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란 독후감' 큐~
모자른 모자의 모자란 독후감. 적절하게 잘 지은것 같다. 어설프고 서툴러도 모자라다는 방패가 막아주기 때문이다. (처음 이름은 '모자른독후감'이었다. 맞춤법을 잘 아는 친구의 제보로 '모자르다'가 아니라 '모자라다'가 맞는 표현이라고 해서 바로 수정했다)
녹음 초반부터 어설픈 모습이 바로 나왔다.
"책 <신의 일요일> 첫인상이 어땠나요?"
"아들이 책 두 권을 빌려왔는데 제가 아들한테 '엄마 이 책 읽는다' 했어요. 책도 짧고 이슈에 맞고 재밌다? 유쾌하다? 시트콤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책에 대한 첫인상을 물어본 건데 엄마는 이미 책 읽고 나서 느낀 점을 다 얘기해 버렸다. 엄마니까 말을 끊을 수도 없고 다 들은 뒤 "당황스럽다"라면서 귀엽게 주의를 줬다.
나도 실수를 해버렸다. 녹음 도중에 주인공 자녀를 딸이라고 말해버렸다. 엄마는 "(주인공 자녀) 아들이야~"라는 말로 급하게 정정해줬다. 모자른 부분을 채워주는 모자 사이다.
가족 구성원중에 엄마랑 나만 말이 많은데다 책 한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책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도 한다.
엄마와 팟캐스트를 하게 된 계기는 단순하다. 책을 읽은 뒤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전에도 엄마는 <불편한편의점> 1, 2권을 다 읽은 뒤 1권을 읽고 있던 나에게 자꾸 2권 내용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 아닌가. 그 때마다 나는 "엄마 스포하지마"라며 엄마의 입을 합법적으로 막았다. 불현듯 엄마의 책 감상평을 아껴두었다가 녹음을 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책 읽는 속도는 재미를 느끼는 척도다. 재밌게 읽은 책일수록 금세 읽어 버린다. 엄마가 책을 금방 읽었다는 건 읽기 쉽고 가볍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나도 <신의일요일>을 버스. 지하철 그리고 학원 쉬는시간마다 읽다보니 금방 소화했다. 나의 예상이 적중했다. 이 책은 사람과 인공지능의 교감이라는 주제로 일어나는 이야기로 정말 쉽게 읽혔다.
이 책을 잘 골랐다고 판단한 이유는 시의성이 맞아 들어갔다. 책을 보던 시기에 부모님에게 '챗GPT' 사용법까지 알려줬다. 또 부모님이 즐겨보시는 TVN <유퀴즈온더블럭>에 뇌 전문 장동선 박사가 나와 AI에 관해 설명을 하기도 했다.
엄마에게 방송 취지에 대해 설명을 해주니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래도 말하는 걸 좋아하는 엄마는 방송참여에 응해줬다. 평소 엄마의 텍스트량을 봤을땐 분량 걱정은 없었지만, 평소처럼 말을 잘 할수 있을까 이런 걱정도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엄마랑 나는 독서 모임 경험자이기에 책 하나를 두고 얘기를 해본 경험이 있다. 책을 읽고나서 어떤 내용에 대해 나눌지 정하는 거에 대해선 크게 어렵지 않았다. 혹시나 다른 아이디어가 있을지 몰라서 챗GPT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내가 생각한 건 "책을 읽고 느낌점"이라면 "AI는 인간을 구원할 수 있나?" 등 심오한 주제를 던지기도 했다.
녹음 하루 전날 엄마에게 '책에 대한 첫인상' '책을 보고 느낀점' '기억에 남는 장면과 대사' 'AI 사용기 장, 단점' 등 이야기 할 거리에 대해 미리 알려줬다. 독서 모임에서 정말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질문으로 정했다. 책에 대해 심도있는 질문보다 처음이기에 엄마랑 정말 가볍게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녹음 하기로 한 30분 전부터 엄마는 노트에다가 열심히 답변지를 미리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 공부하는 학생 같았다. 가볍게 시작하려고 했던 건데 엄마가 너무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엄마에게 부담이 되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했다.
