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돌아올 날

계속 기다릴게.

by 이브 Eve

너의 컵은 아직도 식탁 위에 있어. 매일 아침 그 안에 물을 따라두고 있어. 마치 네가 곧 일어나 와서 마실 것처럼. 냉장고엔 네가 싫어하던 채소는 여전히 안 사고 있고, 네가 좋아하던 커피는 떨어지지 않게 사두고 있어. 어느 날은 컵 앞에 앉아서 네가 숨 쉬던 방향을 바라보며 물었다. 잘 지내냐고, 왜 대답이 없냐고, 왜 날 이렇게 혼자 두고 가버렸냐고. 처음엔 울면서 물었는데, 나중엔 웃으면서 물었고, 요즘엔 그냥 아무 감정 없이 묻고 있어.

말하듯이, 숨 쉬듯이,

“오늘도 안 오지?”, “그래, 알았어”, “그럼 내일은 와줄래?”.

그리고 네 옷걸이엔 아직도 네 셔츠가 걸려 있어. 하루는 그 옷에 내 볼을 대고 잤고, 또 하루는 그 옷을 입고 네 흉내를 냈고, 거울 앞에 서서 너처럼 미소를 지어보며 말했어. “이제 나도 너야, 그렇지?”, 그 순간 웃었는데 무서웠어. 이게 어디까지가 나고 어디까지가 너인지. 네가 좋아하던 음악을 틀어놓고 네 이름을 부르며 그 물건들에 계속 말을 걸고 있어. 어쩌면 나는 네 물건들이 대답한다고 믿고 있는지도 몰라. 그게 아니라면 내가 이렇게까지 무너지진 않았겠지. 그게 아니라면 지금처럼 매일 밤 네 칫솔에 말을 걸면서 울진 않았겠지.

“내가 아직 네 거야, 너도 나 아직 기억해?”하고.

내가 말한 이 모든 것들이 그냥 정상이 아니란 거 알아. 근데 너 없인 나도 정상이 아니야. 그래서 네가 남긴 모든 사물들을, 지금도 나보다 더 살아 있는 것처럼 대하고 있어.

오늘도 같은 시간에 물을 끓였고, 너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를 되뇌었고, 그대로 따라 말했고, 컵에 물을 따르고 그 옆에 네가 좋아했던 사과를 잘라 올려뒀어. 그게 시작이야. 그다음엔 네가 자주 앉던 자리에서 너의 이름을 열일곱 번 불러. 매일 똑같은 횟수로,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고, 문을 열어두고 기다리며 네가 올 자리를 비워두고, 네 사진을 보며 너에게 말을 걸어.

“오늘은 조금 다르게 했어, 더 잘할 수 있어, 제발 돌아와 줘”.

그리고 너의 옷을 꺼내어 내 위에 덮고 누워. 너의 냄새가 날아가지 않게 조심조심 덮고, 눈을 감고 속삭이듯 중얼거려. 너를 처음 만났던 날, 네가 내 이름을 처음 불러준 순간, 우리 사이가 처음으로 어긋났던 밤, 너의 마지막 눈빛, 모든 장면을 순서대로 반복해서 떠올려, 기억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 네가 흘린 말투를 흉내 내고, 그 장면을 완벽히 재현하면 혹시라도, 정말 혹시라도, 네가 그 사이 틈으로 다시 걸어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나는 하루하루가 의식이고, 매 순간이 주문이야. 침묵은 준비고, 눈물은 제물이고, 기다림은 믿음이야, 나는 믿고 있어. 그 믿음이 병인지도 모르겠지만, 믿고 있어, 언젠가 네가 다시 올 거라고, 오늘이 아니면 내일, 내일이 아니면 그다음, 그러니까 나는 계속해, 나를 닮아가는 이 방 안에서, 이곳은 점점 네가 살았던 그날의 모양과 시간으로 채워지고 있어. 나는 그 안에 눕고, 기도하고, 광기처럼 사랑하고, 아무도 없는 문을 바라보며 웃어.


“이제 정말 올 거지? 오늘은, 진짜로 올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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