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닿아 2년 동안 초기 창업가나 초기 스타트업 종사자를 1,500명가량 만났다. 1:1 대면 코칭한 기업도 있고, 심사를 했던 기업도 있고, 말 한마디 안 나누고 강의만 했던 적도 있다. 나도 초기 스타트업에 다니기도 했다. 덕분에 많은 팀 상황을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보고 느낀 점들을 풀어볼까 한다.
OKR이나 Agile이나 뭐나 말이 많다. 그러나 내가 볼 때 실리콘밸리에서 들여오거나 유행하는 조직 문화들 벤치마킹해도 실패하는 이유는 다음 다섯 가지 기본적인 체계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1. 채용
2. 평가/보상
3. 팀 체제와 R&R
4. 의사소통 구조
5. 의사결정권
고도화된 경영 기법을 도입하기 전에 가장 기본적인 조직 체계를 잡지 않으면 구멍이 생긴다. 예를 들어 전사 직원들이 도전적인 목표를 추구하도록 촉진하는 OKR 기법을 도입하더라도 의사결정 체계가 수직적이거나 권한 위임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어차피 OKR은 실패한다. OKR 추구하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권한 위임이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어차피 대표 마음대로 할 거면서"라고 불평이나 하지, 어떤 직원이 도전적으로 일하겠는가?
위 다섯 가지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하나만 문제가 생겨도 다른 것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애초에 채용할 때 동기 부여 수준이 낮은 사람을 뽑고서 평가/보상 시스템으로 직원들 동기 부여를 시키려고 하면 될 리가 없다. 혹은 R&R 분배가 명확하지 않은데 성과에 따라 보상하겠다고 하면, 직원들은 자기 역할이 모호하니까 제대로 성과 평가가 이뤄지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부조리하다고 느낀다. 혹은 의사소통 체계가 상위 직급끼리만 의논하고 의사 결정된 사항을 Top-down 방식으로 공지하는 식이면서 실무자한테 권한 위임한다고 얘기해도 소용이 없다. 실무자에겐 의사결정 권한이 없는데 결과물에 대한 책임만 지는 격이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들으면 아무도 이런 바보 같은 실수를 안 할 것 같은데 현업에 있으면 머리가 복잡해지니 이런 일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그동안 스타트업들 보고 느낀 이러저러한 점에 대해서 리뷰할 겸, 생각 정리할 겸 두서없이 적는다.
+ 조직의 체계를 논하기에 앞서서 하나를 덧붙이자면 '업무 방법론'은 대전제다. 일하는 방식도 정의하지 않고 일하는 조직은 회사가 아니라 동아리다.
홈페이지 개발하는데 팀 내에 개발자나 서비스 기획자가 없으면 망한다. 간단한 홈페이지 만드는 데에도 최소 1,000만 원이 들어가고 오류나 수정사항이 생길 때마다 외주 업체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명목 상 만드는 게 아니라 홈페이지가 사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개발자를 뽑는 게 더 싸다. 아니면 무료 홈페이지 제작 툴이 많으니 직접 만드는 게 낫다.
디자이너 없이 창업하는 팀을 종종 본다. 결국 런칭까지 이어지지 못한다. 시장에 내놓을 만한 디자인 퀄리티까지는 나와야 하는데 팀 내에 디자인 역량이 없으면 런칭을 못 한다. 디자인 수정사항이 끝도 없이 나오고 제품/서비스도 수도 없이 피봇(Pivot)하는데 매번 외주 맡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업에 꼭 필요한 역량은 팀 내부에 있어야 한다.
동기 부여는 남이 해줄 수 없다. 기본적으로 Self-motivation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하고, 그게 아니어도 동기 부여 수준이나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
어떻게 해야 직원들을 동기 부여시킬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자주 듣는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직원들 동기 부여를 시키는 건 비효율적이다.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지만 성과는 안 나는 선택지다. 인센티브를 주거나 권한 위임을 해도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은 쉽게 변하진 않는다. 도구적 이성에 의해 행동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변한다 뿐이지 동기 부여 자체가 바뀌는 경우는 못 봤다.
회사가 할 일은 동기 부여 수준이 높은 직원들의 사기를 깎아내리는 제도와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다. 동기 부여는 못하더라도 동기를 죽이지는 말아야 한다. 열심히 일했는데 연봉 협상은 경력 순이라거나, 권한 위임한다 해놓고 마이크로매니징하면, 있던 동기도 사라진다. 즐겁게 일하게 만드는 건 못하더라도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건 회사가 할 수 있다.
