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비 Feb 20. 2016

22. 꿈꾸는 결혼식, 하나 : 웨딩 촬영



올해도 시작됐다. 햇살이 제법 봄 같았던 토요일 오후, 나보다 2년이나 어린 후배 녀석의 결혼식이 있었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형보다 먼저 가는지. 딱 10년 전 만나 학창 시절 동안 많은 추억을 쌓은 후배였다. 그래서인지, 신랑이 준비한 옛 추억 슬라이드에 돌아가는 대학 시절의 사진은 대부분 내가 찍어준 것들이었다. 10년 전, 신입생 환영회에서 처음 만났던 게 생생히 기억나는데. 이제 네가 먼저 어른이 되어버린 기분이야. 정말 축하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특히 결혼식에 갔을땐 더더욱 나도 얼른 결혼하고 싶어 진다. 



이전 글(https://brunch.co.kr/@goodrain/13)에서 요즘의 결혼식이 참 불편하다고 적었다. 그래도 나는 결혼을 하고 싶다. 왜 '굳이' 결혼을 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구구절절 설명을 해야겠지만, 결론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 먹고, 함께 자고, 함께 웃고, 함께 살고 싶다. 비록 현실이 어떠하든 말이다. 


그래서 이 공간에 내가 생각하고, 꿈꾸는 결혼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하나 둘 남겨놓으려고 한다. 꼭 이렇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결혼의 과정은 서로 대화하고 합의를 해서 만들어 갈 것이다. 다만, 미리 생각하고 준비한다면 우리에게 더 행복한 결혼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로 내가 하고자 하는 결혼은 단순히 간소하고 경제적인 예식이 아니다. 결혼의 우리에게 더욱 의미가 있고, 서로가 평생 함께 하는데 행복한 추억이 되는 시간들로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바라는 결혼의 모습이다. 








결혼을 앞둔 모든  예비부부들 앞에 놓인 큰 이름, '스. 드. 메'. 그중에서도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스튜디오 촬영이다.  스튜디오 촬영을 포함한 패키지의 금액은 천차만별이지만, 결국 지나고 보면 모든 것이 다 돈, 돈, 돈이라고들 한다. 그거 몇 장 더 뽑아주거나, 원본을 보내 주거나, 디지털 파일 몇 개 더 보내주는 게 뭐 그리 힘든 일이란 말인가! 뭐만 하면 추가금이 들어가 어느덧 처음 잡았던 예산보다 넘치곤 하는 것이 바로 스튜디오 촬영이다. 그러면서 모든 결혼한 이들이 하는 말, 


"지나고 나면 그 앨범, 꺼내보지도 않는다."



요즘은 분위기가 조금 바뀌어서 여러 가지 콘셉트로 촬영하는 스튜디오 촬영 대신 드레스만 입고 간단히 몇 장만 찍거나, 야외에서 스냅사진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더불어 아직 많이 퍼지진 않았지만 촬영 장소만 대여하거나, 야외 공원 등에 가서 셀프로 웨딩 촬영을 하는 경우도 있다. 


안 찍기에는 아쉽고, 제대로 찍자면 한도 끝도 없는 것이 바로 웨딩 촬영이다. 








내게 좋은 사람이 생기고 이 사람과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나는 정식으로 프로포즈를 하고 결혼 준비를 시작하고 싶다. 요즘 프로포즈는 이상하게도 결혼 전에 한 번은 꼭 해야 하는 것으로, 결혼식 거의 닥쳐서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해보면 현실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난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쨌든 두 사람 사이에 결혼 이야기가 오가면, 나는 아예 맘 잡고 프로포즈부터 하고 결혼의 과정을 시작하고 싶다. "나는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요. 나와 결혼해주세요." 

이렇게 프로포즈를 하고 나면, 이제 이 사람 하고는 확실히 결혼한다는 마음을 먹어야지. 필요하다면 약혼식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왕이면 프로포즈를 하고 1년 정도 준비를 하고 결혼을 하고 싶다. 요즘 결혼을 준비하는 친구들을 보면 그 정도 시간은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그 1년의 시간 동안, 나는 매 계절 그녀와 웨딩 촬영 여행을 가고 싶다. 내가 웨딩 촬영에 담고싶은 의미는 바로 이것이다. 그냥 결혼식을 위해서 기념으로 찍고 더는 안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결혼을 준비하는 가장 사랑하고 가장 아름다운 시간들을 기록으로 남겨놓는 것.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가장 아름다운 장소를 같이 찾고, 여행을 계획하고, 촬영 콘셉트를 이야기하고, 가서 신나게 사진을 찍고 싶다. 

(여행을 가야 하기 때문에, 프로포즈가 필요하다. 도장 꽝꽝 찍지 않으면, 부모님 몰래 가야 하니까??!!)


그래서 나는 프로포즈 선물부터, 계절 별로 있을 각종 기념일(생일, 발렌타인 데이, N주년, 크리스마스 등등) 선물로, 그녀가 다음 웨딩 촬영에서 입을 수 있는 드레스나 원피스를 선물할 생각이다. 대여해서  촬영할 때 입고 반납하는 의상도 물론 있어야겠지만, 이후에도 그녀가 특별한 날에 입을 수 있는 예쁜 옷을 선물하고 싶다. 그래서 결혼 후에 그 옷을 입는 날엔, 우리가 함께 떠났던 여행을 떠올리며 다시 웃을 수 있도록. 


사진의 결과물보다도, 촬영하는 과정 자체가 행복한. 그런 웨딩 촬영을 하고 싶다. 








(요런 수업도 들었고...)



(사무엘, 쩜팔, 만투. 여친렌즈 삼대장을 다 모았는데... 여친이 없다...)





상대방도 없으면서 벌써 준비를 시작한 대책 없는 나. 


아무렴 어떤가.

그대가 나타난다면, 눈빛을 반짝이며 이런 이야기를 들려드리리.





-


브런치북 대상 출간, <서른의 연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