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행일기#33] 잘맞는 실장님 찾기
안녕하세요, 짱무원입니다. 오늘은 무슨 주제로 이야기를 할까 생각하다가 실장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실장님의 관리자는 교장선생님이시지만, 제 관리자는 사실 실장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교장선생님보다 실장님의 말과 행동이 제게 영향력이 더 크니까요. 그래서 잘 맞는 실장님을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만난 실장님은 두분입니다. 첫 실장님은 추진력이 강하셨습니다. 학교로 휴직 후 복직을 하시자마자 행정실이 너무 좁다고 옆실과 벽을 터서 행정실을 확장시키는 공사를 진행하셨습니다. 그리고 친화력이 좋으셨습니다. 매일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교무부장님, 교무행정사, 계장 등과 함께 테이블에 둘러앉아 아침마다 회의를 가장한 티타임을 가지셨습니다. (저는 당시 신규였기 때문에 이 자리가 불편하여 끼지는 않았습니다.) 목소리가 크고, 가르칠건 가르쳐야한다는 주의여서 가끔 저를 실장님 옆 자리에 불러서 저에게 이것저것 업무를 설명해주시곤 하셨습니다. 그런데 가끔 너무 쿨하게 말씀하시는 부분이 되려 저에게 상처가 되어 실장님 앞에서는 행동을 조심하게 되었고, 약간 어려웠던 실장님으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5급 승진을 앞둔 실장님이셨기에 저와의 급수 차이로 인한 심리적 거리감도 한몫 했던 것 같습니다.
두번째 실장님은 첫번째 실장님과 너무 달랐습니다. 일단 조심성이 강하고, 착하지만 잘 쳐내지 못하는 성격이었습니다. 그래서 교장선생님을 무서워했고, 교장선생님의 의견에 늘 수긍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감사에 집착하셨습니다. "이건 감사에 걸릴 것 같아. 감사가 뭘 볼지 모르니까 이건 이렇게 준비를 해야될 것 같아." 어떤 업무든 모두 감사와 연결지어 일을 완벽하게 끝내놓으려는, 완벽주의 성향이 있으셨습니다. 때로는 이렇게까지 해도 어차피 걸릴텐데..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실장님이 꼼꼼하시니 종종 제 실수도 발견해주시기도 했고, 대충하는 것보단 꼼꼼한게 나으니까 저는 잘 맞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딱 공무원과 가장 잘 어울리는 실장님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만 하시는 분이라 일하면서 수다는 떠셔도 절대 자리에서 일어나 티타임을 갖는 일이 없었고, 교무실과의 친목에도 관심이 없으셨던 분입니다.
첫번째 실장님과 두번째 실장님의 스타일이 너무 달랐지만 두 분 다 장단점이 또렷했기 때문에 이 분은 이분대로 맞춰드리고 저 분은 저 분대로 맞춰드리며 근무하였던 것 같습니다. 두 실장님이 모두 성격 자체는 좋았기 때문에 잘 지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성격 자체가 못된, 피해야 될 실장님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그런 분을 만나게 된다면 어떤 고난을 겪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 됩니다. 하지만 그 땐 그 때의 제가 또 잘 헤쳐나갈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오늘의 글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