동기부여는 회사가 책임 못 진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을 ~하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시도들은 대개 실패한다. 주도적으로 일하게 만들 수 있을까, 협업하게 만들 수 있을까 등등 애초에 그런 사람을 뽑지 않고선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
스타트업 종사자는 사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전에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업무들도 해내야 할 때가 빈번하다. 그 와중에 성과를 칼같이 측정하고 평가려 들면 사람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R&R(Roles&Responsibility)이 정형화된 직무와 경직된 회사에서나 성과를 평가하기 쉽지, 일반 스타트업이 개인의 성과 평가에 목숨을 걸고 있으면 불필요한 에너지만 낭비한다.
스타트업에 입사하는 사람들이 왜 스타트업에 입사하는가? 대부분이 자기 주도적으로 성과를 만들어내고 싶어서다. 능동적으로 일하는 게 어색한 사람은 금방 떠난다. 굳이 회사가 성과를 평가하려 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평가하고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애초에 그런 동기 부여 높은 사람들을 채용한다면 평가에 신경 쓸 에너지를 다른 곳에 쏟을 수 있다.
보상은 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드러낸다. 단지 동기 부여시키려고 보상하는 게 아니라 회사에서 중요시하는 가치를 구성원도 추구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보상을 준다. 회사가 연봉이나 경력에 비례해서 보상을 주면 성과를 내려고 발악하진 않겠지만, 안정적으로 각자 주어진 일에 집중할 것이다. 반대로 성과 기반으로 연봉 협상을 하거나 인센티브를 주면 성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 그런데 오히려 성과만 보상하면 다른 팀과 협업하지 않고 자기 팀의 성과만 추구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래서 회사가 협업과 조직 기여도에도 보상한다면 구성원들이 협업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겠다.
대체로 성과에 따라 팀 단위로 보상하고, 실력과 조직 기여도에 따라 개인 단위로 연봉을 책정하는 게 업계 흐름인 것 같다. 성과에 따라 개인 단위로 보상하면 팀 플레이를 해친다. 스타트업은 일당백으로 일하면서 동료와 얽혀 있는 프로젝트가 많기 때문에 개인 단위로 성과를 평가하기도 어렵다. 팀 단위나 조직 전체 단위에서 동등하게 보상하는 게 차라리 나은 듯하다. 연봉 책정의 경우 업계 기준이 있으니 경력도 반영해야겠지만, 경력 이외에 개인의 업무 실력과 조직에 대한 기여도까지 반영해야 그 사람이 회사에 남는다. 특히 직무 역량은 딸려도 조직 기여도가 높은 팀원은 역할을 변경해서라도 조직 전체 레버리지에 기여할 수 있게 만드는 게 필요한 것 같다.
보통 5~10명의 초기 스타트업은 팀 하나로 운영되다가 10명 즈음되면 팀이 분화된다. 그리고 20명이 넘으면 팀이 3개 이상으로 나뉘곤 한다. 그러면서 조직 관리에 드는 복잡도가 확 증가하는데 팀 별로 업무 보고만 받아도 A4 용지 몇 페이지씩 나오기 때문이다. 팀 간에 사일로(Silo) 현상이나 갈등도 생기기 쉽다. 그래서 팀 구성을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조직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이 좌우된다.
미션 중심 조직은 사업부 중심으로 여러 기능이 한 팀에 모인 조직을 말한다. 기능 중심 조직은 특정 직무끼리 팀으로 뭉친 조직을 말한다. 스타트업에서는 보통 하이브리드 조직으로서 둘의 모습을 모두 갖춘다. 쉽게 얘기하면 경영지원이나 재무 담당자를 별도의 기능 부서로 두고, 사업부 중심의 미션 중심 팀을 두는 식이다.
