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하면서 얼마나 변했을까

[교행일기#15] 사회생활 레벨업

by 짱무원

안녕하세요, 짱무원입니다. 대부분 교육행정직 업무에 냅다 던져지기 전에 몇개월 동안 수습이라는 것을 거치게 됩니다. 수습 때 엄청 중요한 업무를 맡지는 않지만, 행정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어서 수습 기간을 거치고 임용이 될 경우 좀더 낫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 사정상 수습 기간조차 없이 그냥 갑자기 1월 1일자로 초등학교 행정실에 발령이 났고 그날부터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입사 첫 날은 얼레벌레 지나갔지만 입사 첫 주부터 연말정산과 급여, 4대보험 등 업무를 한번에 처리해야 해서 뭐가 뭔지 몰라 멍하니 있었습니다. 실장님은 육아휴직 후 복직하셔서 업무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셨고, 계장님은 지출하랴 계약하랴 정신이 없어서 저를 봐줄 시간이 없었습니다.


저는 전임자분께 벼락치기 강의라도 들으러 전임자분이 발령난 교육청에 직접 퇴근 후 몇번 찾아가 인수인계도 다시 받아보고, 동기들한테 전화해서 물어보고, 콜센터에 전화해서 물어보고, 교육청에 전화하는 등 바쁘디바쁜 첫 2주를 보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실장님 앞에서 눈물도 글썽이고 친구한테 전화해서 울기도 했습니다. 누가 봐도 사회 초년생의 모습이었지요.


입사 첫해에 코로나 때문에 회식을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어리버리한 초년생이었던 저는 무조건 회식은 따라갔습니다. 가서 50대 어르신들이 한마디씩 거드면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고 누가 술잔을 따라주면 허겁지겁 술잔을 두손으로 공손하게 받았습니다. 실장님이 내가 고기를 잘 구우니까 내가 굽겠다고 팔 걷고 나서면 왠지 막내인 내가 구워야되는게 맞는 것 같아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으니 실장님이 웃으면서 그냥 가만히 있어도 된다고 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 ㅡ약간 꼰대긴 하셨으나ㅡ 시원한 성격의 실장님을 만나 회식 자리에서 크게 어려운 건 없었습니다. 그러나 무슨 얘기를 해야될지 몰라서 말 한마디 없이 그냥 어른들의 대화만 듣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시설 주무관님이 OO씨는 너무 조용해서 일이 괜찮은건지 잘 모르겠다고 요즘 일은 잘 적응되어가냐고 직접 물어보시기도 했었습니다. 저는 그냥 첫 직장이고 첫 학교다보니 너무 모든게 어려워서 회식 자리에서 딱히 말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굳이 말 안해도 다른 어르신들이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하셔서 가만히 있어도 되겠지 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옮긴 뒤 어느덧 사회생활 3년째,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저도 3년 동안 학교에 맨날 앉아 이 생활에 적응이 되었고, 어느덧 40대, 50대 어른들과도 농담을 주고받는 만렙 (?)이 되었습니다. 교장 선생님도 교감 선생님도 그다지 어려운 존재가 아닙니다. 이 분들도 누군가의 어머니인데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일하시는 모습이 대단하다는 생각만 듭니다. 저는 이런 날이 안올 줄 알았는데 나이 먹어가니까 자연스럽게 저도 성격이 바뀌더라구요. 별로 안궁금한 TMI를 낭발하시면 영혼 없이 와 정말요? 하고 자연스럽게 손으로 어깨를 팡팡 쳐드리기도 하고, 부동산 얘기하면 자연스럽게 끼어들어서 근데 그 아파트는 생각보다 안오른다며 한마디 얹어보기도 하고, 회식 자리 가면 자연스럽게 먼저 술 따라드리고, 심지어 저는 술 더 먹을 수 있다고 깝치는 능력까지 생겨버렸습니다. 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참.. 물론 어리버리한 초년생보다는 낫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 저도 이렇게 어쩌다가 변화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저 매일 출퇴근하고 휴직 안하고 안그만두고 버텨내다보니 이렇게 변화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지금 그 곳에서 벗어나고 싶고 사회생활하는게 너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매일 울면서 말 한마디 못하던 저도 이렇게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으니 여러분도 충분히 하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초반에는 사회생활보다는 일 적응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여러분의 행운을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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