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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Aug 05. 2020

질문은 리더의 언어입니다.

어제 머리를 깎으러 미용실에 갔습니다. 이발을 3주에 한 번씩 해야 하는 터라 스타일보다는 가격에 맞춰서 가는 편인데, 동네에 남자 커트 1만 원이 생겨서 지난달에 처음 가봤습니다. 나쁘지 않아서 다시 들렸습니다. 이번에는 새로운 분이 머리를 깎아주셨습니다.


그 : 어떻게 깎아 드릴까요?

나 : 이발한 지 3주 좀 넘었습니다. 원래 머리를 세우고 다니는 편인데요. 다듬어주세요.

그 : 네, 알겠습니다.

(보통 남자들끼리는 그 이후로 질문이 없습니다.)

그 : 어떠세요?

나 : 앞머리가 좀 긴 것 같습니다.

그 : (앞머리를 잡아 보면서) 이 정도면 될까요?

나 : 네, 그런 거 같네요. (생각보다 짧아졌지만.. 어차피 길 테니까..)

그 : 고생하셨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앞머리만 잘라준 겁니다. 집에서 샤워를 하고 다시 보니.. 앞머리 말고 다른 머리가 길어서 꼭 선생님이 잘라준 머리 같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오늘 다시 미용실에 갔습니다. 다행히 미용실엔 손님이 많지 않았고, 아쉽게도 그분이 계셨습니다.


그 : 어떻게 깎아 드릴까요?

나 : 어제 머리를 갂았는데요. 앞머리만 잘라주셔서 이상해졌습니다. 다른 머리도 비율에 맞춰주세요.

그 : 아.. 앞머리만 잘라달라고 하셔서..

나 : 그러셨군요. (응? 그럼 물어봤어야지요? 물론 나도 물어볼 수 있지만... 에휴..)

그 : 다른 머리도 조금씩 더 자르면 되죠?

나 : 네, 맞습니다.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 :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다행히 휴가가 하루 더 있어서 이상한 스타일로 출근하는 참사는 막았습니다. 만약에 그가 '앞머리를 자르면 다른 부분이 길어 보이는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질문을 했다면, 제가 '앞머리 때문에 다른 부분이 길어 보이네요. 다른 부분도 좀 잘라주시겠어요?'라고 질문을 했다면 서로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았을 겁니다.


질문을 하면 바보 같아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질문 = 모르는 것이 있음'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배우려고 하는 사람, 확인해서 일을 조금 더 잘 처리하려는 사람은 분명 바보가 아니라 현명한 사람이거나, 현명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어제 처제가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서 보험 보상금 이야기를 하다가 아내가 갑자기 물어봅니다. '작년 겨울에 당신 차 사고 났을 때 보상금 받았어요?' 저는 당황하지 않고(눈빛은) '아.. 그거.. 조금 받았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근데 왜 말을 안 했어요? 내가 보상금 물어봤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 그때는 안 받았을 때였지..' 결국 보험금 횡령(?) 사건은 집행유예로..


Small things often.


* 갑작스러운 질문.. 갑작스러운 차선 변경.. 모두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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