비즈니스 모델과 조직 규모에 따라 적합한 모델은 다르다. Agile하게 실험하고 제품/서비스를 빠르게 테스트하는 게 중요한 조직에서는 미션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는 게 좋다. 한 팀에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다 들어가 있는 식이다. 그런데 사업부 간에 병렬식으로 동일한 형태의 사업을 여러 개 하는 조직에서는 기능 중심 조직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여러 사업에서 중복되는 기능 업무들(재무/회계/연구 등)은 하나의 팀으로 별도 분리하여 레버리지(Leverage)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차용하는 스포티파이의 매트릭스형 조직 구조는 하이브리드 조직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구성된 조직 형태다. 미션 중심으로 사업부 팀이 구성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각 직무 별 팀도 따로 존재한다. 그러니까 직원 한 명은 소속된 팀이 두 개인 셈이다. 사업부 팀에도 속해 있고, 직무 팀에도 속해 있어서 여러 사업부 간의 인사이트를 같은 직무끼리 공유한다. 팀 간에 정보나 노하우가 공유되지 않는 사일로(Silo) 현상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하이브리드가 만능은 아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팀 구조를 명문화하고 공표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미션 중심 조직으로서 사업부 팀만 운영하는 조직이 있다. 그런데 사업부 간에 교류가 점점 줄어들고 각자 사업에만 집중한다. 사일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각 사업부의 직무별로 모아서 협업하라고 강조도 하고, 세미나도 하는데 잘 안 된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팀'이라는 소속이 없기 때문이다. 조직 구성원한테 '다른 팀이랑 협업을 해라', '협업이 중요하다'라고 백날 이야기해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구조와 체계를 명문화하고 선언하고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제도적인 업무 방법론을 만들어야 행동이 바뀐다.
R&R(Roles&Responsibility)은 역할과 책임을 말한다. 직원들은 각자가 맡은 역할과 책임이 있다. 마케터라면 마케팅을 하고,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한다. 또한 프로젝트에 대한 역할과 책임도 있다. 무엇보다 각자 어떤 사업에서 무슨 과업을 맡는 건지가 명확해야 한다.
초기 스타트업은 R&R이 불명확하다. 명확하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여러 업무가 얽혀 있어서 디자이너가 마케팅도 하고 마케터가 디자인도 하고 영업도 하는 식이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상태가 계속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다.
각 구성원이 희망하는 R&R이 있다. 나름의 커리어 로드맵도 있고 이 조직 안에서 얻고 싶은 점도 있을 터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점차 회사 상황이 개선되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R&R도 명확히 개선될 것임을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봉이 아무리 높아도 퇴사한다.
R&R이 불명확하면 소속감과 동기 부여도 떨어진다. 생각해보라, 너무나 자주 있는 일이다.
"너 무슨 일 하는데?"
"나? 그냥 이것저것 다 해..." (자신 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고 다니는 직원이 어떻게 즐겁게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R&R은 기본이다.
회사에 일이 많이 들어와서 어쩔 수 없이 이것저것 시켜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양날의 검이다. R&R이 엉망이더라도 일을 해내면 매출이야 늘겠지만 조직 건전성은 죽는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마치 건강을 잃는 것과 같다. 몇 번 할 때는 모르지만 지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수술해야 하거나, 수술해도 이미 늦었을지 모른다. 먹고 살기 위해 아무 일이나 다 받아와서 시키는 건 co-founder나 버티지 직원들은 못 버틴다. 지금 R&R에서 소화할 수 없는 일은 안 받는 게 좋겠다. 직원들 다 나갈라.
R&R이 너무 명확한 것도 문제다. 무슨 얘기냐면 각자 주어진 역할만 수행하도록 강압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스타트업은 후발 주자로서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영업사원은 영업만 하고, 마케터는 카드 뉴스만 만들면서 어떻게 실험과 도전을 할 수 있을까? 각자 자신의 역할은 명확히 있지만, 얼마든지 다른 사람의 업무 영역에도 함께할 수 있도록 협업을 장려해야 할 것이다.(느슨한 연결)
어떻게 하느냐? 그냥 협업 많이 하라고 말만 하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채용, 평가/보상, R&R, 의사소통 구조, 의사결정권이라고 하는 다섯 가지 조직 체계를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업무 분배 시에 R&R을 명확히 하되, 채용할 때 자기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먼저 나서서 다른 팀과 협업해봤던 플레이어를 뽑는다. 그리고 성과만 보상할 게 아니라 팀/개인 간의 협업과 조직 기여도에 따라 보상한다. 팀 구조를 사일로 현상이 발생하지 않게 하이브리드 조직으로 체제를 정비한다. 의사소통을 원활히 만드는 차원에서 다른 팀이어도 이해관계자끼리 함께 모이는 회의를 정례화한다. 다른 팀의 업무 진행 현황을 모든 구성원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공유한다. 조직 구성원의 사이드 프로젝트나 시도를 막지 말고 권한을 위임한다 등등... R&R은 명확히 하되 협업이 잘 이루어지도록 5가지 조직 체계를 다듬는다.
