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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네이버 May 19. 2024

가족은 감정의 쓰레기 통이 아닙니다.

언어폭력도 가정 폭력입니다.

"여보, 난 당신의 감정의 쓰레기 통이 아니야"  언젠가 한번 아내가 이런 말을 툭 던졌다. 


그  당시 온갖 루머와 비방에 시달리고 있었던 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면 온갖 짜증을 가족한테 부리고  있었다. 아내에게도 다정스럽지 못한 말투로 말하고, 퉁명스럽게 대답을 했다. 아이들은 그런 아빠를 보며 눈치를 살피곤 했으니  말이다. 충격이었다. 말 그대로 난 나의 짜증 나고 언짢은 감정들을 가족에게 쏟아붓고 있었던 것이다. 즉, 사랑과 애정으로  채워줘도 모자를 가족인데, 오히려 내 나쁜 감정을 해소하는 쓰레기 통으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영어  표현이 Kicking the cat(고양이 걷어차기)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조직이나 가정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학대함으로써 불만을 표 줄 하고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소위  '갑질'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 표현은 한 우화에서 비롯되었다. 


한  기사가 영주의 성대한 연회에 참석을 하게 되었는데, 영주는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그를 꾸짖는다. 기사는 모역감을 느끼자 화가  난 상태로 연회를 빠져나와 정원을 걷는다. 그러다 마침 지각을 한 정원사와 마주치자, 그 정원사를 향해 온갖 폭언 언 욕설을  쏟아부었다. 영문도 모른 체 다이안 정원사는 울그락 불그락해졌고, 화가 난 채로 집에 돌아갔다. 아내는 힘든 일을 하고 돌아온  남편을 맞이하며 "오늘 어땠어요?"라고 물었다. 


하지만  밖에서 짜증이 난 채로 온 정원사는 자신의 아내에게 온갖 폭언을 쏟고, 물건을 집어던지며 화를 냈다. 남편의 이유 없는 짜증과  폭언에 속상한 아내는 잠시 몸을 피하기 위해, 아들의 방으로 간다. 그런데 아들은 신이 난 채로 침대 위에서 뛰고 있었다. 그  관경을 본 엄마는 아들에게 온갖 잔소리를 퍼부었다. 그러자 아들은 잔뜩 심술이 나서 옆에 누워 잘 곤히 잠을 자고 있던 고양이를  냅다 발로 차버린다. 


이 우화는 인간의 나쁜 감정이 얼마나 쉽게 전염이 되는가를 잘 설명해 준다. 뿐만 아니라, 사람은 늘 약자를 향해 자신의 나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화풀이 대상으로 삼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가족을 자신의 나쁜 감정을 해소하는 쓰레기 통으로 만들어 버린다. 




얼마 전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찾아서 읽던 중에, 한 작가님의 글을 읽게 되었다. 그분은 과거 자신이 겪었던 가정 폭력의 경험과 그 후에 치유의 과정을 글로 담아내고 계셨다. (보통은 좋은 글이면, 작가님들에게 묻지 않고 내 글에 링크를 달지만, 이번에는 작가님의 동의를 얻어 링크를 게재합니다)


https://brunch.co.kr/@424eb0d74c594e4/29 


이  작가님의 경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것은, 언제나 폭력의 희생자는 늘 약자이다. 가해자는 언제나 힘없는 약자를 자신의 쓰레기  같은 감정을 해소하는 대상으로 삼는다. 폭언과 폭행은 이런 힘없는 약자의 몸과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쉽게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낸다. 


어느 날 한 40대 여성 환자가 병원을 찾아왔다. 방문 사유: 'Chest Pain(가슴통증)'  의료진들이 보는 환자 정보에 방문 이유가 떴다. "음, 가정폭력은 아니군"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하지만 잠시 후 담당 간호사가 나에게 찾아왔다. "보니까, 가정폭력 기록이 환자 정보에 뜨네요, 한번 살펴봐 주실 수 있나요?""네 알겠습니다, 한번 살펴보죠". 곧바로 가정 폭력 내역을 살펴보니, 20개 정도가 화면에 뜬다. 기간만 해도 무려 10년이 되었다. 


