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를 앞둔 이민자의 고군분투 성장기
49세, 나는 뉴질랜드의 한 병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얼마 전 뉴질랜드 국세청에서 편지 한 통이 날아왔다. 첫 페이지를 보는 순간 눈살이 찌푸려졌다. 작년 한 해 세금을 계산했는데, 원래 내야 할 세금보다 적게 납부가 되었으니 $53 달러를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뭐야, 왜 세금을 더 내?” 월급에서 자동으로 세금이 나가는데, 더 내야 한다고 하니 기분이 언짢아진다. 하지만, 그런 언짢음은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연기처럼 사라진다.
작년 한 해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받은 연봉은 무려 뉴질랜드 달러로 13만 달러 (한화로 1억 천만 원)이다.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내 인생에 연봉 1억을 받으며 살 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병원에서 일한 지 3년 만에 찾아온 행운이다. 서류를 내려다보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뉴질랜드에 첫발은 내디딘 후 시작된 내 20년의 이민의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나이 서른, 이제 막 결혼식을 올린 후, 나와 내 아내는 신혼여행도 가지 않고 곧바로 뉴질랜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낯선 공항에 도착을 했을 때, 우리 손에는 이민 가방 2개와 전재산 $4,000달러가 쥐어져 있었다. 이마저도 15년 된 중고차를 사고 나니 $4,000달러는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 시절, 내게 '사회복지사'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그때의 나는 오늘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내게 이 숫자는 단순히 돈의 의미를 넘어선다. 머나먼 땅, 미지의 세계에서 바닥부터 시작해 이룬 작은 성공의 증표이자, 지난 20년간 온갖 비바람을 맞고 뾰족한 인생의 가시들에 찔려 가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걸어온 삶의 흔적이다. 무엇보다 이 숫자는 내게 '가치 있는 삶'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었다. 돈을 버는 일이 아닌, 사람을 돕는 일로 이룬 성취이기에 더욱 그렇다.
내 나이 49세, 이제 한국에서 살았던 날보다 이곳 뉴질랜드랜에서 살아가는 날이 더 길어지는 시간으로 들어선다. 이제 나이가 들어가니 지나온 삶이 그리워진다. 그래서 한 동안 찾지 않았던 페이스북에 들어갔다. 땀, 눈물, 고뇌, 환희, 그리고 지난 20년이란 시간 속에 스쳐 지나간 사람들 그리고 늘 곁에서 힘이 되어준 아내와 아이들...
문득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지난 20년의 삶을 돌아보며, 지금의 내가 있게까지 함께해 주었던 이들에 대한 흔적을 남기고, 그때 전하지 못했던 고마움을 담아내고, 깊은 상처와 아픔으로 찢어진 가슴 한편을 이제는 치유하고 싶어졌다.
또한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연봉 1억은 어떻게 달성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과 앞으로의 오십에 대한 계획까지...
이 이야기가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누군가에게,
혹은 인생의 갈림길에서 서 있는 또 다른 나에게
작은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