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엄마다

by 운아당

사랑하는 나에게


요즘 참 많이 지치지?
전화기만 울려도 가슴이 철렁하고,
다 큰 아이 말 한마디에

하루가 무너지는 날도 많았지.

그 아이가 힘들어 보이면, 내 탓인가 싶고
나 때문에 그런 건 아닐까, 마음이 자꾸 흔들리지.


매 순간이 처음이지

서툴지만 진심이었어

어긋났지만 그것이 사랑이라 믿었어

매 순간이 매끄럽지 못하고 어긋났지.


내 잘못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무너지고

잘못인 줄 모르고 저질렀지만

내가 잘못한 건 잘못한거지

나는 그동안 엉뚱하게도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인정하려고 해.
나도 사람이고, 나도 감정이 있고,
나도 이제 쉬고 싶은 나이야.

가족을 위해 나를 지워온 시간이 있었고
사랑한다는 이유로 내 감정은 늘 미뤄왔지만
그 사랑이 나를 갉아먹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이제야 조금 알게 됐어.

아이는 이제 자라서 자기 삶을 살아야 하고,

나는 이제 내 삶의 주인으로 다시 서야 해.


가족의 감정을 모두 받아내지 않아도 괜찮아.
거리를 두는 건 미움이 아니라,
더 건강하게 사랑하기 위한 용기야.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어.

그러니 이제는
알고 나서는 되돌아가지 말자

나를 미루지 말고,

서로가 자발적으로 서는 모습을 바라보고

응원하고 박수 쳐주면서
나를 돌보는 하루하루를 살아가자.

그것이 지금의 엄마 노릇이니까.

사랑해,
누구보다 애썼던 나에게.

— 나로부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람을 잃어가는 시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