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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찬 Mar 28. 2024

당신이 살고 있는 인생을 사랑하라

2022.6. 20. 엄마와 함께한 하루 

새벽 6시,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에 갔다. 나는 시장 갈까 하고 생각하면 도로변에 진열되어 있는 꽃가게가 떠오른다. 화사한 꽃을 보는 나를 상상하면  시장가는 일이 소풍 가듯이 즐겁다. 오늘은 엄마 먹거리를 살 예정이다. 어제 올케언니가 장어국을 끓이는데 숙주나물이 없다고 했다. 내가 사 오겠다고 한 것도 있고 엄마가 좋아하는 갈치도 살 생각이다.


생선가게를 둘러보니 통통하니 살이 오른 것이 있다. 우리 먹을 거면 좀 얇아도 싼 것을 사겠지만 엄마 먹을 것을 살 거라서 살점이 있고 좋은 것으로 7마리 샀다. 엄마 먹거리 사는 데는 아끼고 싶지 않다. 요즘 매 끼니에 갈치를 구워 드신다고 한다. 조기나 고등어는 살이 질겨서 이가 없는 엄마가 먹기에 갈치가 가장 좋다고 한다. 


엄마에게 가니 올케언니는 뒷산에 가고 혼자 있다. 심심해서 늘 텔레비전을 켜놓고 계신다. 사가지고 간 갈치를 보더니 "아이고 크다. 한참 먹어도 되겠네. 많이도 사 왔다"하며 좋아하신다. 그러고 나서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좀 머리도 예쁘게 파마도 하고, 옷도 좋은 것 꺼내서 입고 오고, 화장도 하고 다니라고 하신다.

"오다가 정자나무 아랫사람들 없더나? 누구 만났나? 인사 잘하고 다니라."

엄마는 이웃사람들 평판에 신경을 많이 쓰신다. 엄마의 자랑스러운 딸이 다른 사람들 눈에도 잘 보이고 싶으신 거다. 그런데 나는 엄마한테 올 때는 편안하게 오고 싶다. 그래도 엄마 말을 들었으니 앞으로 올 때는 신경을 좀 써야겠다.  


엄마는 호기심이 많다. 기억력이 좋아서 몇 년 전 일도 기억을 다 하신다. 현재의 삶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사신다. 지금은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집에 계시지만 몸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뒷산 밭을 다니셨다. 밭에서 난 채소를 돈으로 사서 저금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신다. 자녀들이 준 용돈도 거의 안 쓰시고 다 모아서 제법 큰돈이 입금된 통장을 소유하고 계신다. 엄마 병원비나 다른 경비 일체는 남의 도움을 받지 않으신다. 


엄마는 감자 삶아 먹자고 하신다. 감자를 깎고 있으니까 '껍질이 너무 두껍다. 좀 얇게 깎아라. 소금 넣어라. 설탕도 좀 넣고, 불을 좀 낮춰라. 계속 내 행동에 참여를 하신다. 나는 그런 잔소리 개입이 좋다. 유명한 가수 밥 말리(Bob marly)의 명언은 엄마가 살아온 세월을 말하는 것 같다.  Love the life you live. Live the life you Love. 당신이 살고 있는 인생을 사랑하고, 당신이 사랑하는 인생을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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