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 가장 어렵고 힘든 점은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부도 운동도 커리어도 하다가 안되면 포기해도 되고 잠깐 멈췄다 다시 하면 된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 내가 가장 쉽게 떠오를 수 있었던 선택지인 '포기'가 육아에서는 있을 수 없다. '무를 수 없다'는 그 점이 나를 불안하고 예민하게, 쉽게 지치게 만든다. 육아가 어렵다고 생각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난 참 쓸데없는 상상을 많이 하는지라 육아가 힘들 때면 '만약 다시 돌아간다면'이라는 상상을 하곤 한다. 요즘은 남편 하는 짓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다시 돌아간다면 이 남자랑 결혼하는가?'를 자주 생각하는데 남편만 생각하면 '놉!' 하다가도 돌고 돌아 끝은 '예쓰'로 바뀐다. 아가들 때문이다. 결혼을 안 했더라면 요 귀여운 아기들 키우는 경험을 못했을 것이고 이 남자랑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혹은 좀 더 신혼생활 즐기다가 더 늦게 아기를 낳았더라면 지금의 첫째, 둘째가 아닌 다른 아기이지 않겠는가. 생각만으로도 싫다.
출산 전에 늘 내가 꿈꾸던 가정은 '부부중심'의 가정이었다. 부부의 행복이 우선, 아이보다 남편과 아내가 우선인 가정. 연애하는 것 같이 서로가 최우선인 부부의 모습말이다. 꼭 그렇게 살리라 다짐했는데 결국 나도 엄마아빠의 길을 걷는구나. 모든 것이 아이중심 되고 남편보다는 아기들이 더 좋다. 아기 때문에 산다. 언젠가부터 사랑하는 남편 아내보단 든든한 전우애로 똘똘 뭉쳐진 육아동지, 누구의 엄마 아빠에 가깝다.
무를 수도 없고 포기할 수도 없는 육아지만, 수능 준비하던 고3시절 마냥 나의 예민미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키고 매 순간 불안과 우울을 가져다주는 육아지만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 가겠다. 특히 요즘처럼 두 아이 모두 컨디션도 며칠째 좋고 사이좋은 모습도 하루 중 서너 번,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앙 깨물어주고 싶은 모습들이 수십 번 보일 땐 육아할 맛이 난다. 육아가 내 체질이고 내 천직인가 싶기도 하다. 물론 하루에도 수십 번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나이기에 이 기분이 언제까지 가려나 싶지만 말이다. 아기들이 좋다. 육아를 즐기는 내 모습도 좋다. 그저 지금처럼 잘 커주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