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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Nov 27. 2019

구체성에 관하여 : 흑백보다는 다양한 회색이 적절하다

현재 카카오 CEO인 조수용 대표는 네이버를 퇴사한 후에 JOH를 창업하고 다양한 사업을 했는데, 그중에는 2년 연속 빕구르밍에 오른 일호식(한식당)과 세컨드키친(양식당) 같은 외식사업도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한국사람이 맛에는 유독 표현이 제한적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맛'에 대해서 '어떤 맛이다' 라고 구체적으로 말하기 보다는 '맛있다' 또는 '맛없다' 라고 표현한다는 겁니다. 인간이 느끼는 기본적은 5가지을 기준으로도 표현하는 것이 익숙치 못하니 '핫플레이스' 중심으로 외식사업이 커지고, '자기 입맛에 맞는 식당'을 찾는 것이 쉽지 않게 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감정에 관해 표현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희노애락이라는 원초적인 4가지 감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주로 감정에 대해서 '기분이 좋다'와 '기분이 나쁘다'로 표현합니다. 슬픔도 기분 나쁘고, 분노도 기분 나쁘고, 부끄러움도 기분 나쁘다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어휘가 빈약해지면서 사람들의 감정도 On/Off 스위치 처럼 웃거나 화내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2주전 딸 아이는 8일가량 입원을 했습니다. 처음엔 편도염으로 인한 고열인줄 알았는데, 소염제와 해열제로도 해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여러가지 검사를 했고 특정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항바이러스제를 처방 받고서는 그날 저녁부터 열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다음날에는 정상 체온을 회복했습니다. 아무리 의사와 간호사가 많은 병원에 있어도 '정확한 병명'을 모르면 어쩔 수 없더군요.


맛도 기분도 우리는 이미 다양한 표현을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효율성과 효과성'이라는 이유로 그것들을 단편적으로 생각하고, 단순하게 표현하며 살았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다양한 표현이 존재해야 정확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어야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나의 마음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표현하는 것 그리고 상대방의 표현을 잘 이해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삶을 건강하고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비결 중 하나라고 믿습니다.


Small things often.


* 아내의 최애 메뉴는 누린내가 없는, 숯불에 바싹구운, 양념돼지갈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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