회사에 어떤 정보가 있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어떻게 나뉘어 있고, 정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공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
회사 안에서 중요한 정보는 무엇일까? 과업(Task)이다. 과업에 대한 정보가 어떻게 흘러가느냐가 회사의 기본적인 의사소통 구조다. 업무 보고/공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회사는 회사가 아니다. 여러 프리랜서를 고용한 사업주 한 명이 있을 뿐이다. 서로 Task의 진행 현황을 파악해야 프로젝트 전체 관점에서 판단하고, 또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인지하며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회사 안의 Task 현황을 파악한다는 건 회사의 Value Chain을 파악하는 것과 같다. 업무 진행 현황은 모든 구성원이 알 수 있어야 한다.
일일 업무 보고는 불필요하다고 본다. 개개인이 매일 무슨 업무 했는지를 체크하는 건 감시하는 것밖에 안 된다. 개인 업무 보고는 주 단위로만 해도 충분한 것 같다. 대신 각 Task에 대해 실시간으로 이해관계자에게 상시 공유하도록 하면 된다.
대신 팀장은 해당 프로젝트의 Task 진행 현황을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하고, 팀원들에게 매일 공유한다. 어차피 프로젝트를 관리하려면 전체 흐름을 팀장이 정리해야 된다. 단순히 팀장이 자기 혼자 일하기 편하려고 정리하는 게 아니라 팀원들에게 전체 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실시간으로 처리되는 프로젝트 진행 현황을 가공해서 팀원들이 전체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보여줘야 한다.
* 그러나 많은 기업이 전체 Project 진행 현황을 구성원에게 공유하려 하지 않는다. 품이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혹은 주니어를 무시하면서 주니어까지 이런 걸 다 알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흔히 아는 후진 중소기업들이 그렇게 일한다. 사무실에 잘 안 보이는 사장이 일을 시키고, 직원들은 그냥 주어진 일만 하고 빨리 회사 나갈 생각만 한다.
스타트업이 대기업도 아니고, 각자 위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 식으로는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 자신이 어떤 일에 기여하는지 눈으로 계속 확인할 수 있어야 능동적으로 일하게 된다. 업무 보고/공유를 그냥 불필요하고 비효율로만 보면 대기업 따라하는 스타트업이 된다.
회사에서 정보가 오고 가는 방식은 정례화된 '회의' 방식과 일상적인 '업무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있다. 회의 방식은 아래 정리해둔 글을 참고한다.
회의 자체를 비효율로 보는 건 확실히 문제다. 회의에도 효율적인 방법이 있으나 모를 뿐이다. 흔한 토론 동아리에서도 토론 방법을 연구하는데, 회사에서는 왜 회의 방법을 연구하고 연습하지 않는가? 사회자도 있어야 하고 찬반도 논해야 하며 서로 기분 나쁘지 않게 피드백도 해야 하는 고도의 대화 기술들이 필요한데, 마구잡이식으로 회의를 하니까 비효율이 된다.
https://brunch.co.kr/@goodgdg/117
업무 커뮤니케이션 툴의 기능은 두 가지다. 실시간으로 업무 진행 현황을 소통하기 위함, 업무 히스토리를 아카이브 하기 위함이다. 기본적인 업무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아래 글을 참고한다.
https://brunch.co.kr/@goodgdg/76
수평적인 의사소통 문화는 허상이다. 원칙과 체계가 없으면 사실상 관리가 안 되는 것이다. 조직 구성원들이 알아서 수평적으로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하는 편이다? 그것은 단지 조직 구성원의 경향일 뿐이고 조직에서 관리할 수 없다. 그리고 조직 규모가 커지면 아무리 의사소통 잘하는 사람을 뽑아도 경직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회의 현장을 보면 안다. 회의 참석자들 중에 누가 가장 말을 많이 하는가? 새로운 의견이 얼마나 표출되는가? 반대 의견이나 반박 주장이 실제로 발언되는가? 구성원의 경향이나 성격이 아니라 실제 일어나고 있는 행동 양식을 관찰하면 의사소통 문화가 드러난다.