천천히  20개의 기록을 일일이 살펴보니 자신의 남편으로부터 온갖 폭언과 욕설, 비하하는 말, 가스라이팅을 당했다는 기록이다. 한국이나,  뉴질랜드나 이런 경우가 제일로 힘들다. 신체적 폭력은 바로 눈에 드러나지만, 언어폭력은 언제나 은밀히 숨어있다. 증거를 잡기도  힘들다. 이런 경우, 가정폭력으로 응급실에 온 것이 아니기에 딱히 손을 쓸 수가 없다. 경찰도 이런 경우는 쉽게 대응을 하기  어려운 것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말로 찌른 상처가 더 아프다는 말이 있다.

말로 찌른 상처가 더 아프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조금 더 그녀의 기록을 살펴봈다. 2000개, 그녀의 정신과 기록 노트의 숫자가 무려 2,000개가  넘었다. 그녀는 조울증, 우울증, 조현병, 자해뿐만 아니라 극단적 선택한 일화 등이 상세하게 기록이 되어 있었다. 읽다 보니  나조차도 그녀가 그동안 받아왔을 고통이 내 가슴에까지 전해졌다. "하... 참나...." 절로 한탄과 한숨이 나왔다.  


그녀에게 퍼부었던 남편의 온갖 폭언과 욕설, 조롱하는 말, 비하하는 말은 그녀의 정신을 산산이 부숴 버렸다. 더 이상 그녀는 정상적인 삶조차 살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안녕하세요, 사회복지사 굿네이버입니다". 나는  남편을 향해 분노가 치밀었지만, 그래도 상냥한 말로 환자와 남편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직접적으로 가정폭력에 대해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주로 나눴다. 하지만 남편은 순간순간마다 자신의 아내를 비하는 말을 서슴지 않고 이야기한다. "제 아내가 예전에는 미용사로 일을 했는데, 지금은 정말이지 어글리(Ugly)합니다." 농담이 아니었다.  아내를 비하하고, 깎아내리는 것이 그저 습관이 되었다. 그런 말이 자신의 아내에게 어떤 아픔과 상처를 주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무감각해져 있었다. 


남이 보는 앞에서조차 아내를 비하하고 모욕을 주는 것을 서슴지 않고 하디니... 

폭언과 욕설, 고함은 그녀에게 일상이 되어 버렸다. 마치 밧줄에 묶여버린 코끼리처럼, 그녀는 남편의 이런 말에도 반응을 하지 않는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아무런 빛도 보이지 않는다. 영혼이 나가 있는 눈동자였다. 


언어폭력을   당한 사람들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심한 고통을 받는다. 인간관계, 직장 생활, 학업에 큰 어려움을 야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고통까지도 받게 된다. 그래서 불안 장애나 지속적인 심리 변화나 만성 스트레스를 겪을 수 있다.  낮은 자존감, 우울증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수치심과 죄책감, 절망감으로 고통을 받는다.  언어폭력에 장기간 노출된 분들은 삶에 대한 희망이 없고  무기력해지며 일상생활에까지 지장을 주어,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는 것조차 힘들어하게 된다.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집에서나 학교에서 언어적인 폭행을 당한 아이들은 향후 어른이 되었을 때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를 가질 위험성이 크다. 


어렸을  적 경험했던 언어폭력은 결코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마음속에 난 상처는 더 커지고, 더 깊어져서  성인이 되어서도 그 고통 속에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야 한다. 몸에 난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에 난  상처는 시간이 가도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언어폭력 정의, 징후, 종류 및 대치 방법 등에 대해서 정리한 글입니다. 

https://wellbeingways.org/%ec%96%b8%ec%96%b4%ed%8f%ad%eb%a0%a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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