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만에 방송 사고

1회 조회수 반도 못미쳐

by 구독함

아뿔싸! 두 번째 녹음은 방송사고다.


에어컨이 있는 방으로 옮겨서 녹음하는 장소를 바꿨다. 녹음기기인 핸드폰 둘 위치가 애매해 손으로 들어 녹음을 했다. 입에 너무 가까이 댄 탓인지, 내 목소리가 듣기 거북했다.


신기하게 남자인 내 목소리는 이상했지만, 엄마는 또 그렇지 않았다. 20여분 녹음을 마치고 다시 들어보니 아쉬운 마음에 "엄마 다시 녹음할까?"


"엄마 피곤해 그냥 올리자"


또 하나 배웠다. 아무리 방송 대본과 멘트 준비에 신경을 써도 방송 환경에 대해 소홀하면 준비한게 말짱 도루묵이 된다는 것을.


소홀한 준비는 수치로 나타났다. 1회 조회수에 절반에 절반도 못 미쳤다.


<모자란 독후감> 1편 조회수가 점점 오르더니 100회를 넘겼고 선플이 달리기도 했다. "엄마의 무심한 말투가 재밌다" "덕분에 주말에 읽은 책 골랐다" 등 엄마가 이 댓글을 보고 엄청 좋아했다.


1화 방송을 들은 한 친구도 "콘셉트가 너무 괜찮다. 엄마와 아들이 함께 하는 방송이라 훈훈하고 보기 좋다"라는 평가도 했다.


방송 1화에서 엄마는 <불편한 편의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불편한 편의점>은 친구한테 빌려 보고 다시 반납한 상태였다. 방송을 하기 위해선 다시 한번 빌려야 한다.


친구한테 다시 또 빌려야 하는 번거로움과 친구한테 또 빌린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친구가 다행히 <모자란 독후감> 열렬한 팬이어서 다시 또 빌려줬다.


2화 책 선정은 <불편한 편의점> 말고도 <공중그네>, <라디오체조>, <결혼 보다 시코쿠> 등이 후보에 올랐다. <공중그네>와 <라디오체조>는 내가 좋아하는 오쿠다히데오가 쓴 책이고 엄마도 재미있게 읽었다. <결혼 보다 시코쿠>는 축구해설위원 김환이 여자친구와 일본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다.


2화 방송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평균 시청시간을 보아하니 초반만 듣는 사람이 꽤 많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엄마와 아들이 추억용으로 시작했지만, 이왕이면 청취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었으면 하는 욕심도 생겼다.


엄마는 2화 방송을 앞두고 "말을 더 줄여야겠다" "말을 조리 있게 잘해야겠다"며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또 멘트를 준비하면서 아빠와 싸운 이야기 등 가정사나 속 깊은 이야기를 자체적으로 편집했다.


이 이야기를 듣던 아빠는 "자극적으로 해야 해. 싸운 얘기, 힘든 얘기 다 해. 필요하면 내 욕도 해"라면서 부채질을 했다. 도파민 중독자 아빠는 엄마와 성향이 참 다르다. 나도 엄마 쪽에 가깝지만 아빠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안이 갠지스강 물을 마시더니 연예대상을 받았고, 나는솔로에서 가장 화제가 된 건 고성이 오가는 돌싱 특집이다.


누가 맞고 틀린 건 아니기에, 나는 진라면의 약간매운맛처럼 중간으로 조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불편한편의점 표지

내가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에서 영화, 드라마 리뷰를 해준다. 유튜버가 작품 내용을 정말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 채널 구독자들은 유튜버의 설명만 듣고도 영화를 볼지 말지도 정할 정도이다.


나도 유튜버처럼 책 줄거리를 재밌게 말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녹음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방송 초반에 책 이야기에 대해 얘기하는 게 시청시간을 늘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욕심을 부린 게 화근이 됐다. 나의 텍스트량은 많아졌고 좀 지루해지기도 했다. 또 내가 말이 많아질수록 엄마의 말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내 멘트에 리액션과 말을 잘 덧붙여줬다. 노숙자 독고에 대해 설명을 하던 중 엄마는 "성실하기도 해요"라며 살을 붙여줬고, 내가 "술을 자주 먹는 손님한테"라고 말하자 엄마는 "옥수수수염차"라면서 말을 덧붙여 줬다.


3화부터는 내가 준비한 대본이 아니라 엄마의 눈을 보면서 얘기하면 엄마가 리액션을 더 맛있게 해주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방송 중 편의점에 대한 추억에 대해 얘기했다. 엄마는 새벽 2시 아빠와 함께 편의점 밖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이야기를 꺼냈다. 감성적인 엄마는 그때를 떠올리며 엄청 행복해했다.


콘텐츠가 팟캐스트인 게 아쉬울 정도였다. 영상이 나오는 콘텐츠였으면 '추억에 빠져 행복한 엄마' '새벽 편의점 감성에 빠진 표정'이라는 자막을 달아줬을 수도 있다.


오픈발(?)은 금방 빠졌다.1화에 비해 조회수가 턱없이 모자랐다. 한 친구의 반응은 "아들이 너무 말이 많다. 이 방송의 포인트는 엄마다. 엄마가 말이 많아야 방송이 더 재밌어진다"라고 피드백을 주기도 했다.


맞는 말이다. 내가 말을 유려하게 잘하거나 똑똑하지도 않다. 엄마를 거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 전 엄마랑 도서관이 가기로 한 날, 엄마는 베스트셀러인 <혼모노>를 읽어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내가 도서관에는 베스트셀러를 구하기 힘드니 구입해야 볼 수 있다고 했다.


<모자란독후감>이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엄마한테 말하지 않고 <혼모노>를 구입한 뒤 방송 2회에 밝혔다. 방송 중 내가 "베스트셀러 <혼모노> 아시나요?"


엄마는 "모르겠는데요"


나는 당황했다. 엄마의 리액션을 노린 건데 엄마는 <혼모노> 를 기억에서 잊어버렸다.


너무 아쉬운 마음에 방송 마무리 인사를 하고 난 뒤 나는 "연극 불편한 편의점도 있으니 기회 되면 같이 보자"라고 말을 했지만 엄마는 "좋지요~" 라며 무심하게 답변하며 방송을 마무리 했다.


방송 녹음을 한 다음날 엄마에게 연극 불편한 편의점 같이 보자고 하니 엄청 좋아했다. 왜 방송에서는 이런 텐션이 안 나올까 아쉬웠지만 방송에서 엄마는 내심 교양 있고 차분한 이미지를 노리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연극 불편한편의점은 3만원대로,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방송 콘텐츠 겸 엄마와의 추억을 위해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나혼자산다>에서 가수 이찬혁이 엄마와 함께 연남동데이트를 한 적이 있다. 분위기 좋아 보이는 카페, 소품샵 같은 곳도 같이 가면서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젊음의 기운이 느껴지는 대학로에서 엄마랑 색다른 데이트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들었다. 나도 연극을 오랜만에 볼 생각에 오랜만에 설레였다.


3화는 음질테스트도 철저하게 하고 엄마가 말을 많이 하는 방향으로 해서 재미있게 녹음해 보겠다. 연극 <불편한 편의점>이 될지, 베스트셀러 <혼모노>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


https://youtu.be/1Pa7d65Ibvg?si=EeWXg4aS5WlnRl3q



2 불편한편의점 : 팟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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