어떻게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만들까? 협업 원칙을 만드는 게 기본이다. '우리는 의사소통을 이러이러하게 하자 '라는 원칙을 함께 모인 자리에서 협의하고, 합의해서, 공표하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말짱 꽝이다. 공통의 원칙을 선언하는 건 행동의 기준 근거를 마련해주는 행위다. 누군가 회의 때 어떤 의견에 감정적으로 반박한다면 공통의 협업 원칙을 근거로 '근거와 함께 주장을 이야기하도록 해요'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협업 원칙이 없으면 그냥 개인이 쿠사리(?) 먹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화 좀 내지 말고 근거랑 같이 얘기해요'라고 말하는 것과 '우리 조직 문화에서 근거와 함께 이야기한다는 항목이 있으니까, 조금 더 근거를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건 다르니까.
주니어 중심의 초기 스타트업에선 마이크로 매니징이 유리하다. 기본적인 업무 퀄리티가 낮아서 퀄리티 컨트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니어 입장에서도 회사에서 가장 일을 잘하는 사람(대표)이 일을 가르쳐주는 건 엄청난 메리트라는 걸 알아야 한다. 다만 문제는 권한 위임과 상충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에선 실무자한테 의사결정 권한을 많은 부분 위임할 수밖에 없다. 업무량 자체도 너무 많고 새로운 도전과 시도 또한 많다. 실무자가 바로바로 의사결정해줘야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그런데 일하는 거 하나하나 보고하도록 시키고, 실무자한테 위임했던 결정을 대표가 번복하고, 결국 대표 마음대로 하게 되는 게 문제다. 말은 권한 위임인데 사실상 실무자가 대표의 마음속을 추측해서 어떤 게 그의 입맛에 맞을지 고민해야 하는 순간 권한 위임은 없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마이크로 매니징을 줄이고 '경영'을 해야 한다.
실무자들이 권한 위임을 침해당했다고 느끼는 때가 언제인가? 프로젝트에 참여하지도 않았던 대표가 결과물을 갈아엎을 때, 그리고 의사결정 논의 과정에 참석할 기회조차 없었을 때 등등이 있다. 권한이라는 게 사실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이다. 현업에서 권한이 제대로 위임되었는지 아닌지를 점검하려면 의사결정이 진행되는 과정을 관찰하면 된다.
실무자에게 중요한 건 의사결정의 과정에 자신이 제대로 참여했는지 아닌 지다. 만약 의사결정하는 자리에 끼지도 못했으면 당연히 권한이 없다고 느낀다. 예를 들어 팀장급끼리만 회의하고 결과를 공지하는 식이다. 혹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만 하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을 때 권한이 없다고 느낀다. 예를 들어 회의 참석 인원이 10명이어서 말을 꺼내기도 힘든 상황이라든지, 내가 해야 할 말을 팀장이 다 해버린다든지, 무슨 말만 하면 반박당한다든지 여러 상황이 있겠다.
대표나 팀장, 당사자는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기 때문에 행동 양식을 지적하는 편이 낫다. 회의 때 누가 가장 말을 많이 하는가? 실무자의 결정을 뒤집을 때 실무자와 논의하는가? 실무자에게 피드백할 때 무엇을 근거로 드는가? (데이터나 사업 방향성이나 협업 원칙 등인지, 단순히 자기 의견과 논리인지) 등등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만 한다고 해결될까. 어차피 대표 마음대로 바꿀 거면 실무자가 있을 필요가 무엇인가? 실무진이 내린 의사결정을 멋대로 번복하지 않고 결과에 헌신한다.
대신 의사결정 사항을 번복해야 할 때에는 마땅한 절차에 따른다. 대표도 마찬가지로 이 절차에 따라야 한다. 절차가 뭐가 됐든 같이 협의하고 합의해서 공표한 뒤, 그 절차를 근거로 의사결정하면 된다.
https://brunch.co.kr/@goodgdg/121
- 조직의 전체 목표에 맞게 조직 구성원이 Align되도록 만들고자 함.
- 조직 구성원이 도전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추구하도록 함.
- 도전적이고 주도적인 사람을 채용한다.
(스스로 발의한 Project가 있는지 묻는다)
- 자기 직무의 포트폴리오만 확인할 게 아니라 다른 팀과 얼마나 주도적으로 협업했는지 여부도 확인한다.
- 조직과 Fit이 맞는지 판단할 게 아니라 어떤 조직에 가서든 협업할 수 있는 기술적인 협업 스킬이 있는지 확인한다.
(Bad) 그 직무를 잘 수행할 사람인지만 판단한다. 경력/직무 역량만 보고 판단한다. 조직과 Fit이 맞는지만 판단해서 입맛에 맞는 사람만 뽑는다 등
- OKR 달성 정도와 미달성 이유를 회고하되 인사 평가/보상과 연계하지 않는다.
