든 말은 따로 있습니다. 


전 세계를 뒤집어 봐도 <돈키호테>보다 더 숭고하고 박진감 넘치는 픽션은 없다. 지구의 종말이 찾아와 그분이 우리에게 ‘너희는 지상에서의 삶을 이해했는가? 그 삶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렸는가’라고 물으면 우리는 묵묵히 <돈키호테>를 내보이며 ‘여기 삶에 대한 우리의 결론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러시아를 대표하는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를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 소설가가 돈키호테에 대해 이런 평을 남겼다니, '이걸 아직도 안 읽었다니'하며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그리고 역시나 저는 이 책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아니, 돈키호테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정말 두꺼운 벽돌책이지만 1,2권을 일주일 만에 다 읽어버렸죠. 


이렇게 위대한 책을 감히 소개해드린다고 하니 뭔가 대단한 것을 설명드릴 거 같지만, 저는 돈키호테라는 책을 소개하고 설명하기보다, 그저 '제가 읽은 돈키호테'를 여러분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제가 어떤 구절을 읽으면서 설렘을 느꼈는지, 어떤 문장을 읽으면서 환호를 질렀는지를 말이죠. 이렇게 여러분께 소개하려고 하는 와중에도 저는 설렘을 주체할 수가 없네요. 바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돈키호테,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지성이란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정의되고 있지만, 나는 그것을 행복해질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인간은 그 무엇보다도 행복을 원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지성은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능력으로 판단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 레스터 레븐슨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어릴 적에 행복은 초콜릿이라 생각했습니다. 부모님에게 용돈 1000원을 받으면 동네에 있는 편의점으로 달려가 1000원어치 초콜릿바를 사 먹으면서 윌리 웡카가 된 듯 음미했습니다. 아직까지도 그날의 날씨와 풍경, 생각과 감정이 모두 기억에 선명할 정도로 행복했죠. 


조금 크고 나니 행복은 대학교 합격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교만 합격하면 남은 인생은 행복할 거라 믿었죠. 하지만 막상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니 앞으로 더 끝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절망했습니다. 그 뒤로 저는 무엇이 행복인지 몰랐습니다. 


그렇게 대학교를 졸업할 때쯤 저는 행복이란 '다른 이들이 행복하도록 돕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한 현자가 말하길 '사랑이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정말 멋진 말입니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사랑이 곧 '너랑 나'라는 구분이 없어진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행복하도록 도울 때 진짜 행복을 얻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말입니다. 돈키호테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옛사람들이 황금시대라고 일컬은 그 행복한 시대, 행복한 세기가 있었으니, 이는 황금이 우리가 사는 이 철기 시대에는 아주 비싼 반면 그 행복한 시대에는 힘들이지 않고 손에 넣을 수 있었기 때문에 황금시대라고 불렀던 게 아니라오.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네 것>, <내 것>이라는 이 두 가지 말을 몰랐기 때문이라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분은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고 계신가요? 



"혹시 기사님은 사랑에 빠져 계시오?"


"불행하게도 그렇소. 비록 제대로 된 사랑으로부터 나온 고통은 불행이라기보다 오히려 은혜라고 생각해야겠지만 말이오."




읽어볼 만한 이야기 


천국으로 간 남자가 진주로 장식된 문 앞에서 신을 만났습니다. 신은 그를 환영하며 물었지요. 

"아들아, 천국에서 삶을 보내기 전에 혹시 소원이 있느냐?"

남자는 대답했습니다. 

"네. 제 행운에 더 많이 감사하기 위해 지옥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습니다."

신은 "좋다!" 하며 손가락을 튕겼고, 그들은 즉시 지옥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눈앞에 끝도 보이지 않는 넓은 테이블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 테이블 위에는 최고로 훌륭하고 맛있는 음식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주위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아사 직전에 빠져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굶주리고 있습니까?" 남자가 묻자 신이 대답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반드시 11피트(약 3.5m) 짜리 젓가락으로 음식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지." 

"아, 저런! 너무 가혹하군요." 남자는 동정심에 가득 차서 말했습니다. 신이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이들은 천국으로 이동했습니다. 천국에서 남자는 지옥과 똑같은 테이블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지옥에서와 달리 잘 먹고, 행복한 것을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그는 돌아서서 신에게 물었습니다. 

"여기 사람들은 왜 이렇게 다르죠? 다른 도구를 쓰는 게 틀림없는 거 같아요."

그러자 신이 대답했습니다. 

"아니다, 아들아. 여기 있는 모든 이들 또한 11피트짜리 젓가락으로 먹는단다." 

남자는 혼란스러워하며 물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아요.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신이 대답했습니다. 

"천국에서는 모두가 서로에게 음식을 먹여준단다." 

- <세도나 매서드> 中



돈키호테, 좋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많은 소설가들이 <돈키호테>를 '스페인어로 쓰인 성경'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심지어 <보바리 부인>을 쓴 플로베르는 <돈키호테> 속에서 자신의 근원을 발견했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만큼 돈키호테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영향을 줬을뿐더러, 마치 성경처럼 독자가 어떤 고민과 문제에 처해 있더라도 읽을 때마다 훌륭한 답변을 주는 책이라는 뜻입니다.


저에게도 돈키호테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을 때 궁금한 게 있었습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이죠. 저는 사람들이 읽기에 재밌고도 깊은, 하지만 절대 어렵지 않은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소망이겠죠. 그랬더니 돈키호테가 저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요컨대 내가 알고 있기로 말이오 학사 양반, 이야기를 짓거나 책을 쓰려면 그것들이 어떤 종류의 것이든 간에 뛰어난 판단력과 성숙한 이해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오. 재미있는 말을 하거나 구수하고 그럴싸한 글을 쓰는 것은 위대한 천재성이 요구되는 일이오. 그래서 연극에서 가장 분별력 있는 인물은 바보 역이라지. 바보로 보이기를 원하는 사람은 바보여서는 아니 되는 법이니 말이오.   - P.93 


가끔 TV나 유튜브를 보다 보면 B급 감성을 선보이는 예술가들이 보입니다. 가수나 미술을 하는 분들 말이죠. 그분들을 보면 감성은 B급이지만 A급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남들에게 바보처럼 보이기를 원하는 사람은 사실 바보여서는 안 됩니다.



예전에 어떤 글을 읽었습니다. 두 명의 박사가 글을 주고받는데, 한 박사가 말하길 시간이 부족해서 글이 너무 길어졌다며, 시간이 더 주어졌으면 글이 짧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시간이 많았다면 더 성숙한 이해력을 가지고 짧고 쉬운 글을 쓸 수 있었다는 말이죠. 우리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시간이 더 주어지면 글을 길게 쓸 수 있을 거라고 말이죠. 하지만 반대입니다. 


저도 글을 쓸 때마다 느낍니다. 아직 내 머릿속에서도 정리가 되어 있지 않으면 글이 장황해집니다. 하지만 머리에서 이미 정리를 마친 글은 손이 머리를 따라가지 못하죠. 



위대한 사상가일수록 가능한 순수하고 명확하게, 간결하고 확실하게 자신의 사상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단순함이야말로 진리의 특징이며, 모든 천재들 또한 단순함을 사랑했다. - 쇼펜하우어


남이 하는 일이 쉬워 보인다면, 그 사람이 일을 잘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 사람의 글이 정말 쉽고 깊게 읽힌다면, 그건 사실 작가의 깊고 넓은 바다 같은 이해력과 판단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겠죠.



사실 제가 돈키호테를 가장 사랑하는 이유는 아직 말하지 못했습니다. 다음 편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돈키호테의 면모를 소개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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