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델몬키 Feb 04. 2024

핑크색 코끼리의 꿈

세상 부정적인 사람의 긍정론


뇌는 부정의 개념을 모릅니다. 
핑크색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아보세요.
안되죠?
이처럼 뇌는 부정의 개념을 모르기에
우리는 부정 대신 긍정적인 사고를 해야 합니다.


일리 있다.

그러니 나, 다짐한다.

앞으로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 것을!





부정의 부정은? 부정입니다.



내 생각엔 시력, 통뼈, 긍정적인 마인드, 이 3가지는 타고 나야 하는 것 같다.

그 관점에서 나는 선천적 긍정에너지 결핍 증후군이라 할 수 있겠다.


스키 선수들은 벽을 피해야 한다는 부정적인 각성 대신

깃발을 좇으라는 긍정적인 목표 설정으로 트레이닝 한다는데,

나는 벽이 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고 의식하는 편이다.


벽을 두려워하고, 느닷없이 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큰소리치고,  

때로는 일부러 벽 가까이 가서 얼마나 두껍고 단단한지 만져보기도 했다.

그 벽은 어떨 땐 발목 높이쯤 되기도 했고,

어떨 땐 너무나 높아져, 걸어도 걸어도 벽 그늘을 벗어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아무튼 벽은 언제고 있었다.


나는 베개에 머리를 탁 대면 탁 잠드는 사람이 부러웠다.

머리 아픈 일이 있어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신경을 끌 수 있기를 바라면서

뭐랄까... 사실 마음 속 깊이... 벽이 있다는 사실을 조금 즐겼던 것 같다.

슬프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한 그 감정이 근사할 때도 있었기에.

그러다 얼마 전 이런 문구를 보았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생각이 바로 당신이다. (데일 카네기)


이걸 읽는데 온 몸이 오싹해지는 기분이었다.

알고보니 나 자신이 벽이었다는 아찔한 진실.

부르스 윌리스가 귀신이었음을 알았을 때처럼 나에게도 뼈아픈 진실을 마주할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싫다면서 사실은 남몰래 즐기고 있었던,

은근히 아비의 마음으로 품었주고 있었던,

'부정'과의 관계를 청산하고자

새해 다이어리 첫 페이지에 데일 카네기의 가르침을 적기 시작했다.


나의... 진짜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이 아니라...(이거 맞겠지...?)

내가 하는 생각 그 자체가 나인 것이다. 


원래 문장이 이렇게 장황했나?

문장 맨 앞에 V표시를 하고 그 위에 억지로 '진짜'라는 단어를 낑겨넣는다.


윽! 지저분해. 아, 그냥 책 찾아보고 따라 걸! 

첫 페이지부터 망했네. 올해 안봐도 뻔ㅎ.... 웁스! 

핑크색 코끼리의 등장. 나는 다시 얼른 방향을 틀었다.


아니다! 이제 부담 없이 막 써도 되겠네. 너무 각 잡지 말라는 하늘의 뜻일까? 그래, 오히려 좋아. 


나는 핑크색 코끼리를 넣어두는 일에 실패했지만 대신 코끼리에 타투를 좀 했다.

이또한 기분이 좋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