(OKR과 인사 평가는 전혀 무관하다는 걸 매달/매주 언급한다)
- 전체 성과 달성에 대해서 조직이나 팀 단위로 보상한다.
- 개인에 대한 인사 평가/보상은 성과와 업무 역량, 조직 기여도를 중심으로 절대평가한다.
(조직 기여도를 평가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Align이 잘 된 인재는 자기 커리어를 위해서가 아니라 조직의 목표를 위해 무언가 기여하려고 노력한다)
- 연봉 협상 시에는 업계 기준에 기반하되, 조직이 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한다.
(Bad) 스타트업이라는 이유로 일하는 수준에 비해 임금을 낮게 책정한다. 개인의 업무 성과를 철저히 측정하고 그에 따라 보상한다. 실력이 아니라 경력/연차 순으로 보상한다. 심리적 안전을 해치는 수준으로 평가/보상을 엄격히 한다 등
- 조직마다 다르겠지만 통상 OKR은 매트릭스 구조가 적합하다. 도전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Lean하게 실행하기 위해선 사업부 중심으로 Agile 조직을 구성하되, 전사의 Align이 중요하므로 직무 별 기능 부서 팀을 두는 식이다.
- 조직 구조가 중요하기보다는 '도전적인 목표 달성에 적합한 팀 구성'과 '전사적인 강한 Align' 요건을 충족시키는 게 중요하겠다.
(Bad) 다른 팀이 하는 업무를 알기 어렵게 한다. 각자 자기 업무만 한다. R&R 분배가 명확하지 않다 등
- 매주 정기 회의를 통해 OKR 달성 정도와 실행 계획/우선순위를 점검한다.
(매주 해야 한다. 매일 하면 더 좋다. 안 그럴 거면 OKR 자체를 할 필요가 없다)
- 구성원 모두가 OKR 진행 현황을 중심으로 일할 수 있도록 업무 현황을 언제든 볼 수 있게 공유한다.
- 실무진이나 각 팀의 팀장이 OKR 대시보드를 직접 업데이트한다.
(Bad) 분기 별로만 OKR을 점검한다. 회사 전체에 프로젝트/과업이 돌아가는 현황을 대표만 안다. 업무 현황이나 사업 정보, 매출 현황 등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 회의 시간에 의사결정권자만 발언한다 등
- 각 구성원이 목표를 추구하도록 만드는 게 핵심이므로 권한 위임이 중요하다. 권한이 없으면 그냥 조직 중앙의 의사결정에 따라 행동할 뿐이니 아무도 OKR을 추구하지 않게 된다.
- 업무 보고/공유 체계를 투명하게 갖춰놓고 의사결정권을 위임한다.
(의사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되도록 번복하지 않는다. 대표 마음대로 의사결정을 뒤집지만 않아도 절반은 간다.)
- 의사결정에 개입할 때는 공통의 협업 원칙이나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하여 피드백한다.
- 애초에 업무 진행 중간중간에 의사결정권자와 실무자가 자주 소통한다.
(Bad) 모든 업무 현황을 상사에게 보고해야 한다. 상사가 실무자의 업무 결과물을 쉽게 번복하고 바꾼다. 업무 과정에서 의사결정권자와 자주 소통하지 않는다. 팀장끼리만 중대한 의사결정 사항을 논의한다 등
그래도 각자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각을 많이 나눌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스타트업의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 경험과 생각을 편하게 밝힐 수 있어야 한다. 회사 안에서도 똑같지 않은가? 각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노하우를 부담 없이 소통할 수 있어야 조직이 발전한다.
사회도 똑같다고 본다. 사회를 망치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다. 모델 한혜진이 온라인 패션쇼를 열어서 코로나로 위축된 패션 업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겠다고 말했을 때 '네가 뭔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혹은 일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풀어냈을 때 '네가 뭔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신입은 신입답게, 막내는 막내답게, 주니어는 주니어답게 위에서 하는 말을 잘 듣고 배우라는 식의 사람들이 조직을 좀먹는다.
내가 유명한 스타트업 다니는 대단한 무슨 직무 전문가는 아니지만 어느 조직을 가서든 내 생각과 경험들을 이야기한다. 잘난 사람들의 잘난 생각만 따라가는 사회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많은 생각이 교류되는 민주주의 사회가 더 이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