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전단지

소소한 에피소드

by 구독함

다시 또 전단지를 돌렸다.


첫 편(1 내 알바 아니다:전단지 배포)에 미사호수공원에서 전단지를 돌릴 예정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이번에도 다양한 에피소드를 가져왔다. 소소한 이야기니 큰 기대는 하지 않았으면.


미사호수공원 전망(커플을 AI로 지웠습니다)

-남자혐오


버스 기사 시절 젊은 여성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버스를 타는 승객 모두에게 인사를 하면 젊은 여성만 받아주지 않았다. 사람은 경험을 바탕으로 고정관념이 생긴다고 했나.


이번에 전단지를 나눠주면서 남자 혐오가 생겼다. 나이 대 불문하고 남성은 전단지를 대부분 받지 않았고 여성은 전단지를 너무 잘 받아줬다. 지나가는 커플에게 전단지를 내밀다 보면 남자친구가 거부하자 여자친구가 "왜 안 받아? 빨리 받아!"라고 혼내기도 했다.


그 이후부터는 안받을 것 같은 남성들에게는 전단지를 주지도 않았고, 커플이거나 부부인 경우 여성들에게 오히려 더 전단지를 내밀기도 했다.


왜 전단지를 남성들은 거부하고 여성들은 잘 받아주는 것일까?


남성들은 쓰레기 버리는 것조차 귀찮아서? 손에 들고 있는게 싫어서? 여성분들은 거절을 잘 못해서? 이유가 궁금하다.


-유쾌한 형님(?)


내가 홍보하는 술집은 2층이었고 1층 꼬치 집 앞에서 전단지를 나눠줬다. 1층 꼬치 야장 좌석과 굉장히 가까웠는데 꼬치에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면서 '언젠가 나도 친구들이랑 이 꼬치집 한번 오고 만다'라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중국인 여자친구와 동행한 덩치가 좋은 한 형님이 꼬치집에 자리를 잡더니 나에게 "고생한다"며 호의를 베풀었다. 전단지에 대해 관심을 보이더니 "나중에 꼭 가보겠다"는 기분 좋은 말도 남겼다. 그러던 중


"사장님! 맥주 한 잔 하실래요?"


전단지 알바한테 '사장님'이라는 표현도 신기했고 맥주 한 잔을 사주겠다는 그 마음이 정말 느껴졌다. 정말 딱 한잔 먹고 싶었지만 웃으면서 호의를 거절했다. 거절해 놓고 후회하기도 했다. 맥주 한 잔 10초면 다 마시는데 맥주도핑을 해서라도 힘을 낼 걸 그랬나 싶었다.


-순수한 꼬마


홍보한 가게를 정확히 말하면 위스키를 전문으로 하는 술집이었다. 전단지를 나눠줄 때도 미성년자한테는 나눠주지 않았다. 초등학생 1~2학년으로 보이는 꼬마가 말똥말똥한 눈빛으로 다가와 말을 건넸다.


"저도 주세요"


너무 귀여웠지만 줄 수가 없었다. 엄마 어디 있냐고 물어보니 뒤에 오고 있다고 했다.


엄마는 딸에게 "이거 뭔지 알고 받고 싶다는 거니?"


"저도 받고 싶어요~"


내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어머니를 쳐다보자 눈을 찡그렸다.


그게 주라는 표시인지 주지 말라는 표시인지 파악이 안 되었지만 그냥 줘버렸다.


꼬마는 남들 다 주는데 받지 못하니 소외감을 느꼈을수도 있고 전단지에는 여러 글자와 그림까지 그려져 있으니 보고 싶었을수도 있다. 호기심이 가득한 꼬마아이도 시간이 흐르면 위스키를 마시는 날이 오지 않을까.


-서비스


전단지 알바를 하다 보니 지나가는 행인 중에 "전단지 가져가면 서비스 있나요?"라고 묻거나 "전단지에 할인권 없네 받지 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위스키 가게 사장한테 따로 들은 게 없으니 처음에는 서비스에 대해 일언반구도 못했다.


