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담당자 없이 좋은 특허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고객사와 특허출원을 위한 미팅을 가진 지 며칠 되지 않을 때의 일입니다. 미팅에 함께 참석했던 후배 변리사가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습니다.
"변리사님, 그날 미팅했던 출원 아이템... 아무래도 작년 초에 그 기업에서 이미 출원 진행한 건과 거의 비슷한 것 같은데요."
데이터베이스를 찾아보니 정말 이번에 미팅한 아이템은 같은 회사가 작년 초에 의뢰하여 특허출원을 완료한 건과 거의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결국 고객사에 다시 연락하여 본 건은 진행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업무를 종료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생각해보면 그 기업은 매년 꾸준히 특허를 출원하면서도 내부에 별도의 특허담당자가 없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때 그때 연구자의 판단에 따라 개별적으로 특허사무소에 의뢰하여 특허를 출원하는 구조였던 것이죠. 그러다보니 새로운 특허 아이템이 기존에 다른 발명자에 의해 출원된 발명과 겹치더라도 내부에서 이를 검토하고 조율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입니다.
아직 특허가 몇 건 안되니까, 인력을 충원할 여유가 없으니까, 특허사무소에서 알아서 잘 해주니까 등등, 다양한 이유로 특허담당자가 없는 기업이 많습니다. 그러나 기업의 특허담당자 선임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특허가 많지 않거나 창업 초기인 경우에는 특허만을 전담하는 직원을 두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업무와 겸임하더라도 기업의 특허를 총괄하여 관리하고 책임질 사람을 지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특허와 관련된 실무는 전문 특허사무소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기업의 특허 전략과 목표를 설정하고, 연구자들과 협업하여 특허 아이템을 발굴하며, 사업적 관점에서 기업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관리해 나가는 등의 업무는 내부의 특허담당자가 아니면 할 수 없습니다.
위의 사례에서 고객사에 특허담당자가 있었다면 작년에 이미 출원한 발명을 다시 의뢰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위 경우는 다행히 특허사무소에서 이를 발견하여 더 이상 업무가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동일한 발명에 비용을 두 번 지출하는 일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특허담당자를 두는 데 드는 비용과 불필요한 특허출원에 지출하는 비용 중 어떤 것이 결과적으로 기업에 유익할지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