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제 집에 일이 생겨서 15일가량 조카를 돌봐야 했습니다. 딸 보다 한 살 어린 남자아이인데 같은 아파트 옆 동에 살고, 같은 유치원에 다니고 있어서 평소에도 교류가 잦은 편이라 큰 걱정을 안 했습니다. (물론 저는 출근을 하니까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조카는 '엄마 보고 싶어요'라며 울거나, 울적해 있지 않고 나름대로 잘 적응했습니다.
사실 저는 며칠간 퇴근하고 집에 오면 더 편한 점(?)도 있었습니다. 평소엔 5분에 한 번씩 '아빠'라고 호출을 당했는데, 아이 둘이서 지지고 볶으면서 놀고 있으면 저는 소외당하고 있었는데.. 그게 조금은 좋더군요. 아마도 혼자 있는 동서도 그런 마음이 조금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토요일부터 오늘까지 하루 종일 3일간 함께 있어보니 '아내가 정말 많이 힘들었겠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빨래, 청소, 밥 먹이기 그리고 설거지 정도는 제가 조금 도와준다 해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와 요구를 하면서 '하핫!!!!' 하는 녀석들에게 웃으면서 '자~ 이제 샤워할 시간이에요'라고 말하는 것, 잘 생각이 1도 없는 녀석들을 '꿈나라'로 보내는 것은 정말 곁에서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만 듭니다.
아내에게 "보름간 내가 도움이 좀 된 거 같아요?"라고 물어보니.. 아내가 "당신이 애들 머리 말려주고, 책 읽어주고, 이불 깔아주고.. 많이 도와줬어요."라고 칭찬을 해주네요. 보름간 아이들을 챙긴 아내도 고생했지만.. 보름간 아들을 못 본 처제도 고생을 했지요. 이렇게 쓰고 보니.. 아내들은 고생하고, 남편들은 잘 지냈네요. 하핫..
* 다이소, 문방구 그리고 마트에서 원하는 것을 득템 한 후에 집으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