평소 엄마와 나는 서로 반말을 한다 .하지만 청취자가 있기에 서로 존댓말을 하기로 정했다. 중간 중간 너무 어설프면 반말을 하기로 했다. 내가 듣던 팟캐스트에서 존댓말로 하다가도 서로 반말이나 욕설을 하면서 재미를 주기도 한다.
예상외로 엄마는 안정적인 존댓말로 녹음을 이어갔다. 나의 질문에 답을 미리 준비한 엄마는 막힘없이 답변도 잘했다. 질문에 맞지 않는 답변일지언정 정적은 없었던 거 같다. 아들이 느끼기에 횡설수설 한 것처럼 느껴졌지만 방송 청취한 한 친구는 "너희 어머니 말도 잘하시고 재미도 있으시다"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친구의 어머니를 지적하는 건 '탈룰라'이긴 하다)
녹음을 하다보면 엄마의 엉뚱한 모습도 여러번 느낄 수 있었다. 엄마한테 '홍대병'에 대해 알려주니까 "홍대병 나도 좋아합니다~" 라고 말하기도 하고 <신의일요일>을 별점 5개를 준다고 극찬하자 나는 "이 책보다 더 재밌는 책이 나오면 어떡할거냐"라고 물었다.
엄마는 "그때는 별 하나를 더 주면 됩니다"라며 재치있게 응수했다.
리허설도 없고 정말 최소한의 기획만으로 시작한 엄마와의 녹음은 끝이났다. 유튜브와 팟빵을 통해 업로드 한 뒤 엄마한테 알려줬다. 엄마는 곧장 모니터링을 하자마자 엄청 즐거워했다. 엄마의 포복절도는 <미스터트롯>이후 오랜만이다.
일반인에게 자기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나도 내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때는 정말 괴로웠고 힘들었다. 근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차 적응이 되었고 내 단점을 고치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지금 듣기 좋은 음성은 아니다. 모니터링 하다 보니 "어..." "그..." 같은 쓸데없는 군더더기가 많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아쉬운점은 엄마랑 아들의 재미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챗GPT한테 물어보니 모자 케미스트리를 보여주는 장면 여러개를 알려주기도 했다. 너무 인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아들이 나름 준비를 해서 소소하게 방송을 했지만 심드렁한 아빠와 동생은 크게 관심이 없어보였다. 아빠는 "얼굴도 안나오고 자막도 안나오는 걸 누가 보겠냐"라고 했고 동생은 "그걸 듣는 사람이 있어?" 라고 했다.
엄마는 "아빠랑 동생은 책을 읽지 않으니 관심이 없는거"라며 방어기제를 드러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나. 엄마는 다음 방송부터 1시간 미리 합을 맞춰보자는 의지도 불태우고 '말도 더 천천히 해야겠다'며 굳은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조회수를 매일 보는 엄마를 보면서 한편으론 걱정되기도 했다. 첫 회는 지인에게 홍보를 해서 나온 수치이니 2화부터는 더 낮아지지 않을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엄마는 "조회수는 나오느데 왜 댓글이 없어?"라고 묻자 나는 "엄마도 유튜브보면서 댓글 안달잖아. 그리고 아무도 안다는 댓글에 누가 댓글을 달아"라면서 나만의 방식으로 엄마를 위로를 해주기도 했다.
물론 나도 더 나아진 모습으로 방송에 임하고 싶긴 하지만 엄마의 열정을 따라갈 수 있을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다음 방송은 어떤 책을 해야할지, 어떤 방식으로 녹음해야 더 재밌고 오래 할 수 있을지, 또 청취자를 유지하거나 늘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고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소녀 감성인 우리 엄마를 위해서라도 댓글이 좀 달렸으면 좋겠다)
https://youtu.be/AyxJjAe6QnI?si=7467NPBOC9POkv6j
https://m.blog.naver.com/9dokham/223938215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