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져버린 풍선... 사직 면담을 하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상담받았던 ○○○입니다.
마지막 상담 이후 벌써 한 달이 되어가네요.
그동안의 상담 덕분에, 힘들었던 시간 잘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상담 날, 선생님께서 “힘들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라고 해주셨던 말씀.
마음만으로도 든든했고, 위안이 되어주었습니다.
상담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고, 나아졌어요.
그래서 다시 연락을 드릴 일은 없다 생각했는데...
하지만 지금,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염치없지만 도움을 청합니다.
# 입사 1년을 채운 후, 터져버린 풍선
드디어 목표였던 ‘입사 1년’을 채웠습니다.
누구보다 절실히 버티며 도달한 1년이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부터
제 안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이곳에서 버텨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인사교류 탈락 후 동기부여는 순간이었고,
사람들 속의 저는 여전히 철저히 소외된 외톨이입니다.
다수 속 혼자인 초라한 제 모습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고 더 힘들기만 해요.
일은 여전히 버겁고, 무엇 하나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매일 혼자 헤매고 부서지는 기분으로 하루를 버팁니다.
# 무너진 일상
직장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퇴근하면
집에선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이 탈진하여 쓰러져 자버립니다.
가족에게도 예민하게 굴고, 짜증을 내고...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쳐버렸습니다.
주말엔 괜찮아요. 직장에만 가지 않으면요...
# 99.9%와 0.1%, 고장 난 수도꼭지...
요즘 처음으로 용역업무를 맡고 있는데
아무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아
또 혼자 끙끙대며 절차를 하나하나 처리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공문에 붙임파일 하나를 잘못 올렸고,
팀장님은 좋게 수정사항을 알려주셨지만...
그 말에도 다시 눈물이 고였습니다.
이렇듯 99.9%의 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말 0.1%의 사소한 자극에도, 눈물이 왈칵 쏟아지곤 합니다.
직장에서 일상적인 짧은 한마디에도
또 눈물이 고이는 제 자신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이건 이제 제 의지의 문제가 아니란 걸요.
그래서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다시 손을 내밉니다.
제가 왜 이렇게 된 걸까요?
왜 이토록 작은 것에도
고장 난 수도꼭지가 되어 눈물이 터져버릴까요?
지금 제가 정상이 아닌 것 같아요...
# 화장실 문고리를 보며 죽음을 생각하다...
제 마음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화장실에서 30분 넘게 울고 나오는 날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모두가 담담히 일상을 이어가는 직장에서,
저만이 매일 감정에 휘둘려 눈가가 붓고 헐어 따갑도록
울어대는 제 모습이 처참하고, 자괴감이 들어요.
그리고… 솔직히 고백하자면,
몰래 울 때면 화장실 문 옷걸이에 목을 매고 죽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곤 해요.
‘죽어도 이 건물 안에서 죽어야 억울하지 않겠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최근엔 공무원 조직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들의 기사를
계속해서 찾아보고 있습니다.
세상 그 어떤 말도 지금의 저를 온전히 이해해 주는 것 같지 않은데,
그들이 남긴 유언과 증언만이 지금의 제 마음과 유일하게 공명하는 언어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떠났고, 이제 더는 아무 말도 남길 수 없어요.
저도… 정말 이러다 제가 어떻게 될까 봐 무섭습니다.
# 죽느니 퇴사하겠어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죽느니 퇴사하는 게 낫겠다.’
# 휴직을 권유받다
오늘 아침 9시 10분.
눈물이 터지기 전, 가장 이성적인 시간에 팀장님께 면직 면담을 신청했습니다.
뜻밖에도 팀장님은
‘힘들게 공부해서 합격한 게 아니냐. 그리고 업무도 잘하고 있는데... 그만두기엔 아깝다’며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하고 몇 개월 쉬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상상도 못 한 말씀이었습니다.
한 번도 병가나 휴직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 정신과에 다니면서까지, 정말 이곳에 있어야 할까요?
정신과에 가고 싶지는 않아요.
쉬고 온다고 달라질 건 없다 생각하기 때문에 휴직도 하고 싶지 않아요.
차라리 빨리 그만두고 제가 먹고 살 다른 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모든 건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이 환경’이 저를 이렇게 만든 거라는 걸 확신해요.
지금도 직장만 벗어나면 괜찮은데...
정신과에 다니며 버티느니 그냥 그만두는 게 나은 것 같아요.
학창 시절, 사기업 직장생활 내내 문제없이 잘 지내왔던 제가
나이 삼 심대 중반에 처음으로 '은따', '왕따', '텃세'라는 걸 겪고 있습니다.
이게 이렇게 사람을 무너뜨리는 거구나,
영혼을 갉아먹고 결국 존재가치를 부서지게 만드는 거구나… 싶어요.
제 스스로를 망가뜨리며 이곳에서 버티느니,
예전 직장처럼, 저에게 맞는 곳에 다시 가고 싶습니다.
중소기업, 소위 듣보잡 회사를 다니며 받았던 사회적 시선과 자격지심으로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때는 직장에서 인정받고, 동료들과도 잘 어울리며 제 모습으로 행복했어요.
그냥 그때처럼...
공무원이라는 타이틀이 없어도,
남들이 덜 알아주더라도
웃으며 살고 싶어요.
면직을 결심하고 신청했지만, 사직서를 내기도 전에 반려되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휴직을 권유받은 상황에서 마음이 절박하고 혼란스러워져, 선생님께 조언을 구하고자 합니다.
어떤 말씀이라도 짧게 답장 주시면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바쁘실 텐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본 글은 면직 면담 당일,
휴직을 권유받고
상담사 선생님께 도움을 구하며 보냈던
실제 메일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