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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Feb 28. 2020

요리 잘 못하는 남편을 위한 볶음밥 레시피

제 아버지는 백골부대 취사병이셨습니다. 오래전에 아버지가 보여주신 사진에는 완전 군장에 소총을 든 군인이 아니라 라면 박스 앞에서 러닝셔츠 차림의 젊은이가 있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요리를 해주신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카레를 몇 번 해주신 적이 있었지요. 그래서 그런지 카레를 먹을 때면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요리를 배운 적도 없는 제가 집에서 종종 하는 거의 유일한 식사 메뉴가 '볶음밥'입니다. 큰 준비나 기술이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5년 넘게 만들다 보니 '조금'은 tip이랄 게 생겼습니다. 오늘은 요리를 정말 잘 못하는, 해본 적이 없는 분들을 위한 '볶음밥' 레시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볶음밥이 좋은 점은 만들기 쉽고, 형형색색이라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아이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준비물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볶을 재료는 사실 다양합니다. 아래 제가 언급한 재료뿐만 아니라 냉장고에서 '색상'만 맞는다면 어떤 재료든 좋습니다. 볶으면 다 맛있어지거든요. 하핫..


1. 갈색 : 햄

2. 붉은색 : 파프리카

3. 주황색 : 당근

3. 노란색 : 계란, 콘샐러드, 파프리카

4. 흰색 : 양파, 감자

5. 녹색 : 대파, 호박


그리고 밥과 굴소스 그리고 식용유만 있다면 준비는 끝입니다. 만드는 순서는 재료를 준비하고, 썰어놓고, 볶는 겁니다. 쉽지요? 만들면서 항상 생각해야 하는 것은 정리정돈 그리고 설거지 거리를 최소화하는 것.. 이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1. 찬밥을 만듭니다.

시간이 조금 필요하기 때문에 먼저 해야 합니다. 따뜻한 밥은 수분이 많아서 볶다 보면 밥알이 뭉치기 마련입니다. 볶음밥을 담을 큰 그릇에 밥솥에 있는 밥을 담아서 식혀둡니다. 찬밥용 그릇에는 다시 볶음밥을 담아서 설거지를 줄입니다. 밥이 없다면 '햇반'으로 만드셔도 됩니다. 수분이 거의 없거든요.


2. 재료는 알맞게 썰어 둡니다.

준비된 온갖 재료를 썰어둡니다. 중국집 볶은밥처럼 아주 작게 썰어둘 필요는 없습니다. 새끼손톱 정도로 썰어두면 썰기도 좋고, 씹는 맛도 있고, 오래 볶다가 재료가 타는 일도 없습니다. 다만 대파의 경우에는 녹색 부분을 중심으로 좁고 길게(손가락 두 마디 정도) 썰어둡니다.


3. 달걀은 살짝 요리를 합니다.

달걀의 경우 약간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만약 프라이를 좋아하면 프라이를 만듭니다. 그런데 저는 에그 스크램블 스타일을 추천드립니다. 에그 스크램블처럼 계란을 풀어 프라이팬에서 휘휘 젓는 겁니다. 살짝 익었을 때 그릇에 따로 담아둡니다.


4. 재료를 볶습니다.

기름을 적당히 두르고, 딱딱한 재료부터 무른 재료(계란과 파는 제외) 순서대로 볶습니다. 그리고 식혀둔 밥을 넣습니다. 그때 굴소스를 적당히 넣습니다. (1인분에 1숟갈 정도) 재료를 넣을 때마다 재료를 담았던 그릇은 살짝 헹궈서 싱크대에 넣어 정리도 하고, 설거지 하기 좋게 만듭니다. 밥을 넣고 볶기 시작할 때, 마지막으로 남겨둔 계란과 파를 넣습니다. 볶을 때는 '누룽지'를 만든다는 느낌으로 볶으면 더욱 맛있습니다.


볶음밥의 느끼한 맛을 잡아줄 배추김치나 깍두기 또는 피클 같은 반찬과 함께 식탁을 세팅하고 아내를 불러보는 겁니다. 아내를 부르기 전에 가스레인지나 싱크대 주변, 그리고 주방 바닥은 정리해 놓으세요. 엉망인 부엌을 보면 '식욕'이 돋기는 어려우니까요.. 마지막으로 요리의 끝은 '설거지'입니다. 설거지의 마지막은 싱크대 물기를 제거하고 행주를 빨아서 개수대에 잘 정리하는 겁니다. 이번 주말에 '요리사'가 되어 보는 건 어떠신가요?


Small things often.


* 언젠가 딸 아이가 볶음밥을 먹을 때 아빠 생각을 해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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