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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Oct 31. 2019

학습은 차선변경이 아닌 경로변경에서 일어난다

평소 존경하던 커뮤니케이션/조직문화 전문가께 '자녀 양육에 대한 조언'을 구했습니다. 자녀가 없으신 분이라 조금 송구했지만 조직문화 관점에서 조언을 듣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그분도 살짝 난감해 하시며 '다양한 환경에 노출시켜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통제되고, 반복되는 상황에서 사람은 예상가능한 반응을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자기 고유의 반응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즉, 아직 아이가 어리니 다양한 환경에 노출시켜서 아이의 기질을 파악하는게 어떻겠냐는 조언이었습니다.


꼭 아이의 재능과 기질을 발견하는데만 사용할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와 다른 환경에서 나 자신 또는 타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동안 나의 새로운 모습(좋은 모습, 아쉬운 모습 모두)을 발견한 곳은 평소 내가 했던 일을 하면서가 아니라 상황, 장소, 사람 등 무언가 다른 환경에서 였습니다. 회사에서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정기적으로, 같은 양식을 채워서 만드는 현황보고서 보다는 새로운 관점으로 외부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기존 보고서의 양식을 바꾸는 일을 할 때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모든 업무가 항상 새롭기만 하면.. 참 힘듭니다...)


자주 가는 목적지라고 해도 네비게이션 경로를 기본값인'최적화'만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고속도로, 때로는 무료도로, 때로는 이륜차도로 우선으로 변경해보는 겁니다. 도로가 바뀌면 신호도 바뀌고, 풍경이 바뀌면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게 됩니다.


우리의 관계도, 우리의 일상도 '최적화' 또는 '원래'라는 미명아래 새로움을 발견할 기회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가끔은 '경로'를 바꿔보고, F5(새로고침) 버튼도 눌러서, 더이상 새로울 게 없다고 믿었던 부부사이에 '이 사람한테 이런 면이?'라는 Refresh가 생기길 바랍니다.  


Small things often.


* 지난주 국립수목원 '숲생태관찰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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