사장한테 물어보니 "서비스 준다고 하라"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주문했다. 그 이후 '서비스'니 '할인'이니 물어보는 사람에게 "전단지 가져가면서 제가 줬다고 하면 서비스 줄 거예요~" 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어느 한 젊은 여성 손님은 "전단지 가져가면 서비스 주나요~?" 라면서 혀 짧은 목소리로 애교를 부리기도 했고 술이 거하게 취하신 중년은 "형광색 아저씨 OK! 맘에 들어~" 라면서 위스키 가게로 간다고 했다. 말 한마디에 사람들의 환심을 사는구나 싶었다.


최근 K리그와 주토피아와 콜라보한 수원삼성 풋볼저지


-어디에나 수원팬은 있다.


위스키 가게 사장이 옷을 편하게 입고 와도 된다는 말에 정말 편한 반팔티에 운동복 반바지를 입고 출근을 했다. 어느 날 수원삼성블루윙즈 로고가 있는 트레이닝바지를 입고 출근한 적이 있었다.


전단지를 들고 기다리는데 멀리서부터 광채가 느껴졌다. 바로 다름 아닌 수원삼성블루윙즈 유니폼을 입은 남자였다. (나는 20년 수원삼성팬이다)


그 남자에게 다가가 "저도 수원 팬입니다"라고 말을 걸었지만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전단지 들고 있는 알바생이 으레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바지에 있는 수원삼성 로고를 보여주더니 경계심을 풀며 전단지를 웃으면서 받아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퇴근시간이라 가게 안을 갔는데 그 수원삼성 팬이 여자친구와 위스키를 마시고 있는 거 아니겠는가. 이 정도로 열심히 호객행위 한 걸 사장님은 아시려나 모르겠다.


-쇼미더머니


예전에 강변역에서 어버이날 특수로 꽃을 판 적이 있었다. 그때 지나가는 손님 중에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있길래 골똘히 생각하니 바로 이용수 전 축구 해설위원(지금도 축구계에서 일을 하는 건으로 안다)이었다.


너무 반가워서 사진 한 장 찍어달라고 이야기했다. 당시 감독 선임을 못햤다는 이유로 욕을 많이 먹고 있던 터라 달갑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사진을 찍어준 적이 있었다.


미사호수공원에서도 젊은 남자 5명이 무리를 지어 지나가는데 엄청 키가 크고 콘로우 머리스타일을 한 사람이 보였다. 헤어 스타일이 너무 특이하고 멋있어서 계속 쳐다보다가 내가 아는 래퍼임에 틀림이 없었다. 지인들과 같이 있기도 했고 사실 힙합오디션프로그램에 출연만 했었지 내가 아는 히트곡은 없었다.(지금도)


혹시나 해서 그 다섯 명 무리가 지나갈 때 "혹시 래퍼신가요?" 하고 크게 물어보니, 그 콘로우 머리스타일은 한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답을 했다. 그 사람한테 직접 물어본 것도 아니었는데 대답을 직접 했기에 더 의심스러웠다.


그 래퍼에 대해 찾아보니 미사에 거주한다고 되어있었고 아무리 사진을 다시 봐도 그 사람이 맞는 거 같았다. 친구들과 편하게 술 한잔 하려고 왔을 텐데 내가 괜히 아는 척해서 더 불편하게 느껴지게 한 거 같아 미안한 마음도 있다. 인스타 DM도 보냈지만 답이 없다. 아무래도 그 래퍼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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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이 바쁘단 핑계로 내 알바 아니다 시리즈 업로드가 부득이하게 늦었습니다.


모작가님이 "요즘 알바글 왜 안올리냐", "소재가 떨어진 것이냐"며 정곡을 찌르기도 했는데요


글로 다루지 못한 알바들이 더 있지만 지금처럼 한 편으로 담아내기에는 제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네요. 결국 이 시리즈는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번외편으로 단기 알바와 대외활동편으로 마무리 할 계획입니다. (후기도 쓸 수 있으면 써보겠습니다)


부족하지만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회차가 2편이 될지, 3편이 될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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