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매점
<불편한 편의점>, <편의점 인간>, 드렁큰타이거-편의점, 이찬원-편의점... 그 외에도 다양한 작품 제목에 '편의점'이 들어간다.
10년 전 고등학교 내에 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다. 교내 매점이었지만 편의점이었기에 기분이 오묘했다. 요즘 대학교 안에 편의점이 있다. 초, 중, 고교 내에도 편의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아시는 분은 꼭 댓글로 달아주셨으면)
-술, 담배는 없어요
우연히 알게 된 편의점 사장님이 말하길 편의점 매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담배 판매량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교내에 있는 편의점이기에 술과 담배는 팔지 않았다. 한 번도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었기에 담배 종류를 외우는 것도 자신이 없었다. (아버지가 피는 담배와 래퍼 창모 노래 가사에 나온 담배 종류밖에 잘 모른다)
또 술도 팔지 않았다. 교내 편의점에 술을 파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정말 무거운 술병을 옮기지도 않았으면서 편의점 업무를 해봤다고 말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
-학생이기 전에 손님
쉬는 시간이 10분에만 학생 손님이 온다는 건 오산이다. 수업시간에도 편의점을 오는 손님이 종종 오기도 했다.
"수업 시간에 어떻게 편의점에 오실 수 있는 거죠?"
오지랖을 부릴 용기도 없었다. 나는 아르바이트고 상대는 학생이기 전에 손님이다. 나이가 어렸기에 더 조심스러웠고 심기를 건드릴 수가 없었다. 희미한 기억이지만 수업시간에 오는 학생들은 일진의 냄새를 풍기기도 했다.
-전쟁 같은 점심
점심 시간에 편의점에서 컵라면, 도시락, 김밥 등을 먹는 학생 손님이 많았다. 전쟁 같은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면 먹고 남은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테이블에 그대로 두고 가기도 한다.
손님이 꼭 먹은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게 법으로 정해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치워주고 가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쓰레기뿐 아니라 음식물을 흘린 걸 그대로 두고 가 나의 혈압을 올려주기도 했다.
점심 시간만 끝나면 너무 일거리가 많아져 테이블 근처에 보이는 곳에다가 A4용지에 크게 <쓰레기는 스스로>라고 쓴 다음 붙여놨다. 효과는 없었다. 치우는 사람만 치우고 그대로 두는 사람은 계속 그대로 둔다.
그렇다고 다 먹고 그대로 두고 가는 손님에게 "쓰레기 치우고 가세요"라고 말할 용기도 없었다. 핑계를 대자면 아르바이트생이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무뚝뚝
엄마는 집 근처 편의점에 갈 때 여성 중년 점원(직원인지 점주인지는 모르겠다)이 1+1이 있으면 웃으면서 안내를 해준다고 한다. 엄마도 기분이 엄청 좋아져서 구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게 서비스하는 사람의 자세다. 만약 편의점 업무를 지금 한다면 들어오는 손님마다 환한 미소로 응대했을 것이다.
10년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무표정으로 바코드를 찍고 금액을 말해주곤 했다. 자주 오는 손님이라면 특별히 신경을 더 써줄 법도 한데 학생 손님이 부담을 느끼진 않을까 쓸데없는 걱정부터 했다. 교내 편의점이었기에 매상에 큰 타격은 없었겠지만 너무 무뚝뚝한 아르바이트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