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나를 다시 연결하는 ‘마음의 안식처’
신문기사를 보니, 요즘 명절의 풍속이 참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가족이나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북적이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명절이 되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명절 인사도 휴대폰 메시지 한 통이나 송금으로 대신하고, 전통적인 차례상보다는 간소화된 식사 한 끼로 마음을 전합니다.
과거에는 ‘명절’이란 말만 들어도 ‘가족의 의무’라는 단어가 함께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명절’이 ‘쉼과 재충전’의 상징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해외여행을 가거나, 지역 공동체에서의 모임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사람들도 늘고 있죠.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가족 간의 형식보다, 마음의 여유를 찾는 시간”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합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삶의 방식이 달라진 시대의 흐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저 역시 제 삶의 한 장면으로 명절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제가 어렸을 때 명절은 가족의 대행사와 같았습니다. 당시에는 ‘명절을 준비한다’는 것이 거의 한 주일짜리 프로젝트였습니다. 조부모님 댁에서 차례나 제사를 준비하기 위해, 부모님은 며칠 전부터 재래시장에 나가셨습니다.
저는 큰 카트와 바구니를 들고 따라나서곤 했습니다. 시장 안에는 늘 사람들로 가득했고, 상인들의 목소리가 시장의 공기를 가득 채웠습니다. 생선가게에서는 조기와 명태를, 한과집에서는 쌀튀김 냄새가 솔솔 났죠. 부모님이 “이건 할아버지 좋아하시던 거야” 하시며 하나하나 고르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과일, 나물, 고기, 떡, 한과까지— 한가득 바구니를 메운 뒤엔 잠시 길가에 내려놓고 숨을 고르던 기억도 납니다.
당시 저는 어렸기에 그 모든 과정이 ‘명절의 일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것은 어른들의 노동이자 헌신이었습니다. 특히 어머니와 작은어머니는 명절 전날 음식 준비를 하셨고, 우리는 사촌들과 장난치며 웃고 떠들었죠. 그때의 명절은 분명 따뜻했지만, 동시에 쉬지 못하는 어른들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힘듬의. 시간이었죠.
세월이 흐르면서 명절의 의미도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조부모님이 계시지 않고, 부모님도 연로하셔서 음식 준비를 직접 하시지 않습니다. 명절은 ‘집안의 전통을 잇는 자리’라기보다,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날’이 되었습니다. 부모님 댁에 모이면, 차례 대신 간단히 절을 올리고 외부에서 사 온 음식으로 식탁을 차립니다. 송편과 전, 과일은 여전히 빠지지 않지만, 이제는 시장에서 구입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가끔 동생 가족이 일찍 와서 아버지와 함께 재래시장에 들러 송편이나 나물을 사 오면, 그 모습이 왠지 반갑습니다. 예전에는 ‘준비의 고생’을 의미하던 시장이, 이제는 ‘추억의 공간’으로 다가옵니다. 명절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형태가 달라졌을 뿐, 그 안에 담긴 마음은 여전합니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 밥을 먹고, 웃고, 아이들이 서로 장난치는 그 풍경 속에 여전히 명절의 온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해마다 이 시기에 깨닫습니다. 명절은 ‘과거의 전통’이 아니라 지금 우리 가족의 형태로 새롭게 이어져야 하는 시간이라는 것을요.
이번 긴 추석 연휴는 저에게 조금 특별합니다. 연휴 대부분을 캠핑으로 보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과 처갓집에는 추석 당일 전후 하루만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오래 머물러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올해는 제 자신에게도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일, 이사 준비, 그리고 부모님 병원 치료까지— 올해는 유난히 바쁜 한 해였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 연휴는 잠시 숨을 고르고, 나를 다잡는 시간으로 쓰고 싶었습니다. 10월 3일과 4일에 다녀온 캠핑장은 이미 만석이었습니다. 밤하늘의 별빛 아래서 아이들과 웃고,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자연을 바라보니, “아, 이게 진짜 명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절이란 결국, 사람이 사람답게 숨을 쉬는 시간 아닐까요? 가족과 함께 하든, 나 혼자 자연 속에 있든—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오는 시간입니다. 물론 부모님과의 시간도 소중합니다.
아이들이 조부모님과 얼굴을 맞대고 웃는 모습, 동생 가족과 담소를 나누는 그 장면은 언제나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그래서 저는 늘 생각합니다. “부모님이 중심이 된 지금의 가족 모임이, 언젠가는 나와 동생이 이어가야 할 새로운 형태로 남겠구나.”
이번 긴 추석연휴를 맞으며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명절은 단순히 세대를 잇는 의식이 아니라, 삶의 리듬을 회복시키는 시간이라는 것을요. 우리가 함께 모여 밥을 먹고 웃을 수 있다는 것, 서로의 안부를 묻고 건강을 걱정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축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대마다 명절의 모습은 달라졌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과 관계가 있습니다. 이번 연휴 동안 저는 가족과 함께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동시에 제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습니다.
초등학생인 저의 아이들은 이번 명절은 ‘가을방학’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어른에게도, 이런 긴 연휴는 흔치 않은 삶의 휴식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추석을 이렇게 기억하고 싶네요.
“부모님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가족 간의 관계를 한층 깊게 다지며,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나 자신을 재충전하는 의미 있는 명절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