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장난감, 그림 모델, 인형탈, 스키장
이번 편은 번외로 단기 알바 이야기입니다.
비교적 짧게 한 알바 경험담입니다.
이번 알바 체험기 시리즈계 이모카세라고 생각하시고 다양하게 즐겨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꽃을 판 남자
마트에서 한 달 동안 꽃을 팔아본 적이 있다. 20대 중반의 남자가 꽃을 파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꽃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은지도 처음 알았다. 꽃의 이름과 꽃말을 외우느라 손님이 없을 때에도 계속 공부하고 공부했다.
마트 특성상 중년 여성 손님이 많았는데 꽃향기만 맡고 안사는 손님이 대다수 였다. 예상대로 꽃이름과 꽃말을 물어보는 사람이 종종 있었고 오랫동안 시들지 않는 꽃을 물어보는 손님도 있어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한 달 동안 알바를 했는데도 몇 개 못 팔았던 기억이 있다. 내가 영업을 못했다기보다 마트에서 꽃장사는 실패였다고 믿고 싶다.
강변역 노상에서도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 특수로 카네이션을 판 적이 있다. 10년 전이라 현금만 받았었는데 학생들에게는 깎아주기도 했다. 부모님과 스승에게 선물을 하려는 사람이 사기 때문에 진상도 없고 다들 착했다. 마트에서와 달리 서비스를 잘해서 사장에게 칭찬을 받기도 했다.
-동심을 훔쳐라
대형 마트에서 한 달 동안 어린이 장난감을 판 경험이 있다. 총을 과녁에 맞추는 장난감, 자동차 장난감 등 남자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역동적인 장난감이 많았다.
마트 안에 초등학생 아이들이 혼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총 한번 쏴볼래?" 이러면서 유도를 한다. 총질을 몇 번 한 하다 보면 아이들은 너무 재밌어한다. 뒤늦게 아이를 찾아 나선 엄마들은 성격이 정말 다양한다. "여기서 뭐 하고 있어?" 이러면서 손목을 잡아서 데려가는 엄마가 있기도 하고 재밌냐고 물어본 뒤 장난감을 하나 사주는 엄마도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엄마와 아들이 있었다. 엄마는 "장난감 절대 사줄 수 없다"라고 못을 박았지만, 아들은 사달라고 떼를 쓰며 마트에서 드러누웠다. 엄마는 창피해하며 아이들을 엄청 혼냈다. 나의 판매 전략 때문인 거 같아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나를 그려주세요
관심종자들에게 추천할만한 알바가 있다면 바로 그림 모델 알바다. 짧게는 4시간 이상을 십여 명이 둘러싸서 본인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유년시절 이후로 누군가가 날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집중하고 쳐다봐준 기억이 없었다. 무대에서 노래나 춤을 불러도 5분 이내이기 때문이다.
4시간 동안 계속 같은 자세로 있어야 하는 건 아니고 1시간 하고 조금 쉬고 1시간 하고 조금 쉴 수가 있었다. 잠시 휴게실에서 쉬고 있는데 학원 수강생들의 이야기가 들리기도 했다.
"모델 분 얼굴이 너무 입체적이라 그리기가 어려워"
"개성 있는 얼굴은 그리기가 쉬운데 왜 어려운 걸까"
엿들으려고 한 건 아닌데 얼굴 평가를 듣다 보니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들을 때만 해도 기분이 좋진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해가 됐다. 그들에게는 그림 하나로 인생이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에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가을 했다.
그리고 입시생들이 다 그린 얼굴 그림을 핸드폰으로 못 찍어가게 했다.
-덥지 않았던 인형탈
모델 알바 말고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알바가 있다면 바로 인형탈 알바이다. 내가 해 본 현장은 제약과 의료기기가 공존하는 의료 관련 행사현장이었다. 점잖은 의사들과 의료기기 회사 직원들이 행사 현장에 많았다.
무더운 여름은 아니었지만 인형탈을 쓰고 행사장을 휘젓고 다니다 보면 덥긴 더웠다. 현장의 분위기가 있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형탈에 대해 관심이 없었지만 20대 여성들은 인형탈에 관심을 보이곤 했다. 그러다 보니 힘든 것보다 즐겁게 일을 했던 것 같다.
다른 인형탈 알바 후기를 보면 어린아이들이 때린다거나 X침을 하기도 한다던데 그런 건 없어서 다행이었다.
-스키장에서
대학생 겨울방학 때만 할 수 있는 알바가 있다면 바로 스키장 알바이다. 2달에서 3달 정도 할 수 있는 이 알바의 가장 큰 장점은 숙식이 제공되고 스키나 스노보드를 무료로 탈 수 있다는 점이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는 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알바의 가장 큰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긴 하지만 스키장 알바는 연령대 비슷한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면서 일을 할 수가 있고 같이 자고 먹기 때문에 친구와 같이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대학교 선배가 추천을 해준 덕분에 일을 할 수가 있었고 동기와 함께 P스키장에서 겨울방학 동안 재밌게 일한 기억이 있다.
친구들끼리 오는 경우가 많아 서로의 신경전이 있기도 하다. 일한 경력으로 우위를 점하려는 사람도 있고 나이로 서열을 정하려는 사람도 있다. 군대에서 만큼 정말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외향적인 사람이면 더 즐겁게 일을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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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부록 단기알바 시리즈를 쓰다 보니 아직 못다 한 단기 알바 이야기가 있어 한 편 더 쓰기로 했습니다.
지인이 "형의 글은 분량이 딱 좋아. 너무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아"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 분량을 지켜보려 합니다.
다들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