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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사만화 Oct 31. 2020

동물농장 짜장이 이야기

작은 동물을 지켜내는 사람들

나는 강아지를 키운다.

내 강아지는 유기견이다.

사람에겐 살갑지만 음식 욕심은 놓치 못하는

내 어린 강아지.


내 강아지의 추정나이는 6살이다.

개전문가들의 말만 따르며

끽해야 4살쯤 보일 정도로

혈기 왕성, 식욕 왕성하고

하얀 치아를 갖고 있는

내 어린 강아지.


산책을 하다가 만난 사람들이

몇살이냐고 물으면

난 곧장 6살이나 됐다고 (강조하여)

당당히 얘기한다.

그리고 나랑 산 기간은 3년 정도라고.

젊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동네에는

제법 나이 든 강아지도,

유기견 출신 강아지도 드물기 때문이다.

그들의 생각 속에

성견 유기견을 입양하는 일이

이렇게나 별일이 아니라는 것을

은은하게 침투하고 싶은 욕심에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술술 해댄다.


누군가 버린 덕분에

나는 이렇게 예쁜 강아지를

득템하는 행운을 얻었지만

버려지는 개체수와 입양되는 개체수의 갭은

이러한 내 으쓱함마저 짓밟는다.

나는 더 구조할 수 없음에서 오는 슬픔.

그럼에도 나는 매일 SNS를 통해

안락사에 놓인 아이들과 학대당한 아이들,

버려진 아이들, 개농장에서 비참한 삶을 살다가

노견이 되어버린 아이들, 방치된 아이들,

1m의 줄에 묶여 사는 아이들의 소식을 찾아본다.

그러다가 후원을 하기도 하고,

분개하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SNS 속에 비쳐진 한국 개들의 현실은

간신히 우울증 언저리에서 벗어난 나를

다시 우울의 세계로 초대한다.

‘넌 결국 나에게서 못 벗어나.

세상은 온통 절망이니까’ 속삭이듯.

그래서 너무 고통스런 계정들은 정리하고,

구조되어 새 삶을 살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는 몇 개의 단체 계정만 남겨두었다.


그중에 하나가 ‘유엄빠’다.

대개는 믹스견인 건장한 아이들을 구조해

치료하고 국내외로 입양을 보내며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그들의 사무실 한켠을

내주어 거처를 마련해주었다.

(사실 사무실보다 개들의 합숙소가 훨씬 크다)

그렇게 구조된 아이들을

개운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와중에

충격적인 사진이 하나 올라왔다.



이 아이는 학대로 입을 다물지 못한 상태였고

한쪽 눈 역시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혓바닥은 코 속에서 쏟아진 피로

딱지가 앉아 있었다.


고통

절망

분노

슬픔

느낄 수 있는 모든 괴로움의 감정들이

다채롭게 내 조직 세포 구석구석까지

후벼팠다.


우리는 정말 이 동물을 구해낼 수 없는 걸까.

이럴 바에 차라리 버려, 차라리 모르는 척해줘.

무릎 꿇고 빌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그 밤 잠든 내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이 아이의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또 다시 힘겨운 상황에 놓인 친구가 나타났다고.

우리들은 힘을 합쳐서 그 아이를 살릴 거라고.




코로나로 인해 입양의 길이 더 좁아지고,

빠듯한 살림으로 누가 봐도

큰 수술을 해야 하는 아이를 감당하는 일을

단체에게 당연히 전가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유엄빠는 모금을 시작했고,

아이를 구조하기 위해 화성의 보호소로 떠났다.


아이에게 들러붙은 파리들이

아이가 얼마나 피리한 상태인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곧 걸걸한 목소리가 매력인

유엄빠 대장의 욕지거리가 들려왔다.

피드에 욕을 해서 죄송하다고 했지만,

나는 그 정도보다 더 대차게 해줬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여전히 분개심이

해소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박막례 할머니를 모셔다가

비트를 드려야 할 각!


구조된 아이는 힘을 내라는 의미에서

힘찬이라는 이름이 지어줬고,

살 운명인지 동물농장에서도

치료를 돕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현재 힘찬이는 유사한 수술을 진행한 적 있는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하기 위해

컨디션을 회복하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나는 힘찬이와 힘찬이를 구조해준

단체에 후원금을 보내기 위해

월급날만 기다리고 있다.


힘찬아, 이모도 조금 보탤게.

다 잘 될 거야.

이제 편히 식사도 하고

인간이라는 종족이 다정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줄 거야.

그러니 살자.

힘차게 살아내서

강아지로서 가장 행복한 삶을 살자.


나는 작은 동물을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이

곧 이 세상도 지켜낼 수 있다고 믿는다.

연약하고 작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것들을 응당 조금 더 힘센

내가 보호해야 한다는 마음,

이런 마음을 갖고 있다면

화재 속에서 두려움을 떨고 있는 아이들도

지켜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조금 더 너그럽고

조금 더 다정하자

가진 게 많다면 더욱

힘이 세다면 더욱

영향력이 있다면 더욱



유엄빠 인스타그램 공유합니다

들어가시면 힘찬이 소식을 보실 수 있어요

또 후원 안내도 있습니다

지나는 길이라면 입양 홍보하는 아이들도 봐주세요


https://instagram.com/youumbba?igshid=fan3v4om3ubw


https://www.youtube.com/channel/UCYYwZ2SU0yKEIWq17ayyF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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