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너희의 집착을 즐길게!
'집착'이란 단어를 생각하면 나는 배우 강동원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연애스타일에 관한 질문에 대해 그는 연애할 때 집착이 심해 차였다는 말을 했다. 그 인터뷰를 본 내 생각. "저렇게 잘생기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한테 집착하면 얼마나 좋을까. 도대체 왜 차는겨?"
하지만 이제 알겠다. 아무리 사랑하고 아무리 좋아도 과도한 집착은 너~무 힘들다.
사실 나는 요즘 육아 번아웃이 왔다. 번아웃 올 기미를 보인 지는 꽤 오래되었는데 요리조리 피해 가며 잘 버티고 있다가 지금은 막다른 길이 없는 기분이다. 번아웃의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의 집착이다.
두 아이 다 나를 맹렬히(?) 원한다. 나는 두 아이가 동시에 잠을 자는 시간 외에는 잠을 잘 수도 누울 수도 화장실에 맘 편히 갈 수도 없다.
예전에는 그래도 첫째가 남편과 잘 지냈다. 남편과 둘이 산책을 가기도 하고 내가 너무 피곤한 날 침실에서 눈 좀 붙이고 있으면 남편과 둘이 놀고 있었다. 한 때는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해 남편이 나와 첫째의 애착형성이 잘 안 된 것이 아닌지를 염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무조건 엄마다. 기저귀갈기도 엄마, 목욕도 엄마, 놀이할 때 악당 역할도 엄마, 손님 역할도 엄마, 책 읽어주기도 엄마, 산책도 엄마랑 같이, 잠도 엄마랑 같이... 외출도 내가 함께 가지 않으면 절대 가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하니 남들은 본가나 시가에 가거나 부모님께서 집에 와주시면 육아에 숨통 트여 자주 뵙고 싶다던데 나는 아니다. 육아에 입댈 사람만 더 늘어나 머리만 더 지끈할 뿐...
내가 이렇게 고통받고 있는 동안 남편은 식탁에 앉아 여유롭게 간식을 먹거나 폰게임을 하고 있으니 배알이 꼴린다. 물론 그도 여러 차례 '아빠가 해줄까?'를 제안하고 번번이 거절당해 그러는 것이지만 말이다.
남편이 교대근무에서 일근직으로 부서를 옮긴 후 나의 독박육아시간이 매우 길어졌다. 남편은 아이가 막 일어나는 시간에 출근하여 저녁밥 다 먹이고 씻기고 나면 퇴근한다. 어른 밥 먹고 잠잘 준비 해서 재우려 하면 나는 이미 많이 지쳤는데 아이들은 쌩쌩이다. 재워보려다 지친 아빠는 먼저 방에 들어가 눕고 엄마만은 절대 누워선 안되고 다른 공간에 있어선 안된다며 나를 붙들고 울고불고하는 아이들 옆에서 10시 반-11시까지 하루를 보내고 나면 그야말로 진이 다 빠진다. 그래서인지 요즘 나도 아이들의 집착과 짜증을 못 견디고 감정적으로 대하는 일이 잦아졌다. 감정적으로 훈육하고 반성하고 또 감정적여졌다가 반성하고...
잠들기 전이면 또 다짐한다. 그래 누가 나를 이토록 원하고 사랑했던 적이 있는가. 이렇게 사랑받아본 적 있는가. 지금을 감사하게 여기고 즐기자.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니... 언젠가는 '아들~왜 엄마랑 같이 안자?' '딸~엄마 손 왜 안 잡아줘' 하며 서운해하고 아쉬워할 날이 올 테니 말이다. 그때가 되어서야 '더 안아줄걸 더 예뻐할걸' 후회 말고 지금 이 집착을 즐기자. 지나간 일 후회 말고 다가올 일 걱정 말며 지금 현재를 충실히 듬뿍 사랑해 주고 나 역시 아이들에게 듬뿍 사랑받자. 그런 의미에서 내일부터는 아이의 집착이 심할 때마다 꼭 안아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