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세월이 빠르기도 하지? 조금 있으면 12월이래."
아들의 말에 웃음이 났다. 겨우 여덟 살짜리 쪼그만 녀석이 세월 빠르다는 얘길 하다니. 푸핫.
초등학교 (우리 땐 국민학교) 다닐 적에 세월이 빠르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물론 놀다 보니 시간이 빨리 흘러간 적은 있다. 오히려 빨리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참 많은 인연과 만나고 헤어졌다. 그리고 가끔은 오랜만에 다시 만나기도 한다. 어젯밤에 중학교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 J가 인스타로 말을 걸어왔다.
"잘 지내지? 난 오늘 김장하느라 엄청 바빴어."
작년에 이사를 와보니 친구 집과 우리 집은 겨우 15분 거리였다. 몇 달 전에 만나기로 했다가 J에게 사정이 생겨서 만남이 취소된 적이 있었던 터라 한 번 더 연락을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친구는 언제 시간이 되냐고 물었고, 약속을 잡아서 오늘 오후에 우린 만났다. 30대에 한번 만난 적이 있으니 아마 10년 만의 만남일 것이다.
실내에서 만나는 건 조심스러워서 테라스가 있는 카페로 약속 장소를 정했다. 하지만 테라스에서 차를 마시기엔 조금 추워서 어쩔 수 없이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대화를 나누었다. (음료가 식을 때까지 마스크 쓰고 대화, 음료가 식으면 얼른 마시고 다시 마스크 쓰기 ㅎㅎ)
우린 잠깐 서로의 근황을 살핀 후 중학교 시절로 다시 돌아갔다.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풋풋하고 향기로운 시간들이 아련하게 다시 살아나 코끝을 간질였다. 그 시절 그 친구들은 다들 잘 지내고 있을까?
오랜 시간이 흘렀기에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는 별로 없지만, 서로 아는 소식들을 조금씩 풀어놓았다. 가장 안타까운 얘기는 이미 세상을 떠난 친구들 이야기였다. 230여 명의 동창 중에 2명이 세상을 떠났다. 어쩌면 우리가 모를 뿐 그 아이들의 행렬에 포함된 누군가가 더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거구나."
친구가 말했다. 사람들은 때로 어쩔 수 없이 타인의 비극에서 상대적 위안을 얻는다. 우리도 그랬다. 살다 보면 갖가지 힘든 일도 많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라며 씁쓸하게 마주 웃었다.
J와 조만간 또 만나서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열망이 우리의 공통점인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반가웠다. 친구야. 조만간 또 보자." 짧은 인사와 함께 J의 차가 미끄러지듯 사라졌다. J와 헤어지고 나서 내 마음은 자꾸만 열다섯 살 언저리를 머뭇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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